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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사랑을 밝히다 -1-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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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392973
  • 2021-11-20 17:27:55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046357

시즈카스. 총 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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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싶다. 나를 좋아하는, 너를.

----



1


 바다는 파랬다.

 바다가 파란 이유는 하늘을 비추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그녀에게 들었다. 그때는 흐음, 같은 말밖에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이 하늘빛 바다에 친근감마저 느꼈다.

 해안 녹지 돌계단에 손수건을 펼쳐 놓고 그 위에 걸터앉는다. 바로 눈앞의 바다는 매립지로 둘러싸여 좀 갑갑해 보인다. 왼쪽으로는 우리 학교가 보인다. 녹지에는 나밖에 없었다. 잔잔하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참으로 평온했다. 그녀가 사는 곳이라면 파도 소리가 좀 더 들리기라도 할까.

 해수면에 반사된 빛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자신이 있음을 깨닫는다. 오늘 아침부터 몇 번이나 거울을 보고 있는데, 몇 번이나 괜찮다고 자신에게 타일렀는데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이상하지 않으려나」


 가볍게 머리를 빗던 왼손에 문득 딱딱한 것이 닿았다. 약간 왼쪽 앞머리에 단 그것을 만져서, 손가락으로 달과 별을 본뜬 첨예한 윤곽을 덧그린다.

 그녀에게 받은, 소중한, 너무 소중한 선물.


「혹시, 그땐 별로……」


 혼잣말이 비릿한 바닷바람에 빨려 들어간다.

 머리에서 손을 뗀다. 괜찮아. 그녀라면 어떤 나라도 귀엽다고 말해 줄 거야.

 귀엽다고 듣는 것은 좋아한다. 지금 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의식 과잉? 알게 뭐야. 어차피 다 누구든 마음속으로는 칭찬 받고 싶어하면서. 그런데 마치 안 그런 척 점잔 빼고 겉모양을 꾸미는 거지. 나는 단지 그러지 않을 뿐. 그래서 나는 가슴을 펴고 말한다. 누구든 좋으니 귀엽다고 듣고 싶어.

 하지만 그녀에게 듣는 그 말은, 다른 것과는 조금 달라서.

 그녀가 귀엽다는 말을 할 때마다, 평소의 승인 욕구가 충족되는 기쁨이 아니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듯한 느낌에 빠진다.

 아마 그건 「귀여워」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녀에게」 들어서 그런 걸까.

 같은 생각을 하는 사이.

 ……왔다.

 푸른 바람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녀다.


「좋은 아침, 카스미 양. 빠르네」

「시즈코가 느린 거야…… 좋은 아침」


 뭐어~? 라며 싱글벙글 다가오는 시즈코.


「아직 약속시간 훨씬 전인데? 그것도 30분이나」

「그건 그렇지만」

「카스미 양, 오늘 데이트 기대해 줬구나」

「그건----그렇지만」

「후훗, 고마워」


 시즈코는 정말로 기쁜 듯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맘에 안 든다.

 맘에 안 들지만, 순간 두근거리고 말았다.


「……그러셔. 그건 그렇고 왜 여기서 만나자고 했어? 역 같은 데면 되잖아. 시즈코도 그게 편하지?」

「괜찮아! 데이트 플랜은 나한테 맡긴다고 했지, 카스미 양?」

「우으……」


 그것은 진실.

 이번 휴일에 같이 놀자고 한 사람은 나.

 그래, 어디 갈까, 하고 두말없이 대답한 것은 시즈코.

 시즈코가 골라도 돼, 라고 말한 것도 나.

 어, 하지만 그러면 카스미 양이…… 라며 미안한 듯이 있던 것은 시즈코.

 괜찮아. 시즈코가 가고 싶은 곳에 나도 가고 싶어. 그렇게 딱 잘라 말한 것도 역시 나.


「그리고……」

「그리고?」

「첫 외출은 여기서부터 시작하고 싶었거든」


 그녀는 비밀을 하나 밝히는 것처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상당히 들떠있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이 장소에서 그녀의 그런 얼굴을 볼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나마저 서서히 기뻐진다.


「……시즈코는 그런 부분에 신경 쓰는 타입이구나」

「로맨티스트라고 해 줄래?」


 로맨티스트라. 그거 좋네. 시즈코와 딱 어울린다.


「그럼, 갈까? 카스미 양」

「응」

「그래! ……아, 이런. 잊고 있었어」

「응?」


 걸어가던 시즈코가 이쪽을 휙 돌아본다.


「오늘도 귀여워. 카스미 양」


 빨갛게, 분명 빨갛게 된 내 얼굴을 한차례 바라본 뒤 시즈코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왼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왠지 분해서, 소리가 짝 하고 날 정도의 기세로 시즈코의 손을 낚아챘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무런 앙갚음이 되지 않은 것은, 바로 뒤에 들린 「정말, 아프다니까 카스미 양」이라고 하는 목소리의 높이와 억양으로 곧 알려졌다.

 하아, 그건 그렇고.

 나도 상당히 그녀에게 물들었구나.

 뭐 그래도.

 괜찮으려나, 이 정도.



