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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ss] 운수 좋은 날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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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146633
  • 2021-07-18 16:19:37
  • 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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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유이가오카의 보통과에서 학생(수금통을 정중한 문체로 표현한 단어였다) 노릇을 하는 시부계곡 캐논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귀하디 귀하신 설립자 따님에게 등굣길에서 시비를 받지 않은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노랫소리가 나올까 하여 한 곡조 뽑아본 길거리에서는 누구와도 마주치는 일 없이 무사히 학교 에 도착한 것이었다.


첫 번째 서명은 삼십 분만에, 두 번째는 오십 분만에ㅡㅡㅡ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은 서명 하나 받지 못한 시부계곡 캐논은 서명지가 하나, 둘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두 장이란 종이가 그녀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이대로면 스쿨 아이돌 부를 설립할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자유로이 입을 열지 못하는 아내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음이다.


그녀의 아내의 발언이 통제되기 시작한지 벌써 달포가 넘었다. 부도 설립하지 못하는 형편이니 물론 당국에 말 하나 꺼낸 적이 없다. 구태여 하려면 못 할 것도 아니로되 그녀는 중국이란 놈에게 언질을 던지면 재미를 붙여 탱크를 보내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당원을 만난 적이 없으니 어디까지 통제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팬더 침낭에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듯. 통제가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리어카를 끌고 자유를 외친 때문이다. 그때도 시부계곡 캐논이 오래간만에 서명을 받아 부 설립을 주장하였더니 시부계곡 캐논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리어카에 올라타 메가폰에 대고 자유를 외쳤다. 마음은 급하고 서명은 모이지 않아 열어서는 안 되는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어찌 균형을 잡아 일어서더니 두 뺨이 발그스름해지도록 소리를 지르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공안이 온다, 친지가 고문을 당하게 생겼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시부계곡 캐논은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출신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말해서 끌려가, 말 못해서 끌려가! 어쩌란 말이야! 왜 말을 바루 하지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였다. 시부계곡 캐논의 눈시울도 뜨끈뜨근하였다.


이 중국인이 그러고도 스쿨 아이돌에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스쿨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말도 못하는 년이 스쿨 아이돌은. 또 외치다 끌려가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해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부를 설립해줄 수도 있다. 앓는 아내 곁에서 동그란 몸을 마는 만마루(소쩍새)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도 있다ㅡㅡㅡ두 장의 서명지를 손에 쥔 시부계곡 캐논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 주머니가 다된 검은 스타킹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통과하는 때였다. 뒤에서 “리어카!”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음악과 소속의 학생인 줄 시부계곡 캐논은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UTX 학원까지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학생과 음향 관련 콜라보를 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시부계곡 캐논을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하얀 니삭스가 흙탕물에 젖고, 비록 음악과 교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시부계곡 캐논을 뒤쫓아 나왔으랴.



“UTX 학원까지 말씀입니까.”



하고 시부계곡 캐논은 잠깐 주저하였다. 그녀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이 켕기었다ㅡㅡㅡ 제 집의 여동생이 부르러 왔을 제 투사는 그 동그란 얼굴에 푸른 샘물 같은 유달리 큰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주는 데스.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주는 데스. 쿠쿠가 이렇게 아픈데…….”



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때에 시부계곡 캐논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따,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부를 설립해줄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혼혈인은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러는 데스,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주는 데스.”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시부계곡 캐논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UTX 학원까지 얼마란 말이요?”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리어카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말같이,



“크ㅡ루ㅡ크ㅡ루 쿨러의 앨범에 곡이 두 곡 수록되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서명지 다섯 장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시부계곡 캐논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 한꺼번에 이런 양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서명 받을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다섯 장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 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날은 좀 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상위 카스트 손님은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시부계곡 캐논의 다리는 이상하게 거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구른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 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언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주는 데스. 쿠쿠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녀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참된 중국인의 글썽거리는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후르륵 울어대는 만마루의 울음소리를 들은 듯싶다. 후익, 하고 제 소꿉친구를 봤을 때의 소리도 나는 듯하다.



“왜 이리우, 회의 놓치겠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시부계곡 캐논은 리어카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예, 예.”



하고, 시부계곡 캐논은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 갈수록 시부계곡 캐논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UTX 학원까지 끌어다 주고 그 깜짝 놀란 다섯 장의 서명지를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웠다. 스쿨 아이돌이나 된 듯이 기뻤다. 그렇게나 죽일듯이 밉던 화이트 칼라를 향해 허리를 굽신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요.”



