안녕 형 동생들
며칠전에 글 올려서 자작블 만들다 실패하고 현탐왔다고 궁상 떨었던 물붕이야.
고닉형들이 조언해준걸 참고로 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작블 보완을 해보기로 했어.
어차피 뷰잉은 갈거고 블 살 돈은 없고 이왕 만들기 시작한거니 포기하기엔 아깝더라ㅎㅎㅎ
솔직히 만들어봤자 막상 별 거 아닌데다 그래봐야 조잡하기만 할 뿐이라는걸 잘 알고 있지만
혹시 자작블에 도전할 물붕이가 있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남기자는 마음에 다시 글 써봐.
그 전에 한마디 짚고 가고 싶은 건, 블레이드도 굿즈이고, 그걸 사는 것도 덕질이고 팬심이야.
내 자작블은 단지 자기만족일 뿐, 공식블 사서, 또는 빌려서 공연장 가는 물붕이들보다 나을수는 없어.
1. 보완 목표
지난번 만들었던게 출력 부족 & 빛반사 안됨 두가지 단점이 있다는걸 확인했기 때문에
(1) 더 밝은 빛을 만들어야 한다
(2) 빛을 반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를, 여전히 가벼운 내 지갑 사정으로 최대한 맞춰보는게 이번 목표였어.
일단 기존에 제작한 자작블을 해체해서 다시 재활용하긴 해야겠지..
2. 밝은 빛을 만들기
일단 이전의 LED가 그다지 밝기효율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른 LED 부품을 찾았어.
Neopixel 이라고 불리는건데 모듈화해서 LED 여러개를 간단하게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거래.
LED 여러개가 긴 줄이나 링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도 있는데 2x2 부품을 2000원에 구했어.
하나의 효율이 이전에 쓴 LED와 비슷하지만 비슷한 사이즈에 4개가 박혀있으니 더 밝아질거야.
이전 자작블 본체를 뜯어내다가 건전지 홀더를 부숴먹었어. 젠장...
그래서 가지고 있던 LED 후레쉬의 홀더를 대신 빼서 썼어. 나중에 되돌려놓아야지...
선을 새로 연결하는 김에, 점퍼선을 짧게짧게 자르고 부품이 들어갈 공간을 조정하면서
본체를 좀 더 슬림하게 만들었어. 한 10% 정도는 직경이 짧아진 것 같아.
덤으로 건전지를 넣고 빼기도 편해졌네! 건전지를 교체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새로 연결한 회로도는 이래. LED로 연결되는 전원이 보드를 거치지 않고 건전지에 직결되게 했어.
새 LED는 선 하나로 제어가 가능한게 장점이지만 대신 반응 속도가 느리고 가끔 데이터가 꼬여서 이상한 색이 나오기도 해.
부품이 바뀌었으니 프로그램도 그것에 맞춰서 약간 수정을 했어.
굳이 캡처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싶어서 여기에는 올리지 않지만,
혹시 코드가 궁금한 물붕이가 있다면 댓글로 말해줘. 코드 전부를 볼 수 있는 링크를 올릴게.
3. 빛 반사 시키기
좀 더 밝은 빛을 내는 본체는 완성되었고, 이제는 빛 반사가 되는 케이스를 만들어야 해.
고닉형의 조언을 토대로 인터넷에 찾아본건 "빛 확산 필름"과 "빛 반사 스프레이"인데
확산 필름은 LG제나 3M제가 단가는 저렴한데 최소 구매 단위가 1m인데다 그렇게 사면 비싸고,
스프레이는 알베도100이라는 게 가장 저렴한 것이 100ml에 만원이나 하고, 아이고...
LED를 새로 산다고 정말로 남은 돈이 없으니.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한탄하면서 훌쩍이는 코를 풀고 있었는데.
손에 쥔 (코 묻은) 티슈를 바라보면서 뭔가 번뜩인거야.
연등 같은데 얇은 한지를 써서 빛을 비추게 한 것처럼, 한지만큼 얇은 티슈를 쓰면 좋겠다 싶은거지.
OHP 필름에다 곽티슈 한장을 절반으로 잘라서 붙였어.
전에 쓴 PVC판에 비해 OHP필름은 튼튼하지 못하지만 그정도도 충분하겠더라고.
거기에 LED를 비싼걸 쓴 만큼의 원가 절감이 되니까. 여전히 만원 안쪽에 맞출수가 있어.
본체가 들어갈 만큼의 크기로 원통을 만들었어.
이번에는 본체 부분을 분리할 수 있도록 따로 제작했어. 절연테이프로 감았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만들고 보니 attiny85 보드의 USB 포트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어서
빈 틈으로 케이블을 꽂을 수 있어. 이걸 보조배터리에 연결하면 외부전원을 쓸 수 있는 셈이지.
안에 있는 건전지를 충전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출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어
4. (진짜) 완성
건전지 스위치를 넣고 보조배터리까지 연결해준 상태에서 테스트를 해봤어.
저 사진은 어두운 곳에서 찍은데다 자동 보정이 된거라 실제로는 저것보다는 더 어두운 편이야.
보이는것처럼 끝부분까지 확연히 빛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색이 나타날 정도는 되더라구.
대충 응원봉 처럼 보이게 하는데는 성공한거 같아!
5. 맺으며
결국 내한을 며칠 앞두고 나도 블레이드를 (자작이지만) 가지게 되었어! 만세!!
어차피 누구한테 과시할것도 아니고, 공연 즐기러 가는거니까 이걸로 신나게 흔들어야지.
일요일에 강남에서 요상한 빛을 흔들고 있는 놈을 발견하면 따뜻한 마음으로 봐주길 바라.
지난번 올렸던 글에 이런저런 조언해준 고닉 형들 덕분에 다행히 완성할 수 있었어.
대단한 것도 아닌데 관심 가져주고 추천해준 형들도 고마워. 덕분에 도전해본 보람이 큰 것 같아!
내 자작블은 까일 부분이 무궁무진하거든. 태클은 얼마든지 환영이야. 질문도 조언도 고맙게 받을게!
혹시라도 (없겠지만) 자작블을 만들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한 물붕이가 있다면 뭐든지 얘기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