2


 나와 시즈코의 관계가 바뀐 것은 아직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은 정도의 일이다.

 처음 일이 일어났던 날이 금요일이었던 것은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 뒤 토요일과 일요일,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이틀은 어떻게 해도 잊을 수 없으니까.

 약 한 달 전 금요일.

 나는 시즈코에게 고백받았다.


 그날 방과 후. 연습도 모두 끝난 후였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대부분은 금방 귀가하지 않고 수다를 떤다. 시시한 잡담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잡담은 아니다. 뜻밖에 아이디어가 나돌기도 하니까 항상 안테나를 높여 들을 가치가 있다.


「……그런데, 1인칭이 『나』인데 어떻게 봐도 여자 시점인 노래도 있잖아」

「그건 단순히 노래 가사에 있어서 『나』라는 게 젠더리스한 1인칭이라는 게 아닐까?」


 그 날의 화제는 러브송에 대해서……였지만, 역시나 여자들 간의 대화, 어느새 탈선해서 모두 원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으려 하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공감할 수 있게 한다는 거?」

「듣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

「반대로 여자 아이돌 노래인데 남자 시점 같은 노래도 있잖아」

「아, 그러게」


 모두가 별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시즈코가 아까부터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그렇고 말야, 연애 경험도 없는데 러브송을 불러도 와닿으려나-, 하는 생각 안 들어?」

「어? 아이 씨 경험 없나요?」

「앗, 셋츠 잠깐!?」

「농담이에요」


 시끌벅적한 방 한가운데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석진 곳에서 시즈코는 한창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연극을 하고 있으니 좀 더 고민하고 있는 것을 숨긴다거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교묘하게 숨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리 잘 숨겨도 간파할 자신은 있지만. 단, 시즈코 한정으로.

 그러는 동안에 무리는 해산되었다. 시즈코의 쓸쓸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시즈코, 같이 가자?」

「카스미 양…… 응」

「…………」


 억지로 치켜올린 것 같은 입가가 애처로워 보였다.

 글쎄, 이번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너무 파고들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걸었다. 공부라든가 그날 있었던 일이라든가. 아직 어둡지 않은 황혼녘의 길을 평소보다 걸음이 더딘 시즈코를 선도하듯 나아갔다.

 하지만 학교 부지를 막 나서서, 내가 방에서 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자 상황이 달라졌다.


「……애당초 세츠나 선배도 아이 선배도 프로 의식이 없다니깐」

「……그래?」

「그렇다구! 그야----」


 나는 그때도 그저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아이돌은 연애 같은 거 해선 안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등에 들리던 시즈코의 발소리가 그쳤다. 어라? 하고 생각해서 돌아보니, 시즈코는 그 자리에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떨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그것을 들킨 것을 눈치채고 등을 돌리려고까지 했다.


「----시즈코!?」

「읏………」

「왜 그래!? 카스밍이 뭔가 말실수 했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상당히 당황해 있었다. 시즈코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시즈코는 완고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남에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울다니, 오기와 체면, 그런 것으로도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무엇이 가슴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 있었어?」

「…………」


 대답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그녀에게 닥치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려웠지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얘기 들어줄게」

「…………」

「일단 앉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금 억지로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사람이 적어 보이는 장소를 목표로 했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시즈코는 마침내 억눌러 죽였던 오열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길을 조금 벗어난, 바다 근처의 녹지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마침 돌계단이 있어서 시즈코를 앉히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숨만 쉬는 것조차 한숨으로 들릴까봐 겁이 났다. 곁눈으로 시즈코를 훔쳐보니 아직 오른손으로 눈가를 가리고 떨고 있었다. 왼손은 돌계단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손을 위에서부터 떨림을 억제하듯 잡았다.

 그녀에게 바짝 다가서면서 냉정해진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즈코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로 몇 분 전의 일을 회상한다. 시즈코가 심각한 표정을 지은 것은 아까부터였지만, 결국 댐이 무너진 것은 내가 부실에서의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였다. 연애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이야기가 시즈코의 예민해져 있던 부분을 도려내 버렸는지도 모른다. 혹시 연애사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미 누군가에게 차였다던가. 하지만, 아니,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즈코가. 게다가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특히 내가.

 잠시 후 시즈코는 울음을 그친 듯했다.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는다. 그리고 분명히 억지 웃음이라고 알 수 있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카스미 양. 미안해, 혼란스러워져서 그만. 이제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한다.

 뭐?

 설마 이런 마당에 숨길 셈이야?

 그렇겐 안 두지.


「거짓말쟁이」

「앗----」


 잡았던 손은 놓지 않았다.


「아직 뭔가 숨긴 표정이잖아. 말할 때까지 안 놓을 거야」

「아냐…… 정말로, 이젠 괜찮아」

「거짓말. 시즈코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시즈코가 돌아가도 나는 여기서 안 움직일 테니까」


 나는 나 자신을 인질로 삼았다. 어떡할래, 이제 곧 어두워지려는데. 친구를 이런 인적 드문 곳에 내버려두는 건 시즈코에게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 뒤, 처진 눈꼬리 그대로 후훗 하고 입가를 풀었다. 이번 미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미소로 보였다.


