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3rd 라이브 이후로 탈럽일지 휴럽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덕질을 쉬고 있는 물붕이야. 사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있는데 성덕질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듯
원래 물장판은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는데 당시 군대에 있었고 휴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봤어. 휴가 나오니까 그 주부터 귀신같이 영화 내리더라;; 그래서 블루레이가 나온 이제야 보게 된 거지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물장판은 볼 만 했어. 애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고 귀엽고. 뽕도 좀 차오르는 것 같고.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볼게.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감상이기도 하고 다소 감이 떨어진 상태라 "이 새끼 완전 럽알못 아니야?" 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양해 구할게.
1. 잘 표현된 캐릭터들의 개성
후술할 캐릭터 비중 문제는 있지만 종종 나오는 개그씬들이 깨알 같아서 재미있었어. 자꾸 뭘 먹고 있는 마루, (자칭) 천사가 된 요하네에게 딴죽거는 마루, 제복 냄새 맡고 뛰어드는 요우와 츠키 등등...
이런 부분들이 별 것 아니지만 극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줘서 좋은 것 같다.
2. 다양한 사복
대다수의 일본 애니를 보면 캐릭터들이 단벌 신사야. 근데 물장판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복 모습이 나와. 극장판이라는 걸 감안해도 사복 장면이 많았다고 생각해. 학원물에서는 보통 교복으로 의상이 통일되어 있지. 그런데 사복은 캐릭터마다 다르니까 캐릭터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해. 위에서 말한 것과 연관되는 부분이지. 사복이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 디자인이 정성을 쏟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3. 럽장판보다 발전된 스토리
물장판도 스토리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럽장판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느꼈어. 럽장판은 좀 의식의 흐름스러운 느낌이 강했지. 반면에 물장판은 주제의식도 확고한 편이고 선배의 빈자리 극복이라는 스토리가 왕도적이긴 하지만 럽장판 때보다는 어떻게 해서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도 잘 되는 편이고 성설이랑 맞물리는 전개가 꽤 좋았음.
4. 아름다운 풍경과 광원 효과
럽장판 때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배경을 참 잘 그리더라. 이탈리아 장면이 짧긴 했지만 여러 랜드마크들과 이탈리아의 풍경을 아름답게 표현해낸 것 같아. 약간 대리만족도 되고. 일부 장면과 라이브씬에서 한층 더 발전된 광원 효과도 좋았어. 특히 브라멜로라던가.
1. 캐릭터 비중 문제와 편의주의적인 설정
중반 이후 넘어가면서 딱 느낀게 있는데, 오히려 성설이 주인공 같다는 거야. 실질적으로 스토리상에서 큰 줄기를 차지하는 건 3학년이랑 루비, 성설, 그나마 치카, 리코 정도고 나머지는 단순히 개그용, 씬스틸러용으로 나온 게 많아서 아쉬워.
그리고 츠키에 대해서 말하자면... 너무 제작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같달까? 어릴 적에 이탈리아에 살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어. 새 학교의 학생회장이라는 위치도 그렇고 아쿠아 고생 안시키려는, 스토리를 풀어가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해.
2. 나아지긴 했지만 한계가 있는 스토리
위에서 말했듯이 물장판의 스토리는 럽장판 때보다 나아졌어. 근데 그 이상은 아니야. 일단 이탈리아를 굳이 갔어야 되나 싶어. 카난과 다이아 때문에 과거와 달라진, 미래를 향해 자유롭게 나아가는 마리라는 소재는 좋았지만 그 과정이 다소 부실했어. 특히 라이브 한번 보고는 바로 태세전환해버리는 마리 마마. 5252 쵸로이스기다로 ww 안 그래도 100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 제대로 된 갈등과 해결을 보여주기에 이탈리아 씬은 너무 짧았어. 차라리 이탈리아 씬을 없애고 3학년의 빈자리와 성설 파트만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
그리고 우라노호시 학생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는 내용도 조금 억지였던 것 같아. 부활동 분위기 흐트러질 까봐 폐교된 학생들을 다시 폐교에 귀양보낸다? 이거는 세이신 학생들을 너무 나쁜 애들로 만든 거 아닐까? 그리고 아쿠아에게는 이미 러브라이브 우승이라는 실적이 있는데 그렇게 부활동이 중요한 학교면 학교 입장에서 실적이 늘어나니까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지 반대할 일은 아니지 싶음. 마리 마마와 마찬가지로 세이신 학생들도 태세전환이 너무 빨라.
3. 기대 이하의 라이브씬
사실 이 부분은 내 취향상 문제일 수도 있는데
럽애니를 보고 럽장판을 봤을 때는 와! 정말 퀄리티 좋아졌다!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물애니를 보고 물장판을 봤을 때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어. 개인적으로 물장판에서 WBNW 이상으로 인상적인 라이브씬이 없었어. 그나마 마음에 든게 3학년들 이탈리아에서 도망치는 거 표현한 라이브씬 정도.
럽장판이 CG 퀄리티는 딸릴지언정 (보쿠히카는 예외) 물장판보다 라이브씬 연출이 더 화려하고 좋았다고 생각해.
브라메로랑 Believe again은 괜찮긴 했는데 짧아서 아쉬웠고. Next Sparkling은 마지막 치고 심심했음.
요약하자면 물장판은 럽장판보다 여러 면에서 발전했지만 한계가 명확한 작품이다.
결정적으로 솔직히 럽장판 때가 뽕은 더 찼다... 물론 보쿠히카라는 필살기가 있었다만 물장판이 임팩트가 다소 부족한 건 맞는 것 같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솔직한 감상 말해줘. 그리고 오야스미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