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프롤로그는 저번에 올렸는데 여기저기 수정해서 그냥 재업함
[물갤문학][지모아이] 잠 못 이루는 밤 -프롤로그-
요시코의 시점에서 독백과 회상으로 진행됩니다
"또야..."
새벽 4시 31분, 잠에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한 지 오늘만 벌써 세번째.
항상 1시간 이상을 뒤척여가며 겨우 잠에 들지만 실상은 얼마 못 가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다시 잠들어봤자 학교에 늦을 것 같네"
바로 잠에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휴대폰의 시간을 체크하며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하..."
"요우..."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 이름의 인물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불면증에 시달린 지 벌써 한 달, 언제부터인가 잠에서 깨어나면 그 이름을,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녕! 저번에는 치카쨩이 무리하게 권유한 것 같아서 사과하러 왔어"
"아.. 안녕하세요"
"그게 그러니까 요시코쨩... 이었나?"
"요하네"
"응?"
"내 이름은 타천사 요하네 "
"아하하하.. 요시코쨩은 재밌는 얘기를 하네"
"그러니까 요.하.네!"
속으로 또 저질렀다는 자책을 하며 후회하지만 겉으로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있다.
"음... 요하네라.. 그래 그렇게 부를게! 저번일에 대해서 말이지... 치카쨩도 무리하면서까지 부에 들어와달라고 하는 건 아니야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줬으면 해"
"흐음.."
"치카쨩도 나름 필사적이라 말이지..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다구? 스쿨아이돌"
"..."
"혹시라도 할 마음 생기면 꼭 얘기해줘, 정말 예쁘니까 잘 어울릴꺼라고 생각해 요.시.코.쨩!"
"그러니까 요하네!... 아.."
그렇게 밝은 미소와 함께 자기 할말만 하고 돌아서선 다른 학생들과 인사하며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왠지 부럽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는 평생 저렇게 될 수 없겠지'
"스쿨아이돌..."
마치 주변을 자신만의 파도로 물들이는듯한 그녀에게 압도당해 나에게 들려준 말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며 중얼거렸다.
그 후로도 종종 그녀는 나에게 웃는얼굴로 다가와 먼저 인사해 주거나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장난치고, 삐치고 때로는 침울해 하기도 했다.
가식하나 없이 다가오는 그녀가 점점 편해지기 시작했고,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올때면 나도 그녀의 색으로 물들어 가듯 점점 즐겁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밤에 잠들기 전이면 그녀와 만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자 새빨게진 얼굴로 부끄러워했던 적도 있었다.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의 매력을 떠나 어쩌면 처음부터 빠져있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혼자였던 내가, 굳이 먼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결심한 이유, 도망치듯 빠져나왔지만 분명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다.
물론 첫날부터 그 꿈은 부서져버렸지만.
하지만 자신이 꿈꿔온 이상적인 학교생활을 실천하고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런 사람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처음 말을 걸어주었을 때,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었을 때, 스쿨아이돌부에 들어가게 된 순간 기다리고 있었다며 해맑게 미소지어주었을 때.
어쩌면 내가 스쿨아이돌부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 반응을, 그 미소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버릴 정도로 천진난만한 미소를.
실없는 관심이 동경이 되었고 어느샌가 동경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싹틔울 정도로 그녀를 눈으로 좇고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의 얘기를 하며 침울해진 표정을 살짝 보여주었을 때,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라며 인정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요우의 표정은 정말 솔직하니까 알기 쉬워...'
그런 얘기를 말해올때면 항상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응원해준다.
내 이상의 빛은, 나는 그녀를 쫓고있었지만
그녀의 빛은, 그녀가 쫓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으니.
지금의 내가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녀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더 오래되었고 더 깊고도 거대할 테니.
그녀가 나에게 해주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녀의 일상속에서 울고 웃고 함께하던 사람은 그녀가 내가 아닌 그녀가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오히려 그녀에게 있어 나는 어둠이 아닐까, 단지 내가 불쌍해 보여서, 조금이라도 밝은 빛을 나눠주고자 나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는 걸까, 내 주변의 어두움이 사라진다면 그녀는 다시 자신의 빛을 쫓아가게 되는 걸까
'나는 그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 걸까...'
불면증과 함께 더 비관적이게 된 자신에게 보란듯이 고개를 크게 휘젓는다.
'요우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그런 요우가 쫓는 사람이 얼마나 밝은 태양 같은 사람인지는 나도 알고있다. 나역시 그사람을 좋아하고 Aqours의 모두가 그사람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다고 해서, 그 옆에서 조용히 빛을 내고있는 달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크고 밝읃 태양이 아닌 그저 부드럽게 나를 감싸주는 달빛에 빠져들었고, 그 달빛을 받고자 달의 주위를 맴도는 수많은 위성중에 하나가 되어 있었다.
어디까지나 수많은 위성중에 하나, 내가 아무리 그녀 주변을 맴돌더라도 그녀는 내 주변을 맴돌지 않는다.
그 사실이 크게 슬프진 않다. 그 전까지는 나를 비춰주는 조용한 달빛마저 존재하지 않았으니.
누군가에게 지고싶지는 않지만 큰 희망을 가지진 않는다. 난 그녀를 밝힐정도의 빛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아쉽다고는 생각하지만 욕심을 부리고싶진 않다. 이미 넘칠만큼 많은것을 그녀에게 받았으니.
물론 요우는 내 불면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불면증이 생긴 이유도 원인도 모른다.
엄청난 병일수도있고, 복합적인 이유일수도, 단순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어쩌면 마계의 저주일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이유를 알게된다고해서 당장 불면증이 치료되는 것도 아닐테니까.
하지만 불면증에서 깰때면 요우를 떠올리게 되버린 이유만은 확실히 알고있다.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하아... 어째서 나 혼자 보충수업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거냐구!!!!"
빠진 수업이 많다고 담당 선생님께서 방과후에 수업을 따로 진행해 주셨고, 안타깝게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배신할 순 없어 끝까지 참여하였다.
물론 정말 감사드려야 할 상황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석을 하는 내가 잘못한게 맞지만...
"그래도 듣기 싫단 말이지..."
보충수업에 대한 짜증과 결석에 대한 후회가 섞인 함숨을 내뱉으며 조금 늦었지만 Aqours의 연습을 위해 옥상으로 향하던 중 보게 되었다.
분명히 대부분의 학생이 하교했을 학교, 아무도 없어야 할 교실과 잠겨있아야 할 교실문이 아닌, 누군가가 아직 남아있는 교실, 반쯤 열린 교실문 사이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했다.
"..."
살짝 지고있는 노을빛이 들어오는 창가,
반쯤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간드러진 바람,
봄 날씨를 만끽하는 듯이 살랑거리는 나뭇잎 소리,
정적만이 남아있어야 할 빈 교실에서
"코오...."
그녀의 작은 숨소리가 천천히 빈 교실을, 내 세상을 채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