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SS 번역] 연목 · 이야기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 글쓴이
- 시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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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53189
- 2020-11-19 12:53:38
※ 연목 (演目) : 공연하는 종목
https://twitter.com/sato_satto/status/132795212140094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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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잘 하는 편, 이라고 생각한다.
대강, 일상의 어느 것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자기 전에는 다음날의 준비를 하고, 언제 시험이 있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평소부터 공부를 해둔다. 부활동 전에는 준비 운동을 빼놓지 않고, 발성 연습도, 준비라 할 수 있다. 라이브 전에는 몇 번이고 리허설을 거듭하고, 무대에 서기 전에는 다 닳아 떨어질 때까지 대본을 읽는다.
그러니까 그 날에도, 완벽했을 터였다.
「카스미 양」
눈 사이의, 홍옥 같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카스미 양은 나에게 손을 붙잡힌 자세 그대로, 굳어있다. 이런 때인데- 아니, 이런 때니까, 일까. 평소보다, 귀엽게 보인다.
「......」
숨을 들이쉰다.
뱉을 때에는, 나는 다른 사람이다. 말해야 하는 말은, 이미 몇백번이고 연습했다.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는다. 눈도 흔들리지 않는다. 연습의 성과의 덕분, 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가지고, 말한다.
「저와, 사귀어주세요」
영원 같은 한순간이 있고, 그 뒤.
「...... 시즈코는 말이야」
카스미 양은 질린 듯한, 곤란한 듯한, 기묘한 얼굴로.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로 바보네」
「...... 에에?」
예상 외의 반응에, 엉뚱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니, 진지하게 하고 있는건 알겠는데」
「무, 물론이야!」
그걸 착각 당하면 곤란하기에, 어조가 강해진다.
하지만 카스미 양은, 그런 내 모습에도 상관 없이-
방긋 하고, 웃었다.
「다시 해」
「......에」
「못 들은 걸로 해줄테니까, 자, 한번 더」
「하, 한번 더!?」
자 자, 하며 짖궂게 미소 짓는 카스미 양.
아니, 그치만, 에에.
「......」
스읍, 하고 숨을 들이쉰다.
이유는 정말로 모르겠지만, 카스미 양은 아까 전의 고백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응할 때까지다.
「- 사랑이 맹인이라면, 밤에 가장 잘 어울려요!」
「아니, 대사를 바꾸라는 의미가 아니라!」
「에에!?」
아- 아, 하며 카스미 양이 이마에 손을 얹는다.
「조, 좋은 대사 아니야!?」
「아니, 카스밍은 좋은 대사가 듣고 싶은게 아니라!」
카스미 양은, 화난 것처럼.
「시즈코의 말이 듣고 싶은데요!」
그렇게 외친 뒤, 입을 다물어 버린다.
즉.
내, 차례였다.
「......」
숨을 들이쉰다.
목이 오므라든다. 시선이 흔들린다. 이럴려던게 아니였는데,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끈적하게 꿀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말은 멋대로 입을 나온다.
「좋아해......」
거칠거칠하고, 떨기만 하고.
그것은, 지독하게 무참한.
대사가 아닌, 말.
「좋아, 해요. 계속...... 계속」
얼굴 같은건 볼 수가 없어서, 잡은 손만을 바라보고 있다.
아아 카스미 양의 손은 말랑말랑해서 귀엽네.
두서 없는 생각의 끝에, 말이 맺어진다.
「카스미 양은, 그...... 저를, 싫어하나요」
「그- 러- 니- 까- !」
꾹 하고.
얼굴을 양손에 끼워지고, 들어올려진다.
시선 앞에는, 홍옥 같은 눈동자와, 같은 색의 뺨.
「싫어했으면, 첫번째에 거절했겠지! 시즈코 바보!」
「......」
어어 그러니까.
「...... 바보가, 아니에요」
「...... 거기?」
「아닌, 데」
쭉 하고. 잡아당겨본 그 몸은, 상상했던 것보다 조금 무거워서. 이런 것조차, 예정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카스미 양이 좋아해준다면, 바보라도 좋아」
「...... 그런 점이, 치사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예상 이상이 되는 일도 있는거라고.
전부를 드러낸 나는, 마음 속에 깊이 새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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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조라당 | 굉장하다 | 2020.11.19 12:55:51 |
Sakulight | 2020.11.19 1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