「……정말, 카스미 양은----다정하네」

「시즈코……」

「알았어…… 그래도 당장은 말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응. 기다릴게. 계속」


 시즈코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고는 다시 내 옆에 앉았다.

 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둥지로 돌아가는 까마귀 떼가 붉은 하늘에 얼룩진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시즈코는 옆에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심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심코 이쪽까지 긴장된다. 15분쯤 지났을까. 어느새 내 손을 맞잡아 쥐고 있던 시즈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시즈코?」

「저기 있지, 카스미 양」

「응」

「그게, 저기…… 나…… 말야」


 그녀의 입은 반쯤 열려 있어서 당장이라도 소리를 내려고 하는데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다시 눈물이 눈꼬리에서 흘러내릴 뻔한 것을 시즈코는 소맷부리로 한번 거칠게 닦더니 가냘픈 목소리로 쥐어짜듯 말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역시, 그런가.


「……그렇, 구나」

「…………응」


 나도 놀라고 있었다.

 그래도 이것으로 그녀의 눈물은 설명이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고민하는 판에, 내가 아이돌은 연애 엄금 같은 소리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사과해야지. 연애금지라는 게 진심이 아닌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내 발언이 계기가 되어 시즈코는 눈이 부었으니까.


「저기, 시즈코-----」


 미안하다고 말하려는데, 호흡이 멎었다.

 시선 끝, 긴 앞머리 너머로 보이는 새빨간 눈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계속해서 좋아했어.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했어.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말야……… 참을 수 없었어. 어떻게 해도. 하지만 좋아하게 될수록 불안도 커지고,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다들 연애에 대해 지나가듯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조차 힘들어. 모두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니까………… 그래도…… 그래도 난,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어」


 나는 시즈코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몰랐다.

 다음 순간까지는.


「그건 말야--------당신을 말하는 거야. 카스미 양」



3


「그런데, 어디 간다고 했었지?」


 전철에 흔들리며 그냥 앉아있을 뿐인데, 들떠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시즈코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좌석은 하나밖에 비어 있지 않았다.


「시모키타자와. 카스미 양이랑 가보고 싶었어」


 시모키타자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곳이야?」

「연극의 성지! 작은 극장이 여기저기에 있어」


 그렇구나. 역시 그런 느낌.


「아…… 정말로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해버렸는데, 괜찮아?」

「응. 시즈코와 함께라면 어디든」

「그, 그래」


 시즈코는 가방 끈을 쥔 손끝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발그레한 입가는 감출 수 없었다. 숨길 생각도 없는지 모르지만.

 가끔 전동차 문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응, 괜찮아. 다만 조금 지나치게 기합을 넣었나, 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언뜻 보아 나보다 멋을 부린 사람은 지금 타고 있는 차량에는 한 명도 없었다. ……대략 1명을 제외하고는. 시즈코 얘도 기합이 상당하다.

 뭐야? 그렇게 나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

 ……라던가.

 한 달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는 사이 목적지의 역 이름이 안내 방송에서 들려왔다.


「오, 내릴 차례인가?」

「응, 시부야 역」


 들뜬 모양으로 시즈코가 일어선다. 가볍게 두 발로 선 것은 좋은데, 그 순간 차량이 흔들리며 균형을 잃었다.


「꺄앗」

「엇차」


 순간적으로 양팔과 몸으로 시즈코의 몸을 받아낸다. 시즈코의 손이 내 팔을 잡고, 머리카락이 코를 스쳤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괜찮아?」

「으, 응. 고마워……」


 시즈코는 내 품 안에서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하고 눈으로 물었더니.


「요, 요즘 생각한 건데, 카스미 양, 이렇게 멋있었나……?」

「읏……?」


 그, 그런 말, 이렇게 가까이서 하지 마.

 둘이서 왠지 모르게 어색해져버렸다.


「…………아앗, 시즈코! 문 닫혀버려!」

「어? 아, 잠깐만요! 내릴게요! 기다려주세요!」


 아슬아슬하게 눈치챘다. 둘이 한 몸이 되어 허둥지둥 승강장으로 뛰어나갔다.


「----하아, 겨우 맞췄네. ……정말, 시즈코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 그건 카스미 양이」

「…………」

「…………」

「……아하하」

「……우후후, 아하하하」


 시즈코는 몸을 구부리고 웃는다.

 그 미소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은 좋은 날이다.



4


 그 금요일에 내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나와 그녀 사이에 오고간 대화----실제로는 나는 거의 말하지 못했지만----가 계속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어……?』

『미안해. 이런 말 들어도 곤란하지. 미안해』

『아, 아니』

『그래도, 멋대로 하는 부탁이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친구로 지내줬으면 좋겠어』

『…………』

『그럼 이만 돌아갈게. 그러니까 카스미 양도 잘 돌아가 줘?』

『……저……』

『……안녕. 또 월요일에 봐』


 시즈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큰일이네.

 이런 말 시즈코 앞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지만, 자기 방에서 한숨을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참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고 그건, 당신이야. 카스미 양.

