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논픽션의 에필로그
글쓴이
ㅇㅇ
추천
8
댓글
4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410045
  • 2021-12-06 14:31:25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354774

스미쿠쿠 ss


7be9887fb7876cf268e982b11483716488c70cd6a2a262a73b8f983368773e1088bedf59ba5ef6e6a52aac37c03df0818e4ca608e9ec57f1211150f7a37e473c129c8da6469f52c95ecbfb1d7b86f415afa1aee8d15b633bc8e12ea38a476fb3543a8e74fa44484a097fb25f19894ba0b27300cc10bf025d741ff37b477b1cc60c49a8c3f57c20bfe7fd655b4b8900e59f3e224df440266ad6f53eb50e45cc7a99a14700019e478366c3af4682337eeea4b3da5a9f71b8fdb3b4b21d0b80c9e72726cccd5fc550b5e48b47b38eed5b3878c6412b7dfaa5b60873cf8e8a79e4e0962a07dd5dc52492


혹은 두 사람의 프롤로그

----


 요즘 쿠쿠의 모습이 이상하다.
 그 위화감을 깨달은 것은 아마 러브라이브 지역 예선을 끝낸 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뭐가 어떻게 이상하냐고 하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상하다면 이상해.
 
 

×

 예를 들면 그래, 어제 있었던 이야기.
 동아리 활동 중의 작은 휴식. 각자 수분이든 뭐든 보충하고 있을 때였다. 모두를 따라 나도 지참한 물병에 입을 대고 있었다.
 그 때,
「스미레」
 쿠쿠가 짧게 나를 불렀다.
「응?」
 일단 입을 떼고 고개를 돌리자 쿠쿠는 이쪽을 외면한 채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뭐야.
 고개를 갸웃하고 물음표를 띄우자 쿠쿠는 곁눈질로 나를 바라봤다.
「물병을 부실에 두고 왔습니다. 한 입만 주십시오」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저긴데 갔다 오면 되잖아. 설마 그럴 체력도 안 남은 거야?」
 조금 심술궂게 말하자 쿠쿠는 뚱한 얼굴로 머리를 흔들었다.
「틀렸습니다. 그냥 귀찮을 뿐입니다」
 뭐야 그게.
 나는 미간에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다.
「그게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야?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 온 선배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됐으니까 내놔요, 입니다」
 ……되어있지 않네.
 그녀의 목소리에는 묘한 압력이 있어서 저항하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 나는 일단 물병을 건네기로 했다.
「자 여기. 다 마시지 마」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바보가 아니에요」
 아 그러셔.
 귀여운 구석이 없다니까.
 계속 재촉하길래 목이 많이 마른 줄 알았는데, 어쩐지 쿠쿠는 바로 입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어딘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가만히 입을 노려보고 있다.
「뭐해?」
 의문이 그만 입에 붙었다. 그러자 쿠쿠는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스미레, 여기에 입을 대고 마셨습니까?」
 뭐어?
 의미를 알 수 없어 기가 막히다는 투로 대답한다.
「내 물병이니까 입 대는 게 당연하잖아. 방금도 마셨고. 못 봤어?」
「네네 알겠습니다, 请更简单地回答(더 간단히 대답해주세요)
「어, 뭐, 응」
 떠밀려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중요한 부분은 우리말로 해 좀.
 내 대답에 납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쿠쿠는 「그럼 됐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서야 물병에 입을 댔다.
 꿀꺽꿀꺽 목을 울리는 그녀. 목이 진짜 말랐던 것 같다.
 이윽고 수분이 채워졌는지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고 다시 병 입구를 흘끗 보고는,
「감사합니다」
 하고 선뜻 물병을 돌려주었다.
「어, 응. 천만에」
 뭐야…… 그게 끝?
 그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치사토가 손뼉을 쳤다.
「그럼 다시 연습하자! 모두 제자리로!」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쿠쿠의 표정도 평소와 같은 쾌활한 미소로 돌아가서,
「네! 기합 넣고 하는 겁니다!」
 라며 씩씩하게 연습으로 돌아갔다.
 혼자 출발이 늦은 나.
 그 뒤로 왠지 어색해서 물병에 입을 댈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어제의 이야기.
 하지만 위화감을 느낀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이건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난 건데, 언제였더라………… 맞아, 사흘 전!
 
