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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마법소녀 치카-10-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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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302214
  • 2019-04-11 16:04:34
 



마법소녀 치카 10편임

재밌게들 봐 줘

이제 거의 웬만한 등장인물 다 나온듯...이야기도 1/3쯤 가고...




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1862 

1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3199 
2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56089

3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1538
4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3764
5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6771

6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69192

7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76508

8편 :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298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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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 루비는 이리저리 몸을 풀며 자신의 앞에 있는 뜀틀을 바라보았다. 탓, 하고 가벼운 소리와 함께 루비의 몸이 바람처럼 뜀틀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가벼운 동작으로 루비는 높이 뛰어올라 뜀틀에 손을 짚고 뛰어 넘었다.


“쿠로사와, 아주 멋지게 잘 넘었다. 그럼 다음!”


선생님의 칭찬을 뒤로 하고 루비는 살짝 미소 지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하나마루를 향해 걸어갔다. 놀란 표정으로 루비를 보고 있던 하나마루는 다가오는 루비를 향해 이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유 루비쨩! 어떻게 그 높은 뜀틀을 한번에 넘을 수 있게 된 거에유?”

“에헤헤…그냥 좀 요새 운동을 했더니 잘 할 수 있게 되었어.”


루비는 별 거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마루에게 대답했다. 운동이 아니라, 마법소녀의 힘이지만 말야. 사실 다 발휘하면 손 하나 안 짚고도 저런 뜀틀 정도는 그냥 뛰어 넘을 수도 있지만. 물론 그런 말을 하나마루에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나마루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루비는 뒤에서 느껴지는 자신을 향한 수근거림과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시선 집중. 그래, 다들 놀랄 만도 하지. 그 실수투성이 쿠로사와 루비가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어. 동정이나 비웃음이 아닌 놀라움과 감탄이 섞인 이런 시선, 정말 늘 받고 싶었다고. 마법소녀가 되길 정말 잘 했어. 루비는 속으로 보이지 않게 미소 지었다. 그때 마찬가지로 수근거리고 있던 반 친구 하나가 조심스레 루비를 향해 다가왔다.


“저기 쿠로사와상.”

“응? 무슨 일이야?”


루비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친구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꺼냈다.


“그…혹시 우리 배구부에 입부할 생각 없어? 그 정도 운동신경이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배구부?”

“응. 원래라면 이렇게 와서 갑자기 말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만…쿠로사와상도 알다시피,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아쉽잖아.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게 되었어.”


친구의 말에 루비는 잠시 고민했다. 배구부라, 거기서 에이스가 된다면 더 주목 받으려나? 확실히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하지만 루비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주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구를 향해 대답했다.


“미안해…아쉽게도 루비는 집안에서 해야하는 일이 있는 터라 시간이 별로 없거든. 아쉽지만 조금 힘들 것 같아.”

“그렇구나…아쉽네. 미안해, 갑자기 곤란한 말을 꺼내서.”

“아니야. 나야 말로 거절해서 정말 미안해. 좋게 봐주고 꺼낸 말일텐데 말야.”

“에이, 아마 쿠로사와상 정도라면 아마 어느 운동부에서나 탐낼만한 사람인데 뭐. 너무 겸손한 거 아닐까?”

“헤헤, 그런가?”


흥,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으면서. 누구나 탐낸다니, 말은 잘 하지. 루비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뭐, 부활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어둠 퇴치를 할 여유 시간이 모자라게 되니까. 그리고 솔직히 지금 난 조금 반칙 같은 것이기도 하고.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워하며 뒤돌아 가는 반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 루비의 마음 속에는 자그마한 희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부활동 권유를, 그것도 운동계열인 배구부. 예전에 자신이라면 절대 이런 권유는 받지 못 했을 거니까. 


“저기 혹시…”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루비의 옆에서 들려왔다. 뭐지, 또 운동부 권유인가? 슬슬 좀 귀찮은데. 루비는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돌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조금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어라, 이 사람은 확실히 운동부는 아닌 거로 아는데…


“어? 이름이 확실히…츠시마상이었나? 루비한테 무슨 일이야?”

“어라? 요시코쨩? 무슨 일이래유?”


옆에 있던 하나마루까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확실히 츠시마상은 하나마루쨩이랑 예전에 같은 유치원을 나왔다고 했었지. 그나저나 하나마루쨩이 부른 순간 ‘요하네야.’ 라고 작게 중얼 거린 것 같은데. 아마 잘못 들은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요시코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두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옅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어, 어?”