 뭘 어떻게 고려해도 그건 사랑고백이다. 머리가 나쁜 나도 그건 알 수 있었다. 고백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는 그 감동을 음미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왜냐면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친한 친구에게 호의를 받는다니.

 그것도, 동성의 친한 친구에게.

 나는 우선 그 일로 무심한 일상이 갑자기 깨진 듯한 충격을 받았다. 여자한테 고백받았다. 그 사실에 대한 동요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만으로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 바람에 혼자 떠나는 그녀의 등을 나는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시즈코는,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내가 시즈코를, 예를 들면 혐오, 하거나 하는 일은, 빈말로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시즈코는 대답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못 들은 것으로 해달라는 듯한 뉘앙스마저 말끝에서 느껴졌다. ……못 들은 것으로, 하는 건가? 깊이 결심하고 한 말을----실은 내가 말하게 한 거지만----없었던 것으로. 시즈코는 정말 그걸로 괜찮을까. 그때의 일을 서로 잊은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행동하다니----그런 게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답은 순식간에 나왔다.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특히 나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 시즈코의 관계는 서먹서먹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싫다. 절대로 싫다. 그러니까 나는, 시즈코가 결말을 원하든 원치 않든 그녀의 고백을 흐지부지하게 만들지 말고… 끝장을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하지만 그건 그러니까, 역시----」


 시즈코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예스인가 노인가. 비록 노라고 해도, 즉 시즈코의 마음에는 응할 수 없다고 전해도, 응어리를 사이에 안은 채 시즈코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시즈코를 위해서도 훨씬 좋다고 생각됐다. 반대로, 만약 예스라면------


「……어?」


 뭘 예스라고 대답할 상정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야 답은 노로 정해져…… 있, 지?

 그치만, 나는 아이돌이다. 앞에 스쿨이 붙어있다고는 해도 연애는 금지. 그렇게 말한 건 나 자신이다. 나카스 카스미는 수천의 열광적인 팬과 수억의 잠재적인 팬 모두의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절대적이다. 게다가 그런 것에 넋을 놓고 있을 만큼 스쿨 아이돌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고.

 거기다…… 그렇지.

 거기다, 애당초 나와 시즈코는, 둘 다----


「……………읏………」


 왜 그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뒤를 말로 내뱉는 것은, 비록 그것이 마음속에서의 일이긴 해도, 강렬한, 상당히 강렬한 위화감에 의해 막혔다.


「……시즈코, 엄청 힘들어 보였지……」


 헤어질 무렵에 본, 눈물로 뺨이 거칠어진 시즈코의, 만들어진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시즈코는 그 말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얼굴을 그녀는 어떤 기분으로 보고 있었을까.

 나는 어쩌면 그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건지도 모른다.

 심장을 관통하는 것 같은 통증이, 그제야 나타났다.

 ……정했어.

 고민하자.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 오로지 시즈코를 위해 고민하자. 아직 무엇에 대해 고민할지조차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시즈코는 분명 나를 좋아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죽을만큼 고민해왔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이틀 동안은 그에 대한 답례로 하자. 그리고 또, 속죄를 위해서. 그런 중요한 말을 억지로 하게 만든 것은 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시즈코의 미래를 위해서. 내 머리로는 최선의 결론을 내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더 나은 답을 줄 수 있을 테니까.



5


 눈 깜짝할 사이에 막은 내렸다. 시즈코와 다른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나도 손뼉을 쳤다.

 내가 있는 곳은 시즈코가 「우선 여기부터!」라며 나를 끌고 온 한 극장의 객석. 그녀는 오늘 극장들을 왕래할 생각인 것 같다. 일막의 연극이 끝나고 다른 관객들이 우르르 나간다. 시즈코의 촉감으로는, 꽤 나쁘지 않은 무대였다고 하는 것을 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알 수 있었다.


「재미있었어?」

「응, 상당히」


 역시 안목이 높은 모양이다. 그리고는 이번엔 조금 불안한 눈길을 이쪽으로 돌렸다.


「카스미 양은? 즐거웠으려나」

「응! 재미있었어…… 연극을 보고 있는 시즈코 얼굴을 보는 게」

「읏, 카스미 양!」

「아하하, 미안, 농담이야. 재밌게 즐겼어. 데려와 줘서 고마워」

「그래? 다행이다. 에헤헤」


 상연된 것은 오리지널 극이었던 것 같다. 내용은 연애물. 시즈코가 정말 좋아할 것 같은 희비극이었다. 그렇다 해도, 시즈코는 나란 사람이 있으면서, 변함없이 남녀…의 연애를 그린 작품을 보고 감동하고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그것과 이건 별개라는 걸까. 뭐, 그 편이 시즈코답기도 하다.

 우리도 객석을 나왔다.


「이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

「조금 이르지만, 점심 먹을까?」

「응. 가게 예약은?」

「물론, 해 놨지」

「호오. 칭찬해 줄게」

「후후, 고마워」


 극장 건물을 나서니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객석에 오래 있어서인지 거리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눈부시다. 문득 뒤돌아 건물 입구를 통해 보이는 극장 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바깥 풍경을 빙 둘러보았다.


