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SAIGO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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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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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9 08:04:36
1.
무던하게 더운 여름의 날이었다. 언제나 매 여름은 항상 새롭고 불쾌한 더위를 가져다주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날. 17살의 나이는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동안 살아온 세월 중에서 매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작년보다 덥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은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지구 온난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니, 여러 근거 있는 자료들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국제교류학과에 재학 중인 오사카 시즈쿠는 그런 자료들을 알 리가 만무하다.
상록수가 우겨져 있고, 매미들이 쉬지 않고 지저귀는 학교의 길을 걷다 보면 부실동이 나오고 그 부실동을 걷다 보면 니지가사키 스쿨 아이돌 동호회가 나온다. 이것은 분명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을 이야기였을 거고 시즈쿠에게 있어서는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있어야만 하는, 있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시즈쿠가 15살의 여름이었던 시절에는 어느 곳보다 찬란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이 장소는 지금 현재의 17살의 시즈쿠에겐 「찬란하다」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장소이다. 청소를 대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손이 모자라서 먼지가 조금은 쌓인 수납장들부터, 원래는 9개가 넘게 배치되어 있던 머그컵들도 어느덧 4개 정도만 남아있고 예전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많은 꿈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던 칠판은 이제는 그저 출석부에 지나지 않았다.
시즈쿠의 행동은 여느 때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절대로 많다고 하지 못할 예산들을 이용해서 사둔 믹스 커피를 타서 마신다든지, 피곤한 날에는 다 같이 쉬고는 했던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한다던지, 지금처럼 문고본을 꺼내서 자신만의 낙원에 빠지는 것도 분명 메트로놈과 같은 시즈쿠의 행동 패턴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랑 비교해도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구나.‘라고 시즈쿠는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수험생이 되었다 해도, 시즈쿠에게 소설과 연극의 많은 이야기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건 분명히 유치원 때부터 쭉 이어져왔고 시즈쿠가 조금은 무뎌진 몸을 힘들게 움직이며 겨울의 눈꽃을 바라볼 즈음에도 쭉 이어질 시즈쿠를 이루는 거대한 요소 중 하나이다.
문고본의 페이지가 100쪽을 겨우 넘기려고 할 즈음에 부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입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바깥에서 “시즈코, 있어?”라고 말하는 소리에 시즈쿠는 바깥에 있는 상대가 신입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오히려 이 스쿨아이돌 동호회에 뼈를 묻은 사람이 아닌가 싶은 나카스 카스미라는 것을 알아챘다. 카스미는 이제는 사람이 얼마 있지도 않은 동호회임에도 고등학교 1학년 시절처럼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는 버릇이 아직 남아있었다. 분명 시즈쿠의 과거에도 분명 있었던 버릇이지만 노크를 해도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를 실감하고 어느덧 놔두고 온 버릇이었다.
“있어.”
“있구나~.”
다르게 보면 생존신고와 다름없는 이런 대화들은 15살의 시즈쿠에게는 없었던 행동패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행동패턴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어?”라고 카스미에게 물었지만, 언젠가 카스미에게 약간은 진지한 어투로 “노크를 해서 목소리가 들리면 안심이 된달까…….”라는 대답을 들은 이후로는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생존신고에 계속 어울려주고 있었다.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인걸까, 하고 시즈쿠는 항상 생각한다.
카스미의 생활패턴도 시즈쿠와 마찬가지로 거의 똑같은 편이었다. 언제나처럼 시즈쿠의 근처 자리에 앉고 콧페빵을 물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sns에서 재미있거나 시즈쿠가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보면 문고본을 읽거나 하는 시즈쿠에게 보여주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행동의 반복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시즈코 쪽도 진로 상담 같은 거 했어?”
“아, 응.”
“……헤에.”
“그런데 그건 왜?”
“그냥, 카스밍네 반도 오늘 진로 상담 했는데, 시즈코 쪽도 했나 싶어서.”
그러고는 카스미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딱 단순한 의문의 단계에서 그친 주제였지만 시즈쿠를 문고본의 세계가 잠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게 하기엔 충분한 주제였다. 이곳에 있는 자신과 카스미 둘 다 올해에 수험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을만하면 어떻게든 기억하게 된다. 올해가 지나면 분명 이 동호회에서 믹스 커피를 타먹는 일도, 문고본을 읽으면서 쉬는 일도, 카스미의 생존 신고를 듣는 일도 없겠지. 먹먹하다면 먹먹할 감정이 시즈쿠를 감쌌다.
“있잖아, 카스미 양은 진학할 대학, 정했어?”
“카스밍은 일단은 집이랑 가까운 쪽. 뭐, 사실 성적이 원하는 대학을 골라서 갈 수 있을 만큼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동호회가 공부 때문에 곤란했었을 때 이후로는 곧잘 하지 않았어?”
“그렇다 해도, 딱 ‘안하지는 않았다‘ 수준이니까 말이야~. 시즈코는 역시 가마쿠라 쪽?”