“잠깐만유, 기다려유 요시코쨩!”


멀어져가는 요시코를 하나마루가 급히 따라갔다. 그 둘의 뒷모습을 보며 루비는 조금 황당함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츠시마상, 꽤 먼 중학교를 나온데다가 집도 누마즈 시내라고 들었는데. 중학교 때 모종의 일이 있어서 일부러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 곳까지 진학한 거라는게 사실일까? 하긴 대화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


루비가 본 요시코는 늘 반에서도 혼자 있는 사람이었다. 하나마루가 가끔 말을 걸긴 했지만, 단답이나 짧은 대화가 오갈 뿐, 대부분 요시코가 자리를 피하기 일수였다. 그러니 반 친구들은 물론이고 루비도 전혀 요시코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 하나마루라는 연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친구의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친구인 것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대체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운동부 권유는 당연히 아닐거고, 혹시 뜀틀을 잘 넘는 법이라도 물어보려 했던 건가? 물론 그래봐야 열심히 해! 라는 대답 밖에 할 수는 없겠지만 말야. 근데 정말 뜀틀 넘는 법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던 게 맞나? 그것 치곤 표정이 좀 무거워 보였는데. 좀 신경 쓰이네. 하나마루쨩이 좀 알아왔으면 좋겠는 걸. 그렇게 조금의 의문과 함께 루비의 체육 시간이 지나갔다.

.

.

.

그런 식으로 운동은 물론이고 공부에서도 모두의 주목을 받는 나날이 이어졌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지니 그만큼 공부를 할 시간도 늘어나, 성적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소문이 점점 이어져, 가족과 집안 어르신들에게서도 칭찬을 받게 되어 루비는 무척이나 뿌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기뻤던 것은 언니인 다이아에게서 칭찬받은 것이었다.


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은 그 날 이후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보는 요시코의 시선이었다. 하나마루가 결국 별 소득 없이 돌아온 탓에,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말 하려 했던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착각은 아니었다. 마법소녀가 되어 감각이 좋아진 탓에, 요시코가 자신을 멀리서 관찰하고 있음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왜지? 왜 나에게 관심을 주는 걸까? 루비는 애써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영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행복한 일상만이 반복되었다. 어둠 퇴치도 익숙해져서, 이젠 왠만한 어둠은 무섭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루비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던 중이었다. 루비에게 다가온 하나마루가 말을 걸었다.


“루비쨩. 오늘 같이 서점에 좀 가지 않을래유? 사고 싶었던 책이 있거든유.”

“어? 서점? 좋…”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루비는 말을 멈췄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우칫치와 함께 어둠 탐색을 하기로 했었지. 모처럼 하나마루쨩이 권해줬지만…어쩔 수 없겠네. 루비는 한껏 미안함이 담긴 표정으로 하나마루를 향해 대답했다.


“미안해 하나마루쨩. 생각해보니 나 오늘 집안일을 돕기로 되어 있었어. 오늘은 조금 무리일 것 같아. 다음에 같이 가자.”


루비의 대답에 하나마루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표정을 보자 루비는 양심이 콕콕 찔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쉬워하던 하나마루는 이내 곧 환하게 웃으며 루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유…? 그럼 할 수 없지유. 집안 일은 루비쨩에게 무척 중요한 거니까유. 대신 루비쨩, 너무 무리하면 안 되어유? 알았지유? 건강이 최고에유.”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나마루쨩.”


루비는 내심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친구인 하나마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죄책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난 먼저 가볼게! 내일 보자 하나마루쨩!”

“네. 잘 가유 루비쨩.”


그렇게 두 사람은 교문 앞에서 헤어졌다. 하나마루는 혼자서 서점에 갈 생각인지 누마즈행 버스를 타러 갔다. 루비는 그런 하나마루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아쉬운 걸음으로 우칫치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 왔구나 루비.”

“응. 오늘도 잘 부탁해, 우칫치.”

“그래. 그럼 오늘은 누마즈 시내를 돌아보도록 하자!”

“응? 누마즈 시내?”


루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거긴 오늘 아마 하나마루쨩이 있을 텐데. 집안일이 있다고 거짓말 해놓고 거기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곤란해. 어떡하지? 루비가 속으로 끙끙거리고 있던 때 우칫치가 루비를 향해 물었다.