「왜 그래? 카스미 양」


 거동이 수상한 나를 보고 시즈코가 그리 걱정스럽지도 않은 투로 묻는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전까지 딴 세상에 있다가 갑자기 원래 세계로 되돌아온 것 같아」


 생각보다도 조금 전의 무대에 몰입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 다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보는 시즈코를 발견하고 더 놀랐다. 가볍게 흠칫했다.


「뭐, 뭐야」

「카스미 양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나도 언제나 그런식으로 돼! 아직 이야기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한 걸음 밖에 나와 보면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고, 마치 나만 미지의 세계를 몇 개나 오간 것 같아서…… 카스미 양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기뻐!」


 기세가 잔뜩 오른 시즈코에게 놀라면서도, 아, 역시 시즈코네, 하는 안심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자! 앉아서 잔뜩 얘기하자! 라며 남의 시선도 거리낌없이 내 손을 잡고 의기양양하게 걷기 시작한다. 뭐, 우리가 손을 잡고 걸어도 사이좋은 친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겠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형편 좋은 일이기도 해, 어딘가 가슴이 아프다.

 끌려온 곳은 카페였다. 내부 인테리어가 소쇄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군데군데 팝하고 아기자기한 악센트가 곁들여져 있다. 정말 마음에 든다.

 덧붙여, 왠지 모르게.


「무슨 일 있어? 두리번거리고」

「아니, 전에 가봤던 가게랑 느낌이 비슷해서」

「그래? 그럼 별로 신선하지 않았을까……」

「……아냐, 괜찮아. 여기가 더 좋아」

「그렇구나. ……고마워」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

「……응!」


 우리는 마침 빈 2인 좌석으로 옮겨졌다.



6


 일요일. 시즈코에게 답하기로 결정한지 벌써 이틀.

 전날인 토요일은 꼬박 하루 동안 내 방에 틀어박혀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반나절 만에 방을 나서는데, 엄마를 만나자마자 「웬일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 괜한 참견이다. 내 험담은 이 사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모르는 듯 보이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당장 울며 매달리고 싶어졌다. 아아, 이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나조차도 얼마나 편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머리로는 문제를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밖으로 대답을 구하려고 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망설이는 손가락으로 어떻게든 알고 있는 말을 입력했다. 동성, 이라든지, 커밍아웃이라든지. 나온 페이지에는,


『성적 지향을 타인에게 밝혀도 되는 것은 본인뿐입니다.』


 라고 나와 있었다. 으윽, 하고 생각했다. 시즈코는 직접 알았어, 말할게, 라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나였다. 큰 실수를 해버린 걸까…… 아직 시즈코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결정된 건 아니지만.

 그러니 누군가에게 이 일을 상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짓을 하면 시즈코에게만 밝힐 수 없다는 것을 내 입으로 털어놓는 셈이다. 게다가 애초에 이것은 나와 시즈코의 문제다. 무턱대고 밖에 내놓아서야 되겠는가.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원래 생각하는 거 잘 못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시즈코는 나를 좋아한다는 것뿐.

 나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게 뭐지? 무슨 뜻이지? 시즈코가 말한 「좋아해」라는 것은 역시 그런 「좋아해」겠지. 다시 말해, 그, 사, 사랑한다는, 의미의…


「…………으냐아아아!!!」


 말로 하자 무서우리만치 부끄러워졌다. 얼굴을 베개에 밀어붙이고 괴로운 나머지 부르짖었다. 숨이 이어지는 한 신음소리가 나더니 오히려 냉정해졌다.

 ……시즈코는 나의 어디를 좋아하게 된 걸까. 어떤 점을 사랑해준 걸까. 여성이 남성의 어떤 점에 끌리는지는 나 자신이 끌린 경험은 별로 없지만, 반 애들이 자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뭐,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여성에게 연정을 품는 심리라는 것은, 역시 아무래도 감이 안 잡힌다. 시즈코는 여자고, 분명 내용물도 여자일 테고, 그렇다고 나에게 남자 같은 측면이 강한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닐 테고. 그러니까 시즈코는 여자로써 여자인 나를 좋아해줬다는 건데.


「……잘, 모르겠어……」


 난 아직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즈코는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심지어 시즈코의 「누군가」는 바로 나였다.

 ……기쁜, 걸까. 나는. 시즈코가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싫지는 않아. 응.

 그건 확실하다.

 ……………….


「……날이 좋네」


 문득 바라본 창밖은 화창한 날씨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한다. 지갑과 스마트폰, 그리고 최소한의 것을 가방에 넣고 방을 나왔다.


「어머, 너 나가니?」

「응. 좀」

「그래, 정신 차리고」

「알았다니깐. 다녀오겠습니다」


 탁 트인 푸른 하늘 아래에 나오니 마음도 좀 편안해졌다.


 어디 갈 데도 없었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방에 틀어박혀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훌쩍 밖으로 나왔다.