 

×

 우리 학교는 여고로, 학생은 물론 교직원도 여자밖에 없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을 때는 대부분 교실이나 부실에서 그대로 갈아입는다. 일단 탈의실은 있는 것 같지만, 아마 거의 쓰지 않을 거다. 적어도 난 사용한 적이 없다.
 나와 쿠쿠가 소속된 스쿨 아이돌부도 그 예에서 빠지지 않고, 연습복으로 갈아입는 것은 부실 그대로 하고 있다.
 그날은 우연히 쿠쿠와 둘이서 옷을 갈아입게 된 셈으로, 다른 애들은 먼저 갈아입거나 늦거나 해서 맞지 않았다.
 뭐 여자끼리니까 새삼 신경쓸 것도 없어서 나는 평상시처럼 옷을 갈아입었다. 쿠쿠도 묵묵히 갈아입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교복을 다 벗었을 때의 일이다.
 이제 연습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유난히 강한 시선을 느꼈다.
 ……뭘까.
 신경이 쓰여서 시험 삼아 돌아보니, 거기에는 어딘가 신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쿠쿠의 모습이.
「뭐, 뭐야」
 그만 흘러나온 당혹감에 쿠쿠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어서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심코 가슴과 배를 팔로 가렸다.
「뭐, 뭐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면서도 재는 듯한 눈빛은 변하지 않는다. 옷 치수 같은 것 때문에 닿은 적도 있지만, 이때는 이상한 한기가 들었다.
「내, 내 몸에 뭐 묻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잠자코 있으세요」
「뭣……」
 왜 내가 혼나야 되는 건데.
 그 뒤로도 말없이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나는 몸에 열이 서려 있는 것을 자각했다. 쇼 비즈니스 세계에 살고 있고, 바로 얼마 전에는 센터도 경험하고, 남의 눈에 띄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을 텐데…… 이상하네.
 설마, 저 녀석한테 보이고 있어서……!?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래봐야 상대는 쿠쿠. 이제 와서 긴장이란 있을 수 없어.
「뒤로 돌아봐 주시겠습니까?」
「아, 넵」
 반사적으로 따르고 말았다.
 가만히 시선이 꽂히는 걸 느낀다. 그것은 이미 아플 정도여서, 묘하게 거북하다.
 그렇달까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이젠 한계!
 그렇게 말을 꺼내려 하는데,
「감사합니다. 이제 괜찮아요」
 하고 갑자기 끊겼다.
 나는 순간 뒤돌아봤다.
「진짜! 뭐라면 뭐야!」
 쏟아지는 궁금증을 가슴에 묻고 나니, 쿠쿠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스미레도 얼른 갈아입으세요~」
 라며 허겁지겁 부실을 떠났다.
 ……아니, 거짓말이지?
 남은 것은 갈 곳을 잃은 물음표와 속옷차림의 나뿐.
 진짜로, 뭐라면 뭔데.


****


 그런 일을 겪고 나자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일말의 공포를 느꼈다. 혹시 내가 자각 없이 무슨 짓을 저질렀던 게 아닐까. 그래서 쿠쿠는 나를 더욱 심혈을 기울여 괴롭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해 봐도 짚이는 게 없다.
 쿠쿠와 한바탕 말썽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지역 예선 직전이었다. 위화감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그 뒤니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진짜로 아무 일도 없다. 나는 평소대로 지냈고, 쿠쿠도 평소대로 지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애들의 의견을 모집하기로 했다. 세 명이 모이면 뭐라더라. 네 명이 모이면 문수보살도 넘는다는 그거.
「쿠쿠 말인데, 요즘 나한테 이상하게 굴지 않아?」
 그렇게 모두에게 물어봤다.
 카논 왈,
「평소랑 다른 건 없어 보이는데. 변함없이 사이좋아서 부러워!」
 치사토 왈,
「둘은 그대로면 돼(라이벌이 줄어서 기뻐)!」
 렌 왈,
「금단의 문을 열어버린 걸지도 몰라요……」
 란다.
 카논은 둔하고, 치사토는 다른 뜻이 있고, 렌에 이르러서는 의미를 알 수 없다.
 삼인삼색의 회답은 얻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색이 다른 삼색이라 희미한 불안감마저 느꼈다.
 