라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리어카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다섯 장이란 서명지가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UTX 학원을 떠나는 그녀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리어카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녀는 몹시 화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녀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학생이 나오길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 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UTX 학생회장의 등쌀이 무서우니 UTX 학원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녀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UTX 학원 앞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에 리어카를 세워 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 만에 수업 종이 울렸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시부계곡 캐논의 눈엔 금발에 마스크를 쓰고 유이가오카 학원의 보통과 교복을 입은 평안이름 제비꽃의 모양이 띄었다. 이 여자는 왜 이 시간에 여 앞에 있나,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평안이름 제비꽃, 리어카 안 타실라.”



그 비행소녀는 한참은 매우 때깔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시부계곡 캐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부계곡 캐논은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녀의 기색을 살피며,



“평안이름 제비꽃, 다른 누구보담 아주 싸게 데려다 줄려. 어데 갈건데.”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파르페에 제 손을 대었다.



“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시부계곡 캐논은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타코야키 알바카에서 그녀의 소꿉친구 폭풍 천모래도시가 나온다. 작은 몸집의 그녀의 동글동글한 쌍경단은 최대의 동글함이 무엇인지 모여주겠다는 듯, 처진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시부계곡 캐논의 솟구친 고양이 눈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시부계곡 캐논,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잔 빨리게.”



쌍경단은 보던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집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시부계곡 캐논은 이 소꿉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 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 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잔한 모양일세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 보이.”



하고 시부계곡 캐논은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아따,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시부계곡 캐논은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 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켜고 말았다. 셋째 그릇을 받아 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리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폭풍 천모래도시와 같이 마시자 원원이 비었던 속이라 찌르를 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시부계곡 캐논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폭풍 천모래도시는 의아한 듯이 시부계곡 캐논을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



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돈은 용돈을 저축해뒀지.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몇 장을 서명 받았단 말인가.”


“일곱 장을 받았어, 일곱 장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 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서명을 산더미 같이 받았는데.”


“어, 이 사람 취했군, 그만두세.”


“이놈아, 그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



하고는 폭풍 천모래도시의 귀를 잡아 치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



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희희 웃고 폭풍 천모래도시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이 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 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미성년잔 줄 알고.”



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하더니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장의 서명서가 사락 하며 떨어진다.



“여보게 서명서가 떨어졌네, 왜 서명서를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서명서를 줍는다. 시부계곡 캐논은 취한 중에도 서명서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어차피 돈이면 입 싹 다물, 다리뼉다구를 꺾어 놓을 놈들 같으니.”



하고 폭풍 천모래도시의 주워 주는 서명서을 받아,



“이 원수엣음악! 이 육시를 할 스쿨 아이돌이!”



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서명서는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흘러내리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술에 스며들어갔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 가고 말았다. 시부계곡 캐논은 입가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쌍경단을 맨지작거리며,



“또 부어, 또 부어.”



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시부계곡 캐논은 폭풍 천모래도시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어떻게 컸던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시부계곡 캐논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폭풍 천모래도시가,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UTX 학원에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됐데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최약체이신지 돈 주머니인지 (요새야 보통과는 음악과의 돈 주머니이니) 교복을 입은 채 비를 맞고 있었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리어카 타시랍시요 하고 크레페를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 평안이름 스미레이지, 보통과라 자기 이름도 까묵나 허허!”



시부계곡 캐논은 교묘하게도 정말 평안이름 스미레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도 지기 전에 시부계곡 캐논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폭풍 천모래도시는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시부계곡 캐논은 연해 코를 들이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신비해졌다네.”


“뭐, 가능가능 쨩이 신비해지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신비해졌어,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시부계곡 캐논은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폭풍 천모래도시는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폭풍 천모래도시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시부계곡 캐논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신비해지기는 누가 신비해져.”



하고 득의가 양양.



“신비해지기는 왜 신비해져,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의 나라가 자유를 신비하게 만들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가능가능 쨩이 본국 소환을 당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하고 폭풍 천모래도시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시부계곡 캐논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신비해졌어, 안 신비해졌대도 그래.”



시부계곡 캐논은 화증을 내며 확신 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 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시부계곡 캐논은 취중에도 스쿨 아이돌 부 설립 허가서를 이사장에게 받아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밑이 카페요 또 이 집마저도 있었다 없어진거라 존재는 하나 하지 않는 터이다. 만일 시부계곡 캐논이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문턱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ㅡㅡㅡ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이 다리가 떨렸으리라. 데스 라는 특이한 말투도 들을 수 없다. 쿠우쿠우라는 슬픈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ㅡㅡㅡ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소쩍새의 주인 찾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구슬픈 소리가 담겨, 주인을 위로하는 소리이라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시부계곡 캐논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시부계곡 캐논은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ㅡㅡㅡ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개모양 인형에서 나는 썩은내와 힘으로 모든 걸 좌우한다는 으스러진 두 학생회의 먼지내 섞인 추기가 무딘 시부계곡 캐논의 코를 찔렀다.