 자, 어디로 갈까. 자주 가는 액세서리 숍이나, 가까운 아이돌 상품 전문점. 아니면 아직 보지 못한 맛집을 찾아볼까. 뭐 됐어. 기분 내키는 대로 가 보자. 휴일이기도 해서 왕래가 많은 거리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걸어가면서 시즈코가 가마쿠라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할 염려는 없다.

 도중에 교차로 중 하나에서 모퉁이를 돌자, 반대편 보도 위에 보인 사람의 그림자에 눈이 머물렀다. 건물 벽 옆에서 고상한 모습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여성이, 잘 아는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라, 하고 눈을 가늘게 뜨니, 역시 맞았다.


「카린 선배-!」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 본다. 저쪽도 금방 깨닫고,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신호가 깜박이기 시작한 횡단보도를 달려 건너편의 선배에게 다가간다.


「안녕, 카스미. 변함없이 기운차네. 외출이야?」

「안녕하세요. 좀 기분 전환 하려고요. 선배는요? 또 미아가 되셨나요?」

「쓸데없는 말이 많은 그 입도 여전하구나. 일이 끝나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을 뿐이야. 오늘은 오전부터였거든」


 일이라는 건 모델 일 말이겠지. 확실히,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의 코디도 멋있고 잘 어울린다. ……뭐, 뭐어, 카스밍과는 방향성이 다르지만.


「괜찮다면 함께 차라도 어때? 한 턱 낼게」

「카린 선배, 헌팅인가요? 아니면 입막음?」

「남의 호의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애는 미움을 산단다」


 그쪽이 할 말인가요, 라는 것은 확실히 삼켰다.


「농담이에요. 잘 먹겠습니다!」

「후후. 분위기 잘 탄다니까」


 사실, 지금 카린 선배를 만날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 무심결에 차나 한 잔 하자고 권해 준 선배에게 앞으로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카린 선배라면.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멋지지만 귀여운 소품도 있어서 느낌이 좋았다. 안내된 자리에 카린 선배와 마주 앉는다.


「카스밍은…… 카페 모카로 할까요. 선배는요?」

「어머, 그것뿐이야? 케이크 하나쯤 시켜도 상관없다고?」

「정말요?----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요」

「그래? 다행이네」

「네?」

「지금 단거 줄이고 있거든. 카스미가 케이크 먹는 걸 보면 나도 먹고 싶어지잖아?」

「아아, 그렇군요」

「그래. 단 거 먹고 있을 때의 카스미는 정말 행복해 보이니까」


 눈에 해로워, 라며 선배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선배, 오늘 왠지 언니 같네요」

「‘오늘’은 필요없어. ……나는 아이스커피로 할까 봐」


 음료가 나올 때까지 시덥잖은 잡담을 나눴다. 그렇다기 보다는, 내가 본론을 꺼내는 것을 무서워해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윽고 나온 카페모카와 아이스커피에 서로 한입 입을 댔다. 조금 너무 단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 살짝 혀를 적시기만 하고 컵을 테이블에 둔다. 그러자 카린 선배의 온화한 목소리가 정면에서 울려왔다.


「시무룩한 얼굴이네」

「네?」

「카스미. 아까부터 먼 곳을 보는 눈이야. 나랑 얘기하면서 누구 다른 사람을 보고 있잖아. 질투 나네」


 ……뭐야, 이 선배. 이렇게 달관한 것 같은 사람이었던가? 폼으로 2년 먼저 태어난 게 아니라는 건가.

 어쨌든, 선배 쪽에서 물꼬를 터 준 것은 정말 고마웠다.


「……카린 선배」

「무슨 일이야?」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말해 보라는 투의 목소리였다.


「……고백, 받아본 적 있으세요?」

「고백? 고백이라니, 그 고백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내가?」

「카린 선배가」

「……그래」


 선배는 기억을 확인하듯 한순간 눈을 오른쪽으로 휙 돌렸다. 그리고 금방 다시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있어. 몇 번 정도」


 역시 있구나. 그것도 여러 번. 진지한 눈빛에서 그것이 서툰 거짓말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건, 남자에게, 받은 건가요」

「응?」

「어, 아, 아뇨, 당연히 그렇겠죠, 아무것도 아니에요」


 위험해, 완전 수상해 보일 거야. 뭐라고 변명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여자한테 고백받았니?」

「윽」


 딱 알아맞히는 바람에 놀라서 얼어버렸다. 뭐라고 말하려 해도 목이 다 잠겨서, 그게 무엇보다 긍정을 표하는 것 같았다.


「과연. 그런 거구나」

「……죄송해요」

「참, 왜 카스미가 미안해 해」


 ……미안, 시즈코. 시즈코 이름은 절대 안 꺼낼 테니까.

 나도 불빛을 찾게 해줘.