 

×

 후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내 방 침대에 몸을 던지고 나는 투덜거린다.
 자각은 없고 타인의 눈도 믿을 수 없다. 답을 쥐고 있는 것은 본인의 가슴속뿐이다.
 그렇다면 할 일은 단 하나뿐.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
 조금 무섭긴 하지만, 신경쓰인다면 신경쓰이는 거다. 이대로 뿌연 안개 속을 헤매다 보면 더 깊은 골이 생길 것 같다. 가까워졌다 싶었는데 다시 떠나간다니 솔직히 좀 섭섭하다. 그 쪽이 더 무섭다.
 뭐, 뭐어, 딱히 그 녀석하고 엄청 친해지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건 착각하지 않도록.
「좋아」
 그렇게 결정했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행동으로 옮기자.
 몸과 함께 내던진 옆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빠르게 메시지 앱을 연다.
 쿠쿠는 어디 있을까……?
 기본적인 대화는 Liella! 그룹 채팅방에서 하니까 그녀와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개성 넘치는 아이콘들이 즐비한 채팅방들 중에서도 쿠쿠와의 채팅방은 특히 아래쪽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것은 두 달 전. 별것도 아닌 이야기의 끝은 내 적당한 이모티콘이 채우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보면 우리는 그다지 친하지 않을지도…….
 아니, 안 된다면 안 돼. 비관할 때가 아니야 스미레. 신경쓰면 지는 거야.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그것은 통감하고 있잖아.
 그럼 첫마디.
 뭐라고 보낼지 약간 망설이다가 결국 스트레이트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나 너한테 뭐 했어?』
 ……너무 직설적이었을까. 글만 보면 조금 시비조로 보인다. 이건 좋지 않다. 황급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공작 이모티콘을 추가.
 나머지는 느긋이 기다리자. 그러면서 핸드폰을 껐더니 바로 알림음이 울렸다. 동시에 화면이 켜져 그녀의 답신을 알린다.
 어머, 의외.
 예상외로 빠른 답장에 놀라면서 메세지를 훑어보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입니까?』
『아무것도 안했습니다만』
 란다. 홍두깨라는 단어도 알고 있었구나. 나도 잘 안 쓰는 걸.
 그런 그녀의 어휘력에 감탄하면서도 답장을 한다.
『진짜로?』
『그런 것치고는 요즘 나한테 좀 괴상할 정도로 달라붙는 거 아냐?』
 바로 읽음 표시가 뜨고,
『정말입니다. 스미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래무지벌레 그대로예요』
『그리고, 「괴상」 ← 이거 모르겠어요」
 역시 모르는 단어도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은 좀 귀엽지만, 모래무지벌레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다른 말로 고쳐서 나는 보낸다.
『이상하다고 한 거야』
『물병(水筒) 빌려줄 때라든가, 옷 갈아입을 때라든가』
『뭔가, 평소의 너같지 않았어』
 혹시 모르니까 「물병」에 한자를 달아줬다. 나도 참 마음 씀씀이가 곱다니까.
 그랬더니 쿠쿠,
『물병은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십니까.
 연달아 답장이 온다.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건 평소 쿠쿠의 모습 그대로예요』
 어딘가 고집스러운 대답.
 이대로라면 평행선이 될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시험 삼아 해보기로 했다.
『그게 평소 쿠쿠?』
『그럼 넌 항상 내가 옷 갈아입을 때 쳐다봤다는 거야?』
『혹시 나 좋아해? ㅋㅋ』
 어때. 이러면 긍정할 수 없지?
 그만 입가를 풀고 답장을 기다린다.
 이미 읽음 표시는 금방 떴다. 하지만.
 …….
 …….
 ……어라?
 답장이 안 온다.
「무슨 일일까」
 그렇게 고민할 만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고민해도 곤란하다.
 그래서야 마치, 나를…….
 …………어, 뭐야?
 그런 느낌?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쿠쿠가 나한테 그런다니 말도 안 돼. 쟤는 한결같은 카논의 신도 아냐. 그래 맞아, 내 답장이 맘에 안 들어서 삐쳤을 뿐이야.
 그래그래.
 말도 안 된다면 말도 안 된다고!
 왠지 얼굴이 확 뜨거워져서 털어내듯 머리를 흔든다.
 빨리 답장 보내!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화면에 달라붙어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통지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체감 상 30분. 현실은 10분.
 마침내 삐롱-하고 귀여운 소리가 났다.
 답신이다.
 켜진 화면에 담긴 메시지에 쭈뼛쭈뼛 눈길을 옮긴다.
『항상 보던 건 아니에요』
『최근입니다』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요』
『그 정체를 잘 모르겠어서』
『좋아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
 모른다니 대체 뭐야……!
 뭐라면 대체 뭔데!!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말은 보통이라는 거야? 잠깐,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보던 거야? 신경쓰인다는 게 뭐야? 그 정체는 밝혀도 좋은 거야??
 몰라몰라 모르겠어 모-르-겠-어!!
 핸드폰을 침대에 내동댕이치고 머리를 감싸쥔다. 정보량이 너무 많다. 이런 건 처리 못해.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대답을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읽음 표시도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황은 엉뚱한 곳으로 돌기 시작한다. 긍정하든 부정하든 내일 볼 낯이 없어!
 반고리관이 당할 정도로 돌았더니 또 알림음이 울렸다. 이제는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소리로 들려서 순간 스마트폰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건 그것대로 그녀의 기분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흠칫거리며 스마트폰을 잡고 화면을 들여다본다. 나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쿠쿠에게서 온 메시지.
『스미레』
『내일 연습 뒤에 얘기해요』
『떨떠름한 채로 있으면 쿠쿠 기분 나빠요』
『연습이 끝나면 방에 남아주세요』