방 안에 들어서며 스쿨 아이돌 부 설립 허가서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끄으욱 소리로 변하였다. 만마루가 천천히 몸을 가늘게 만들고 운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회색 안에 분홍색이 섞인 특이한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신비해졌냔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신비해졌나 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 끝엔 목이 메였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시부계곡 캐논은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스쿨 아이돌 부를 만들었는데 왜 하질 못하니, 왜 하질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ㅇㅇ 2021.07.18 16:20:47
Sakulight 신비해졌나 ㅋ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21:07
그뤼에페 2021.07.18 16:21:43
전속전진 신비해져 시발ㅋ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22:21
ATM 신비해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25:25
크레이키스 ㅅㅂ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40:42
2학년조아 신비해져 시발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51:37
호시조라당 아 나 이런 거 정말 좋아ㅋㅋㅋㅋㅋㅋ 2021.07.18 16: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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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창작 [물갤ss] 운수 좋은 날 8 ㅇㅇ 110.10 2021-07-18 15
4146632 일반 내가 생각하는 2화의 문제점 4 히토리.봇치 2021-07-18 0
4146631 일반 쿠쿠가 서니파 보고 일본왔고 4 ㅇㅇ 218.146 2021-07-18 1
4146630 일반 본인이 느낀 2화 정말 아쉬웠던점 10 일생럽라 2021-07-18 15
4146629 일반 애기머장 가창력 진짜 미쳤다 4 그뤼에페 2021-07-18 0
4146628 일반 냐시계때문에 아침이 든든하다 6 비빗또 2021-07-18 0
4146627 일반 2화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 3 계란마리 2021-07-18 0
4146626 일반 ??? : "사라진 조센징" ㅇㅇ 121.167 2021-07-18 0
4146625 일반 내생각엔 카논쿠쿠 서니파땜에 1등못할거같음 4 ㍿호병장님㌠ 2021-07-18 0
4146624 일반 라이벌 추정 그룹 이름 이거인듯 6 ㅇㅇ 2021-07-18 2
4146623 일반 리에라 쿠쿠가 너무 매력적이다 1 ㅇㅇ 2021-07-18 0
4146622 일반 월요일의 나기사 보고가라 5 일생럽라 2021-07-18 12
4146621 일반 3주 진짜 어케 기다리냐 씨바 5 花嫁 2021-07-18 0
4146620 일반 서니파 지금 보니까 여기선 또 멀쩡하게 입고있네 2 voemvoem 2021-07-18 0
4146619 일반 헤안나 니 숙제 제대로 해왓나 6 Windrunner 2021-07-18 0
4146618 일반 여기 안드폰 쓰는 애들아 7 마쿠히키 2021-07-18 0
4146617 번역/창작 210719 매일극장『진 쪽이 쏘기!』 11 누마즈앞바다돌고래 2021-07-18 12
4146616 일반 솔직히 니들도 엔딩때 이 부분 같이 따라했지? 9 look00 2021-07-18 0
4146615 일반 리에라도 졸업에피가 나올까? 바닷빛 2021-07-18 0
4146614 일반 미소천사 6 센터는시즈쿠 2021-07-18 0
4146613 일반 근데 서니파 도대체 작중 얼마나 위상높은거지 2 ㅇㅇ 2021-07-18 0
4146612 일반 오시마이난테 아룬데스카?!?!?! 4 그뤼에페 2021-07-18 0
4146611 일반 나중에 사회인아이돌 애니도 나왔으면 좋겠다 10 sttc 2021-07-18 0
4146610 일반 방송 설정 다 했다 6 마리골드 2021-07-18 0
4146609 일반 야간 물붕이 뒤늦게 2화 보는중인데 3 2학년조아 2021-07-18 0
4146608 일반 라이벌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그룹인가? 4 ㍿호병장님㌠ 2021-07-18 0
4146607 일반 엔딩 이 부분 나만 좋았냐 6 Sakulight 2021-07-18 0
4146606 일반 아이스크림만 봐도 계급이 보이네 2 ㅇㅇ 218.146 2021-07-18 0
4146605 일반 렌이 타는 자동차는 8 Windrunner 2021-07-18 0
4146604 번역/창작 [번역] やヤ센세「진짜로 가능하겠어?」 11 식질기계 2021-07-18 15
4146603 일반 치사토는 중요한순간때없어서 소필패야 2 쥿키눈나 2021-07-18 0
4146602 일반 스미레 뒤에 라이벌 추정 두그룹 보이네 5 ㅇㅇ 2021-07-18 0
4146601 일반 쿠미레 떡상 가냐? 2 리꼬 2021-07-18 0
4146600 일반 갤방 2화도 보는거임? 3 아사삭 2021-07-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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