「그렇구나…… 사실 나도 있어. 여자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 ……그렇달까, 그 쪽이 더 많을 정도네」

「그랬나요!?」

「쉿. 목소리 커」

「앗, 죄송해요…… 하지만 좀 놀랐어요」

「뭐어. 하지만 사실이야. 자랑할 일인가 싶긴 하지만」


 카린 선배는 세로로 긴 유리잔에 꽂힌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선배는 그걸…… 어떻게 하셨나요?」

「거절했어, 전부」

「그건…… 그…………」

「……상대가 여자라서 거절했냐고 물어보고 싶은 거야?」

「……네」

「그렇지………… 어땠을까」

「네?」

「아, 미안해. 결코 얼버무리려고 하는 게 아니야. 나는 단지, 그땐 누구와도 사귈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어. 그러니까 상대가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아니었어. 적어도 말이야」

「…………」

「하지만 만약 그때 내가 반대로 애인을 원했다고 해도…… 그게 여자라도 좋다고 생각했는지 어땠는지까지는, 단언 못하겠어」


 선배의 대답은 진지했다.


「카스미는…… 어떻게 거절할지가 고민이야?」

「그건……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마 아닐 거예요」

「그러면 그거 이전에 부딪힌 거구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 ……그 애는 잘 아는 애인데…… 대충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왠지 오히려 모르게 되어버려서요」

「그래……」

「그래도, 아마 제일 당황스러운 건………… 여자끼리라는 게 거절할 이유로 떠오르지 않는 제 자신 같아요」

「…………」

「만약 고백해 온 게 남자였다면…… 전 아마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예요. 분명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했을 거예요」


 입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속을 토해낸다. 그러나 그렇게 나온 말이 지금의 내게는 가장 진실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럼 사귀자, 라고는 아무래도 결심할 수가 없어서. 역시 보통하곤 다르다고 생각해버리니 무서워서…… 게다가 그 애는 소중한 친구지만…… 그쪽이 나를 좋아해 주는 만큼 나도 그 애를 좋아하게 될지는 자신이 없고…… 그런 식으로 사귀는 것도 미안하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정말 모르겠어서」

「그렇구나…………」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빨대를 물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재주도 좋다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카스미」

「네……」

「……일단 사귀어 보지 그래?」

「네?」


 뭐요?


「……선배, 카스밍 얘기 들었어요?」

「물론이지. 듣고 하는 말이야」

「그럼 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됐으니까 들어봐. 세상에 갑자기 고백받고, 전혀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사귀어 본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물론 보통은 남녀 사이에서지만. 그래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랑은 사랑이겠지? 그래서 한 말이야」

「----하지만 그런 건…… 가벼운 게……」

「그래? 카스미는 이렇게 고민하잖아. 그것도 아까부터 듣고 있으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 그런 이야기만 하고. 분명 고백받고 나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 다정한 카스미니깐. 너는 상대가 여자인데도, 아니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것을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좋아하는 단 것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고민하고 있어. 그 결과 내놓은 답이라면 설령 그게 뭐든 어떻게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

「…………」


 선배의 말은 상냥했다. 아차, 왠지 울 것 같아.


「사귀다 보면 카스미 너 자신의 감정의 정체도 알 수 있고, 어쩌면 그 애를 정말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건, 문제를 미루고 있는 게……」

「후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카스미의 성미에는 맞지 않아?」


 방금 전까지 고민하고 있는 나를 칭찬한 건 그쪽 아니었나요.

 그래도 내 귀는 선배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었다.


「물론 억지로 사귀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뭣하면 선배의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무시해도 상관없어.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도 있잖아? 그거야말로 카스미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만요」

「괜찮아. 카스미가 진지하게 내놓은 대답이라는 건 분명 그 애한테도 전해질 거야. 비록 어떤 대답이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바라본 선배의 얼굴은 왠지 아주 믿음직스러워 보여서 조금 안심됐다.

 어떻게든, 될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저기, 이상한 거 물어봐도 될까요?」

「이상한 대답이라도 좋다면 말이야」

「아, 네…… 그, 카린 선배가 만약, 지금 여자에게 고백받으면…… ‘일단’, 사귀어 볼 건가요……?」

「…………」

「………?」

「……고백하는 거야?」

「!?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게」

「후후후, 알고 있어. 하지만, 글쎄…… 상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가능성은 있다는 걸까.

 ……조금 더 발을 디뎌 볼까.


「상대에 따라 다른가요?」

「그래」

「그러면…… 예를 들어서 엠마 선배라던가」

「----뭐?」


 카린 선배가 오늘 처음으로 여유로운 표정을 흩뜨렸다.


「엠마 선배에게, 고백 받으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봤어요」

「에, 엠마에게……? 그, 글쎄……」


 선배는 손바닥 끝부분을 입가에 대고 창밖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척하면서 생각한다. 무엇을 상상하는지는 모르지만, 점점 뺨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

「선배?」

「……그렇지. ……어쩌면----아니, 아마도,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네」

「오, 오케이한다는 건가요?」

「그래」

「그건, 어째서……?」

「……재밌을 것 같으니까?」

「……네?」

「엠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잖아? 그렇지만 그런 엠마에게 만약 연인에게만 보여주는 표정 같은 게 있고, 그런 걸 보여주거나 한다면 귀여울 것 같지 않아?------나도 참, 뭐라는 걸까」


 그렇게 말하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듯 연신 커피를 마시는 선배. 한편 나는 감겨 있던 한쪽 눈이 열린 것 같았다.

 재밌을 것 같다, 라.