『도망가지 말아요』
 결국 호출을 받았다.
 문자뿐인데도 압박이 상당해 모른 척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
 반쯤 결투를 신청한 것 같은 심정으로 각오하고 앱을 열어서,
『알았어』
『연습 뒤를 기대할게』
 실상 있지도 않은 긍지를 뽐내고 말았다.
 읽음 표시는 떴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것이 암묵의 양해라고 이해하고 나는 스마트폰을 닫았다.
「저질렀다아아아아!」
 쌓아둔 무언가가 폭발한 것처럼 목소리가 나왔다.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확실히 자신. 그러니 이것은 시원할 정도로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그래도, 거센 파도의 전개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얘기라니, 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쿠쿠의 기분이라니 뭐야.
 그거 물어봐도 괜찮은 거야?
 되돌릴 수 있는 거?
 아니아니, 현 시점에서 리셋은 불가능해.
 자문자답을 거듭하다 지친 나는 침대에 그대로 엎드렸다.
「이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이쯤 되면 그냥 될 대로 되라지. 도깨비가 나올지 뱀이 나올지. 무엇과 대치하더라도 받아들일 뿐.
「어디…… 한번 해봐……」
 묘한 해방감에 휩싸여 갑작스러운 수마가 나를 엄습했다.
 진짜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긴장 속의 이튿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수업에도 연습에도 열중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주문을 외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고, 점심시간의 잡담도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고, 치사토의 지도도 한심하지만 귀에 안 들어온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빨리 흐르고,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서 빠르게 고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때가 왔다.
 얼추 댄스 레슨을 끝내고 치사토가 경쾌하게 외쳤다.
「자!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어!」
 강도 높은 연습의 반동을 받으며 치사토를 제외한 모두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으로 땀을 훔치거나 수분을 보충하거나, 저마다 임시방편의 안식에 젖었다.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린 나도 미네랄을 구하기 위해 물병에 입을 댄다.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살아왔다고 해도 치사토의 레슨은 너무 빡빡하다. 이만큼 하고도 숨이 별로 흐트러지지 않다니, 그녀의 피지컬은 역시 괴물이다.
 물병에서 한번 입을 떼고 나는 곁눈질로 쿠쿠를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하루종일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저 녀석 때문이다.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어려운 이야기.
 연습 중에는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쟤는 긴장 같은 거 안 했을까.
 곁눈질로 시선을 돌려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초가 된 쿠쿠를 발견한다. 벌렁 나자빠져서 쿠쿠는 카논의 무릎을 빌리고 있다. 카논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런 쿠쿠의 머리를 부채로 부채질하고 있었다.
「피-곤-해-죽-겠-습-니-다~」
「그래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그러고 보니 태도가 이상해지고 난 뒤로 저 녀석은 내 무릎을 쓰지 않게 되었다. 딱히 써줬으면 하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조금--
 --아니, 뭐야, 지금.
 저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었더니, 작은 가시가 박힌 것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싫어, 뭐야 이 기분.
 뭔가 엄청, 기분 나빠.
 --아니아니아니 기다려기다려, 나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저 녀석이 카논의 신도인 것 따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저 녀석이 카논에게 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한 거야!!
 솟아오르는 미지의 감정을 억누르듯 나는 다시 수분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목을 울린다 해도 후련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고 있다. 지금 울리는 고동은 긴장했을 때의 그게 아니다. 좀 더 마음속 깊은 곳. 내가 모르는 감정이다.
 그러던 차에 쿠쿠가 몸을 이쪽을 향해 홱 넘어뜨렸다. 멋대로 당황하고 있는 나와 기묘하게도 눈이 마주치고 만다.
 그러자 쿠쿠는 순간 차가운 표정을 했다. 방금까지 카논에게 지어 보이던 황홀하게 비치는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그 눈빛은 어딘가 회의적이다.
『좋아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겠어요』
 의아해하는 눈에 비쳐 문득 어젯밤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분명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얼굴을 보고 들은 것도 아니니까 진위를 가리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다.
 만난 지 아직 얼마 안 됐지만 거짓말을 할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자기마음에 솔직하다. 그래서 『그날』도, 정면으로 나를 인정해주었다.
 그런 쿠쿠가 「모르겠다」고 했다. 마음의 정체를 모르겠다고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 차례다. 고민하던 나를 도와준 보답을 해주자.
 카논을 향한 눈을 보면 안다. 해답은 거의 보이는데 내 존재가 혼란을 낳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해치워 주겠어.
 금방 알려줄게. 나에게 마음 같은 건 없다는 것을.



