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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새벽 네 시의 발코니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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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vr/5020486
  • 2025-09-15 14: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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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의 새벽 네 시는, 낮보다 훨씬 솔직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고, 엘리베이터의 숫자만이 작은 붉은 불로 시간을 세어 올린다. 나는 발코니에 서서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물은 밤새 싱크대의 금속 맛을 조금 배어 있다. 그건 나쁘지 않다. 이 시간대의 것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으니까.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다. 하얀 칸들이 악보처럼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아무도 음을 올리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담벼락의 포스터가 아주 작은 박자를 튕긴다. 새벽 공기는 매번 같은 냄새를 낸다. 젖은 콘크리트, 오래된 흙, 누군가 두 시간 전쯤 끓여 먹고 치운 라면의 잔향. 냄새도 음악과 비슷해서,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안심한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이 시각의 외로움은 성격이 분명하다. 낮의 외로움이 눈치 보며 거울 앞에서 손질한 얼굴이라면, 새벽의 외로움은 막 샤워하고 나온 사람 같다. 아직 젖어 있고, 약간의 증기가 난다. 손을 대면 그대로 전해진다. 나는 그걸 잠깐 입어 본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코트 같다. 몸을 감싸면 어깨가 가벼워지고, 걸음이 조용해진다. 외로움이라는 옷은 사실 나를 보호하는 쪽에 더 가까울 때가 있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자유. 자유는 놀랍게도 주차장 끝의 노란 차단봉 모양을 하고 있다. 비어 있는 칸들 사이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리, 안 보이는 선을 넘었다고 해서 주의를 받지 않는 상태. 밤샘을 한 사람에게 자유는 대단한 문장이나 선언이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몇 시간, 같은 것. 오늘 내가 몇 시에 잠들고 몇 시에 일어날지 누구도 묻지 않는다는 사실. 그 정도가 좋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철야의 노래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귀를 조금만 기울이면 된다. 경비실 라디오가 낮은 볼륨으로 AM을 흘리고, 먼 빌딩 옥상의 실외기가 일정한 저음을 유지한다. 편의점 냉장고의 팬이 얇은 고음을 긁고, 쓰레기차 후방 경고음이 간헐적으로 들어왔다 나간다. 그 사이로 지나가는 첫차의 브레이크가 짧게 숨을 고른다. 새벽의 노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이상할 만큼 정교하다. 나는 그 반주에 심장 박동을 얹는다. 쿵, 쉬고, 쿵. 리듬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휴대폰에서 재즈 트럼펫이 아주 작게 흐른다. 트럼펫은 이 시간대와 잘 맞는다. 누군가의 속사정을 끝까지 들어주고도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처럼. 가사는 필요 없다. 음 하나와 다음 음 사이의 짧은 침묵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대신한다. 나는 그 사이에 지난주에 미뤄 둔 일, 보내지 못한 메시지, 한 번도 안 꺼낸 다림질된 셔츠 같은 것들을 잠깐씩 끼워 넣는다. 그러면 물건들이 훨씬 가벼워진다. 음악이 끝날 때쯤에는 거의 종이처럼 된다.

발코니 아래 화단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검고 마른 고양이다. 녀석은 부엌 쪽 창문을 한 번 보고, 경비실을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본다. 새벽의 고양이들은 야간 근무자에 가깝다. 근무복을 따로 입지는 않지만, 계약은 꽤 진지한 편일 것이다. 녀석은 자신이 맡은 구역을 점검하고, 이상이 없으면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 그 점잖은 태도가 마음에 든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해 준다. 고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계속하세요” 같은 얼굴을 하고 떠난다.

어젯밤에 쓴 문장이 있다. 세 줄짜리였다. 쓰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했다. 하지만 삭제는 늘 완전하지 않다. 부스러기가 남는다. 새벽의 공기는 그런 부스러기를 잘 주워서 한쪽에 모아 둔다. 나는 발코니에서 그더미를 내려다본다. 생각보다 보기 좋다. 내가 낮에 보았던 것보다 간소하고, 정확한 형태다. 철야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어쨌든 쓸 만한 부분을 골라 내는 작업에 가깝다. 밤이 오래되면, 쓸모없는 것과 필요한 것이 비교적 선명하게 갈린다. 나로서는 이 기능이 마음에 든다.

멀리서 오토바이 한 대가 단지를 가로지른다. 배달 상자가 텅 빈 박스처럼 가볍게 울린다. 오토바이 불빛은 도로의 미세한 굴곡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인생이라는 말 같은 걸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간에는 불필요한 비유를 줄이는 편이 좋다. 단순해질수록 오래 버틴다. 대신 나는 오토바이가 남기고 간 냄새가 몇 초에 걸쳐 사라지는 과정을 보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자주 외로워지나. 그렇다고 항상 불행해지는 건 또 아니다. 외로움이 없는 날보다 있는 날이 오히려 명료해질 때가 있다. 머릿속에 불필요한 대사가 줄고, 몸의 작은 소리들이 커진다. 관절이 내는 기척, 위장이 시간을 보고 내는 신호, 심장의 박자. 그런 것들이 나를 한 사람의 악기로 만든다. 자유는 그 악보를 마음대로 고칠 수 있게 해 주는 권리다. 오늘 나는 한 페이지 정도 지웠다가, 다시 몇 줄을 썼다. 그 정도의 변주.

동쪽 하늘이 약간 엷어진다. 아파트의 같은 면들, 같은 수의 창, 같은 각도의 베란다가 아주 조금 따뜻해진다. 밤샘의 끝자락은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부드럽다. 철야의 노래는 볼륨을 서서히 줄인다. 경비실 라디오는 오전 방송을 준비하는지, 중간에 한 번 끊겼다가 다른 음질로 돌아온다. 쓰레기차는 동을 하나 넘어가고, 트럼펫도 마지막 코드를 길게 잡는다. 음악이 꺼지고 나면, 나는 나의 박자를 다시 확인한다. 여전히 잘 맞는다. 쿵, 쉬고, 쿵.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발코니 난간을 한 번 더 만진다. 차갑다. 손바닥에 남는 감각은, 오늘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장 같은 것이다. 낮이 오면 외로움은 다시 말을 배우고, 자유는 일정표의 구석에 이름을 얻는다. 그래도 괜찮다. 밤은 아직 내 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새벽 네 시가 오면, 나는 또 발코니에 서서, 이 단지의 정직한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잠깐뿐인 졸음을 끌어안고, 침대 가장자리로 돌아간다. 잠들 수 있으면 잠들고, 그렇지 않으면 못 자는 쪽으로. 어느 쪽이든 오늘의 나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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