 지금까지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시즈코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또 내가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지만 생각해 왔다. 요점은 마이너스를 얼마나 작게 할 수 있을까를.

 그런데. 어쩌면.

 반대로 내 대답에 따라 더 나은 미래마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제야 생각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단순히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게는 그것이 큰 전환점이었다.


「그래도 놀랐어」

「네?」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카린 선배가 해학을 담은 듯한 억양으로 말했다.


「카스미니까, 고백 같은 건 『아이돌은 연애금지에요!』라고 바로 거절할거라고 생각했거든」

「아읏」


 그 일을 잊고 있었다.

 두터운 구름이 걷혔다고 생각했는데 일식에 약간 가려진 것 같은 기분이다.


「후후후, 이제 생각났다는 얼굴이네? 카스미, 스쿨아이돌로서 의식이 부족한거 아냐? ……농담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카스미가 스스로 정리하도록 둘 수 밖엔」

「으으…… 알고 있어요……」

「그래도 장하네. 그 애를 위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 주다니. 몇 번이나 말하는 것 같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해. 분명 상대 애도 카스미의 그런 점에 반했을 거야」

「바, 반해……」

「언제나 허세나 자존심에 방해받는 나와는 전혀 달라…… 존경스러워」


 선배의 긴 팔에서 뻗어진 손이 머리 위에 얹혔다. 쓰담쓰담. 괜스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물론 따뜻한 눈물이.


「선배도……」

「응?」

「선배도, 오늘 카스밍의 상담을 받아주셨잖아요……」

「…………풋, 후하핫!!」

「왜, 왜 웃으세요!」

「미안해, 카스미가 기특하고 귀여워서 그만」

「무슨 말이에요 그게!」

「괜찮잖아, 카스미 귀엽다는 소리 듣는 거 좋아하지?」

「방금 건 왠지 기쁘지 않아요!」


 가끔은 경의를 표해줄까 했더니, 이 꼴이다. 선배는 눈가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웃고 있다. 카스밍도 부끄러웠는데.


「흥! 카스밍 기분 상했어요! 잘못한 건 카린 선배니까 사과의 의미로 케이크 사주세요!」

「그럼, 물론이지」

「!?」

 

 선뜻 승낙을 받아 골탕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선배는 또 웃으며 말했다.


「역시 카스미는 그 정도로 건방진 게 맞는 것 같아」



 그리고 카린 선배와 1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줄이고 있다고 말했으면서 선배도 자기 케이크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걸 물어보니 그런 기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느꼈다.

 그건 그렇고, 잡담 중에 내게 고백해온 그 아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집에 가려고요. 선배는요?」

「나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원래 그럴 생각이었고」

「죄송했어요, 붙잡아서」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네. ……역까지 같이 걸어갈게요」

「어머, 배웅해주게? 오늘은 상당히 후배답게 구네」

「그런 기분일 뿐이에요」


 가장 가까운 역까지 걸었다. 내가 먼저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옆에 딱 서서가 아니라 조금 앞뒤로 길을 걸어간다. 그런 탓인지 역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카스미」

「네. …………저기!」

「왜 그래?」

「오늘 일은, 그」

「알고 있어. 비밀로, 맞지?」

「네. 부탁드려요. ……그리고」

「응?」

「……감사합니다」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드물게 나는 머리를 숙였다.


「……괜찮아. 나는 아무 것도 안 했어. 게다가 고마운 건 내 쪽인 걸」

「네?」

「여기서부터는 이제 혼자 돌아갈 수 있으니까」


 카스미도 조심해서 돌아가, 라고 말하고 길치 선배는 떠났다.

 정말이지.

 귀엽지 않은 사람이라니까.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향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이제 자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나는 침대 위에 앉아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시즈코와의 대화가 표시되고 있다.

 몇 주 전쯤부터의 대화를 천천히 스크롤 하면서 돌아본다. 그때그때의 기분이나 생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몇 주 정도인데 엄청난 양이다. 거의 매일, 무엇인가 서로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이윽고 스크롤이 멈췄다. 마지막 대화는 3일 전, 목요일이었다. 잘 자, 라고 말하며 서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이번 토일, 아니 그 금요일 밤부터 시즈코에게서 뭔가 연락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날 일은 잊어줘」, 분명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도 친구로 지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놓고 마음속 한구석에선 내 대답을 바라고 있음을 드러낸 게 아닐까.

 아아. 정말이지, 귀찮은 녀석.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할수록 뺨이 느슨해지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좋아」


 망설임 없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탭한다.


『내일 동아리 활동 끝나고 금요일 방과 후에 이야기했던 바닷가로 와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시즈코가 오지 않아도 나는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


 송신.

 잠시 후 읽음 표시가 떴다.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응』

『알았어』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핸드폰 화면을 끄고 불을 껐다.


「……나머진 잘 부탁해」


 내일의 나.

ㅇㅇ 112.152 2021.11.20 17:30:40
ㅇㅇ 다 읽으니 위에 또 있네 - dc App 2021.11.20 17:33:44
계란마리 당연하게 생각하던걸 깨주는 SS네 카스미 양 이거 뭔가 신선하다 2021.11.20 17: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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