×

 방에 돌아와서 모두 옷을 갈아입고 해산 분위기(참고로 쿠쿠의 시선은 느끼지 않았다). 저마다 가방을 매고 돌아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 따위를 꽃피우는 와중, 나와 쿠쿠는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만 돌아가려던 카논이 입구 근처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너희는 안 가?」
「네」
 쏜살같이 대답한 것은 쿠쿠다.
「스미레와 할 말이 있어서 좀 남으려고요. 싫지만」
 싫은 거냐고.
 나도 적당히 대꾸해준다.
「그렇게 됐으니 다들 먼저 들어가 봐. 사실은 나도 돌아가고 싶지만. 싫으면 싫거든」
「그럼 돌아가면 됩니다」
「네가 불러낸 거잖아」
「그런 소리 한 적 없습니다」
「너 무슨 소릴--」
 열을 올리려 하자 카논이 말리러 들어왔다.
「자자, 둘 다 진정해? 무슨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빨리 어두워지니까 조심해」
 그렇게 말하며 우리에게 상냥하게 미소를 짓는 카논. 그 얼굴은 마치 성모의 그것이다.
「마리아님입니다……」
 이미 입에 담는 녀석도 있다. 쿠쿠지만.
「그럼 먼저 갈게. 둘 다 수고했어」
 작별의 말을 남기고 세 사람은 방을 나갔다. 떠날 무렵 렌이 「혹시 금단의 문을……!」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것은 못 들은 것으로 한다.
 남겨진 우리. 어느 쪽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어색한 정적이 감싼다.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노랫소리는…… 성악부일까. 가지런한 화음은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해줬다.
「스미레」
 정적을 깬 것은 쿠쿠였다.
「오늘은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그런 건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남은 거잖아」
 대답하자 쿠쿠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하는 확인입니다. 모래무지벌레는 뇌가 작아서 잊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한 것뿐이에요」
「여러모로 쓸데없어」
「시끄러워요」
 꽁한 표정으로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번에는 내 쪽에서 말을 꺼낸다.
「쿠쿠. 어제 얘기 말인데, 그건 그냥 농담이야. 그러니까, 그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외면한 채 쿠쿠는 대답한다.
「농담인 것은 알고 있지만, 왠지 걸립니다. 스미레를 보면 이상하게 조바심이 납니다」
 그건--
「--그냥, 내가 싫어서 그런 거야」
「아닙니다!」
 탕! 하고 책상을 치며 그녀는 튕겨나듯 일어났다. 흠칫한 나를 무시하고 쿠쿠는 계속한다.
「그런 게 아닙니다! 약한 모습의 당신을 보고 있을 때도 분명 조바심이 났지만, 지금 쿠쿠의 『여기』에서 맴돌고 있는 조바심은 그런 것과는 달라요!」
『여기』라고 한 부분에서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한다. 내 안에 있는 답답함을 한 번 내던지고,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런 건 분명 착각이야. 내 말에 현혹된 일시적 혼란, 버그, 에러. 그러니까 네 가슴에 다시 물어봐.
 너는 나에게 그런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아. 그냥 솔직하게 카논만 보면 돼」
「어째서……!」
 그녀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진다.
「어째서 지금 카논이 나오는 겁니까!」
 어째서라니…… 그야 당연하잖아.
「너는…… 카논을 좋아하니까」
「--!!」
 그녀는 한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눈썹을 붙이고, 그 눈빛에 뚜렷한 분노를 머금는다.
「멋대로 말하지 마세요! 모래무지벌레가 뭘 안다고 그럽니까!
 카논을 보고 있을 때의 기분과 스미레를 보고 있을 때의 기분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알아!」
 의자를 튕기고 일어선다. 그만 터져 나온 목소리에 쿠쿠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허점을 찌르듯이 다그친다.
「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 쿠쿠, 넌 절대로 카논을 좋아해! 그렇게 알기 쉽게 행동하면 내가 아니라도 알 수 있어!」