“왜? 누마즈 시내는 가기 싫어?”

“아니…가기 싫은 건 아니지만…”


루비는 작게 말꼬리를 흐렸다. 우칫치는 그런 루비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라도 있는 모양이구나? 뭐 괜찮아, 되도록 외곽 쪽으로 돌아다닐 거고, 여차하면 이공간으로 피해버려도 되니까.”


정말 가끔 기분 나쁠 정도로 눈치가 빠르다니까. 루비는 마음을 읽힌 것 같아 조금 불쾌했지만, 그것보다 우칫치의 말이 더 놀라웠다. 이공간으로 피한다고?


“…이공간을 그런 식으로 사용해도 괜찮아?”

“아무렴 어때. 그런다고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말야. 실제로 도쿄에서는 그런 식으로 빚쟁이를 피해다닌 마법소녀도 있었어.”

“그건 좀…무섭네.”


빚쟁이라니, 좀 그렇네. 그러고보니 우칫치의 설명 대로라면 마법소녀는 대부분 성인이 아닌 학생들이라고 했다. 학생때부터 빚에 쫓기는 마법소녀라니 좀 아무래도 찜찜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루비는 우칫치의 말에 따라 누마즈 시내 외곽으로 향했다. 다행인 것은 신체 능력이 무척이나 좋아진 탓에 버스를 타지 않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산길로 달려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둠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던 중, 루비는 기분 나쁜 마력을 느끼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루비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우칫치가 입을 열었다.


“루비, 나타난 것 같아.”

“응. 나도 느꼈어. 저 주택가 쪽인 것 같은데…”

“좋아, 이공간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바로 변신하고 싸울 준비를 해.”

“알았어.”


루비는 마력을 사용해 곧장 이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회색과 검은색으로 가득찬 무채색의 이공간. 분명 같은 모습의 누마즈였지만, 생명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공간. 마치 생명력까지 빨아들이는 것 같은 음울하고 음산한 곳이었지만 루비는 왠지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이 숨기고 있는 마음 속의 어둠. 그걸 형상화하면 이런 곳이 아닐까? 루비는 이공간에 들어올 때 마다 늘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어둠은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라 했으니까 마음 한 편이 시꺼먼 나는 정말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 


루비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어둠을 퇴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루비의 온 몸이 잠시 짙은 핑크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마법소녀의 모습을 한 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루비는 어둠의 힘이 느껴진 곳을 향해 서둘러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달리던 중, 루비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사람…살…유…”


사람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루비는 멈춰선 채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분명 들린 것 같은데. 이젠 안들리네. 내가 잘못 들은건가? 루비는 어깨 위의 우칫치를 향해 물었다.


“저기 우칫치,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응? 무슨 소리?”

“뭐랄까…사람의 비명 소리 같은게 들린 것 같은데…”

“그럴리가. 마법소녀가 아닌 사람이 여기 있을 확률은 지극히 낮아.”

“그렇지…?”


아마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루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어둠의 기운이 점점 가까워져 이젠 코앞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좋아, 이제 저 빌딩만 돌면 아마 어둠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네. 빨리 해치워 버려야지.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힘차게 발을 디디며 빌딩 모퉁이를 돌았다.


“사, 살려주세유!!!”


하지만 그 순간, 루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눈 앞에 있는 기괴한 어둠의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몇 번 어둠 퇴치를 하며 그것들의 기괴한 모습에는 이미 적응해 있었다. 루비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어둠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하, 하나마루쨩? 하나마루쨩이 어째서 여기에?!”


루비는 큰 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하나마루가 어둠에게 쫓기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분명 이공간은 마법소녀나 어둠이 아니면 들어올 수가 없는데, 어째서? 루비는 눈 앞의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저 멍하니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하나마루 역시 자신의 앞에 있는 루비를 눈치채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루비쨩?!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에유? 이상한 옷까지 입고?”