“응? 어째서?”
“가마쿠라에서 오다이바까지 등교하는 거 힘들지 않아? 카스밍이었으면 힘들어서 무리였을 텐데. 자그마치 한 시간이라고?”
“그래도 괜찮은데? 내가 좋아서 니지가사키 학원에 진학했기도 하고. 전철도 한 30분정도 타고 가면 카스미 양도 같이 타주는걸?”
“확실히, 귀여운 카스밍이랑 함께 가면 힘이 날 수 밖에 없지!”
라고 말하면서 카스미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자 시즈쿠도 “귀엽다고는 아직 말하지 않았는걸?”하고 웃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심통이 들었다는 듯이 볼을 부풀리는 카스미의 머리를 적당히 쓰다듬어주는 언제나처럼의 일상을 시즈쿠는 구가하고 있었다. 사실 시즈쿠에게 있어서 졸업이라는 건 가깝지만 먼 일이었기에, 가끔 이렇게 카스미나 다른 주변 사람들이 현실을 각인시켜 줄때만 잠시 고민하지 결국은 문고본 속의 이야기보단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이것도 그저 그런 헤프닝으로 넘기며 시즈코는 다시 문고본을 들여다보았다.
미래의 일 같은 건 바깥에 있는 나무들의 잎이 조금은 물들어갈 때쯤 생각해보자. 동호회 부실에서 둘은 그렇게 생각하며 각자의 일상을 만끽했다.
Ⅹ Ⅹ Ⅹ
“아, 시오코~”
“……아. 카스미 씨, 시즈쿠 씨.”
여름의 해가 조금은 기울기 시작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시즈쿠와 카스미에게 낯익은 얼굴이 보여왔다. 미후네 시오리코. 분명히 과거에 시즈쿠와 카스미와 함께 같은 동호회에서 같이 꿈을 나눴던 소중한 친구이며 동료였었다. 아니, 지금도 분명 시오리코는 시즈쿠와 카스미의 친구이자 동료일 것이다. 단지 ‘조금’ 바빠서 동호회에 얼굴을 자주 비추지 못할 뿐이지.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학생회장 직을 맡아왔던 근면성실한 시오리코가 수험생의 신분으로 지금의 시즈쿠와 카스미처럼 동호회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다는 건 제대로 상상이 가지 않았다.
카스미가 아는 척을 하자 시오리코도 졸린 눈을 부비면서 시즈쿠와 카스미를 응시했다. 시즈쿠는 눈에 조금 껴있는 다크서클과 그러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시오리코의 근면성실함을 다시금 실감했다. 수험이 중요한 걸 알고 있어도 시오리코만큼의 노력은 힘들지 않을까. 아주 조금의 경외를 담아 “공부, 열심히 하고 있나보네?”라고 말했다.
“아니요, 오늘은 공부보단 아주 조금, 학교를 쭉 둘러봤습니다.”
“학교를?”
“그나마 여유로운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살면서 이 학교를 쭉 둘러볼 일이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라고 말하면서 부끄러운 듯이 웃는 시오리코의 말에 카스미는 몰라도 시즈쿠는 다시 현실을 조금 실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신분으로 살면서 현실을 실감하는 일이야 종종 있지만, 그래도 같은 동호회 사람들에게 하루에 두 번이나 당할 줄은 몰랐기에 아주 조금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자신만 아직 앞으로 다가올 ‘마지막’이라는 거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올 즈음 카스미는 그런 시오리코의 말에 순수한 의문을 가지고 물음을 표했다.
“에엥, 그러면 동호회도 한 번 들려보지! 그도 그럴게 시오코, 리나코도 물론 그렇지만 리나코보다 더 가끔씩 얼굴을 비추잖아. 그마저도 같이 하교하는 일은 최근 들어서 전혀 없었고.”
“사실 오늘, 들려볼까 했는데 역시 무리인 거 같더라고요.”
“‘무리‘라면?”
“시즈쿠 씨랑, 카스미 씨랑은 다르게 저 자신이 수험이 끝나기 전에 동호회에 기대버리면 뭔가 나약해질 거 같아서……. 아, 시즈쿠 씨와 카스미 씨를 모욕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냥, 그냥 저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할까요. 서운함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냐아냐아냐아냐, 그렇게 몰아세우려고 한 말이 아니야! 실제로 작년에 유우 선배랑 아유무 선배도, 세츠나 선배, 아이 선배 모두 수험 시즌엔 자주 못 들리시긴 했고……. 딱히, 그런 걸로 시오코를 탓하거나 하지는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수험이 끝나고나서라도 얼굴을 비춰주면 나는 그걸로 좋으니까……. 마지막으로 리나코랑 시오코랑 시즈코랑 함께 동호회에서 커피만 마실 수 있으면, 난 그걸로 괜찮은걸.”
“……확실히, 기억해두겠습니다.”
시오리코는 카스미가 말한 소망 정도는 반드시 기억해서 들어줄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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