 말을 철저히 때려박기 위해 힘차게 쿠쿠를 가리킨다.
「이상한 소리는 그만 쫑알대고 이제 그만 자기 감정에 솔직해져! 답은 바로 거기에 있잖아!? 모르는 척 하지 말고, 빨리 끝을 내!!」
 내 외침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녀는 고개를 푹 떨궜다. 표정은 그림자가 져서 잘 읽을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웃고 있는 것 같아……?
 이윽고 그녀는 불쑥 말했다.
「……好的好的(그래요, 그렇습니까)
 마음 없는 표표한 톤으로 쿠쿠는 더듬더듬 중얼거린다.
「你不认识一个人, 你可以说任何你想说的话(남의 기분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뭐라는 거야……?
「你不知道我有多挣扎(쿠쿠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스미레는 모르는 거죠)
 중얼중얼 계속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미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没关系的. 在这种情况下, 如你所愿(뭐 됐어요. 그렇다면 바라시는 대로)
「저기, 이제 좀 알아듣게--」
 조심조심 말을 걸었더니,
「--바라시는 대로, 끝을 내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도깨비 형상이 이쪽을 향했다. 「히익!?」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스미레!」
 미간에 깊은 계곡을 만들고 그녀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순간 쏟아진 압력에 숨을 삼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세 박자 정도 사이를 두고, 그녀는 이윽고 결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쿠쿠에게 『고백』하세요!!」
「…………」
 ………….
「…………뭐?」
 오랜 시간에 걸쳐 입에서 겨우 나온 것은 단 한 음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 소리에 내 모든 감정을 담았다.
 얘 지금…… 뭐라고 했어? 설마 『고백』이라고 그랬나? 아니아니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다. 그걸 대비해서 나는 물어보기로 했다.
「쿠쿠,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상한 말 안 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제발 잘못 들은 거라고 해줘.
 기도를 마음으로 덧붙였고, 쿠쿠는 가슴을 펴고 당당히 대답했다.
「못 들었다면 다시 한 번 말해드리죠!
 헤안나 스미레! 지금 여기서! 쿠쿠한테 『고백』하세요!!」
 이게 만화라면 배경에 번개가 쳤을 거다. 이미 내게는 그것이 보였다. 그 열량과 기세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대답한다.
「왜, 왜 내가 그런 걸 해야 하는 거야!? 의미불명이라면 의미불명!!」
「끝을 내라고 해서 따랐을 뿐입니다! 이 기분을 정리하려면, 이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래서 고백하라고!? 그건 너무 나갔잖아!」
「그럼 스미레는--」
 그 눈동자에 순간의 근심이,
「스미레는, 쿠쿠를, 싫어합니까?」
「그, 건……」
 말문이 막혔다. 조금 전의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깨어난다.
 고백 같은 것을 하면, 반드시 이 『감정』에 이름이 붙는다.
 그놈이 얼굴을 내밀지 않도록 나는 필사적으로 받아친다.
「넌 별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뭐든 어때. 아무 생각 없어. 좋아의 반대가 싫어라니 너무 극단적이잖아」
「뭐든……」
 쿠쿠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문득 눈에 비친 주먹은 힘껏 움켜쥔 채여서 뭔가를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쿠쿠는 그 무언가를 떨쳐버리듯 언성을 높인다.
「뭐든 어떻다면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면 스미레에게 데미지는 없지 않습니까!
 겁쟁이 스미레는 『그 무대』에 두고 온 게 아니었습니까!? 계속 그렇게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얼른 쿠쿠에게 고백하세요!! 이 모래무지벌레!!」
 마지막 외침에 순간 울컥했다. 어디선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내 마음?
 쿠쿠의 기분?
 좋아? 싫어?
 그런 거--뭐든 어때.
 사실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진 참.
 이 고백이 진짜가 되든 거짓이 되든 이걸로 끝난다면 이제 됐다.
 그런 것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바보취급 당한 채 끝나는 게 난 가장 용납할 수 없어!
「해 줄게」
「겨우 그럴 생각이--」
 쿠쿠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선다.
「--어?」
 흠칫 놀라는 쿠쿠. 그대로 그녀는 내게서 도망치듯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쿠쿠도 멈추지 않는다.
 머지않아 벽에 부딪쳐 쿠쿠는 옆으로 도망치려고 한다.
 그래서 벽에 세차게 손을 짚어 그 길을 막았다.
 한쪽은 벽, 다른 한쪽은 내 팔. 구석에 잘 몰아넣어 쿠쿠의 퇴로는 완전히 끊겼다.
「스, 스미레……?」
 쿠쿠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 작았구나 하는 생각이 이때서야 들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보다 목소리는 분명히 떨리고 있었다. 뺨도 발그레해져 오늘 처음 수줍음을 내비친다.
 이 녀석…… 가까이서 보니 역시 귀엽네.
 그쪽의 피가 진해서인지 얼굴형은 보기보다 다르고, 살짝 젖은 하늘색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강도 높은 연습을 마친 뒤에도 윤기 나는 머리에서는 달콤한 향기까지 풍긴다.
 ……위험해.
 기세를 올려 봤지만, 역시 긴장된다.
 심장은 시끄러울 정도로 뛰고 숨도 찬다. 속에서부터 체온이 올라가는 감각을 느끼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게 된다.
「스미레?」
 발을 내딛지 않는 나에게 쿠쿠가 고개를 갸웃한다. 순진무구한 눈동자가 나를 쏘아 맞혀, 심장이 또 쿵쾅 뛴다.
 안되겠어.
 정말 안되겠어.
 역시 나는…… 나는--
「--나는, 쿠쿠가…… 좋아」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
 그 순간, 나의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름이 붙었다. 명료하지 않았던 기분에 선명한 색이 태어났다.
 알아버렸다.
 몰라도 될 감정을 나는 기억하고 말았다.
 이건 이제, 어떻게 해도 잊을 수 없는 녀석이다.
 한번 마음에 새겨지면 지워지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다.
 나는 이로써 정말 그녀를 좋아하게 돼 버렸다.
 쿠쿠…… 한 방 먹었네.
 이래서야 패자 확정 아니야. 역시 알고 싶지 않았어.
 허탈한 마음에 갑자기 되려 조금 웃음이 나왔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감정이지만, 「무슨 소리입니까」라며 웃어넘긴다면 금방 체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제야 쿠쿠를 보았다.
 그랬더니,
「아…… 아…… 아……」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뭐?
 ……거짓말이지?
「쿠, 쿠쿠?」
 무심코 말을 걸자 그녀는 확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와---------!!」
 하는 절규와 함께 힘차게 나를 들이받았다.
 뒤로 발을 디딘 나는.
「아얏!?」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쿠쿠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다음 말을 찾듯 입가가 작게 움직이고 있다.
 그 얼굴은 마치, 『알아버린』 얼굴 같았다.
 자기도 몰랐던 감정에 이름이 붙은 얼굴.
「쿠쿠 설마 너--」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 목소리를 지우려는 듯 쿠쿠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잠깐, 쿠쿠!?」
 어안이 벙벙해진 나를 두고 「그럼!」 하고 쿠쿠는 내 옆구리를 지나친다.
「기다려!!」
「--!」
 거듭되는 부름에 그녀는 문 앞에서 간신히 멈춰 섰다. 등 너머로 보이는 옆모습은 아직 살짝 빨갛다.
 등을 돌린 채 쿠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我对这一点一无所知(쿠쿠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떠날 때 보인 그 입가는 어딘가 떨리고 있었다.
 뭐냐구, 진짜.
 중요한 건 우리말로 하라니까.
 가슴에 손을 얹자 아직도 심장은 시끄러웠다. 알아버린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그 녀석을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에 보여준, 그 표정.
 역시 그 녀석은, 나를--
「……나도 가야지」
 답을 내리기 전에 나는 몸가짐을 다시 했다.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창문 높은 곳에는 반쯤 기운 달이 보였다. 그것은 남겨진 나를 상징하는 것 같아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ㅇㅇ 112.152 2021.12.06 14:41:46
그뤼에페 개추 2021.12.06 14:44:03
ㅇㅇ 와... 너무좋아 59.9 2021.12.06 14:56:14
さゆりん 뒷부분어디갔어!! 2021.12.06 15:36:5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4410068 일반 (양덕센세) 치카는 사실 천재? 2 ㅇㅇ 118.235 2021-12-06 4
4410067 일반 오늘부터 좆망겜 이벤인가 3 모닝글로리 2021-12-06 1
4410066 일반 잔다 17 5센치 2021-12-06 0
4410065 일반 짤녀5센이면 밤샘 28 ヨハネサマ 2021-12-06 0
4410064 일반 니들 왜 누마즈 이야기함? 1 탱탱볼 2021-12-06 0
4410063 일반 갤방없냐 8 수업시간그녀 2021-12-06 0
4410062 일반 누마즈 음식중에 가장 실망했던게 쓰까임 7 밥돼지하나요 2021-12-06 0
4410061 일반 누마즈 사진은 있는데 열기 귀찮다 1 전속전진 2021-12-06 0
4410060 일반 짤녀 귀여우면 밤샘 8 마리골드 2021-12-06 0
4410059 뉴짤 안쨩 브마 새로 떴었네 1 いなみん 2021-12-06 2
4410058 일반 코코마지 체력 왤케빡셈 3 ㅇㅇ 223.62 2021-12-06 0
4410057 일반 엄선짤 올림 8 으유 2021-12-06 4
4410056 일반 6그램 생존 / 사망카드 (수시갱신중. 제보받음) 누마즈앞바다돌고래 2021-12-06 3
4410055 일반 또또 장문병 도졌다 12 지나가던요소로 2021-12-06 0
4410054 일반 님들 딱지 왜그럼 36 그뤼에페 2021-12-06 0
4410053 일반 좋은 밤이에요 43 치엥 2021-12-06 0
4410052 일반 미아쟝 생일기념가챠 막차탄다 10 킬러 퀸 2021-12-06 0
4410051 일반 학교 근처 의문의 성지 16 불꽃놀이. 2021-12-06 2
4410050 일반 물하 34 그뤼에페 2021-12-06 0
4410049 일반 이노래 이름 뭐임? 7 루비듐 2021-12-06 0
4410048 일반 오늘 스마 눈나니까 못받은사람 ㄱㄱ 4 한센루 2021-12-06 0
4410047 일반 공장으로 눈이 피곤한 갤럼들을 위해 9 니코냥 2021-12-06 0
4410046 일반 자기 전 듣기 좋은 노랑이 화음 킷카와미즈키 2021-12-06 0
> 번역/창작 ss 번역) 논픽션의 에필로그 4 ㅇㅇ 2021-12-06 8
4410044 뉴짤 야붕이 뉴인스타 8 SServ 2021-12-06 14
4410043 일반 공장도 끝나버렸네 밥돼지하나요 2021-12-06 0
4410042 일반 퇴근이다! シュモエド 2021-12-06 0
4410041 일반 2시간정도요??? 전속전진 2021-12-06 0
4410040 일반 마작 1타강사 마츠우라 1 シュモエド 2021-12-06 0
4410039 일반 아이사카 메구미 vs. 아이메모 시절 사가라 4 シュモエド 2021-12-06 0
4410038 일반 구형 공장장이랑 닮았다는 그라비아 아이돌 8 피망맨* 2021-12-06 0
4410037 일반 구글에 검색하니깐 벗은 사진같은게 나오는데;; 4 리캬코 2021-12-06 0
4410036 뉴짤 아카링 뉴인스타 1 SServ 2021-12-06 10
4410035 일반 너무 미워하지말아죠 요우극오시 2021-12-06 0
4410034 일반 Liz 센세) 키랏! 요시코 3 유메미코 2021-12-06 10
4410033 일반 쓰읍.. 하아 윗공기 냄새 2 요우극오시 2021-12-06 1
4410032 일반 공장장 예쁜짤 2 타카사키아유무 2021-12-06 1
4410031 일반 니지동이 @같은 럽라라.... 12 ㅊㅇㅂ 2021-12-06 4
4410030 일반 곧 최애가 연하가 되는 성우 1 シュモエド 2021-12-06 0
4410029 번역/창작 [축전]미아쨩!! 생일 축하해~!!!! 5 그레이트삐기GX 2021-12-06 16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