“그게…”


루비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일을 하나마루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도 난감했다. 난 마법소녀고, 저 괴물은 어둠이라는 건데 난 저걸 퇴치해야만 해! 라고 말 해야 하는 걸까? 그보다, 집안일을 한다고 거짓말해 놓고 이렇게 하나마루쨩을 보게 되다니. 대체 그것에 대한 변명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나마루쨩이 날 거짓말쟁이로 생각하면 어떡해?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루비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때 하나마루가 성큼성큼 루비를 향해 다가왔다. 하나마루쨩, 정말 화를 내려는 걸까? 왜 거짓말 했냐고? 안 돼.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나마루쨩만큼은 실망시킬 수 없어. 그치만 지금은 정말 내가 거짓말한 게 맞잖아. 루비는 미움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루비는 자신의 손을 덥썩 잡는 하나마루의 손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나마루는 루비를 향해 다급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루비쨩! 여기서 어서 도망쳐야 해유! 저 괴물이 쫓아와서 위험해요!”

“하, 하나마루쨩?”

“뭐해요, 어서 뛰어유!”


하나마루는 그렇게 루비의 손을 잡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루비의 손 너머로, 하나마루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순간 루비는 마음 한 켠에 밀어 두었던 죄책감이 다시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루비는 하나마루를 향해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 하나마루쨩…미안해. 사실 나 집안일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알고 있었어유.”

“응?”


뜻밖의 대답에 루비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런 루비를 향해 하나마루가 여전히 고개를 앞으로 향한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루비쨩의 눈만 봐도, 저는 루비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유. 제가 루비쨩의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에유?”

“그, 그럼…거짓말인 걸 알면서도…화 안 나…?”

“안 나유. 그야 루비쨩을 믿으니까유. 착한 루비쨩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분명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니까유. 그러니까 별로 화 나지 않아유. 아니 화는 조금 날 지도 몰라유. 하지만 참을 수 있어유. 루비쨩은 그만큼 저에게 소중하니까유.”

“하나마루쨩…”


나는 착하지 않아, 하나마루쨩. 루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유. 일단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이 곳과 저 괴물한테서 도망치는게 중요하잖아유. 살아야 화도 낼 수 있는 거니까유.”


하나마루의 말을 들으며 루비는 깨달았다. 그렇구나, 하나마루쨩은 그 누구보다 날 믿어주고 있었는데, 나는 하나마루쨩마저 날 거짓말쟁이라 생각할거라 멋대로 단정짓고는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했어.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속죄는 하나마루쨩을 지켜 주는 거야. 저 어둠으로부터. 루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하나마루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하나마루쨩, 사실 나 할 말이 있어. 잠깐만 멈춰 줘.”

“네? 그치만 지금은 일단 도망쳐야…”

“난…사실 마법소녀야.”

“뭐라구유?”


뜻밖의 말에 하나마루는 깜짝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놀라움 가득한 시선으로 루비를 바라보았다. 루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정말이야. 이 이상한 복장도, 마법소녀로 변신한 복장이야. 그리고 마법소녀가 하는 일은 저기 저 괴물이랑 싸워서 물리치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지금 저 괴물이랑 싸워야만 해.”

“루비쨩…”


하나마루는 멍한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루비는 믿고 있었다. 하나마루라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꼭 믿어 줄 것이라는 것을. 루비는 정말 진심을 가득 담아 계속해서 말했다.


“정말 날 믿는다면...이번에도 믿어줘. 난 하나마루쨩을 구하고 싶어. 도망만 쳐서는 저 괴물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어. 내가 싸워서 물리쳐야만 해.”


루비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간절한 표정으로 하나마루를 바라보았다. 하나마루쨩,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내 거짓말조차 믿어주는 하나마루쨩이라면, 분명 내 말을 믿어 줄 거야. 부탁할게. 그리고 잠시 후, 하나마루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알았어유.”

“정말? 믿어 주는 거야?”


루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물론 믿어주길 바라긴 했지만, 실제로 대답을 듣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자신이 생각하기에 거짓말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나마루는 의심 한점 없는 눈동자로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루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말 했잖아유. 저는 루비쨩을 믿는다고. 이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루비쨩이 저한테 거짓말을 할리도 없잖아유? 물론, 루비쨩이 저런 괴물과 싸운다는 건 불안하지만…”

“걱정마, 루비가 엄청난 힘을 가진 마법소녀라는 건 확실하니까.”

“이, 인형이 말을 했슈?!”


갑자기 루비의 어깨위에 있던 우칫치가 입을 열었다. 이런, 안 그래도 하나마루쨩이 혼란스러울 텐데 너까지 말을 꺼내면 어떡해! 루비는 속으로 우칫치를 향해 화를 냈다. 어쩔 수 없지. 루비는 어깨에 있던 우칫치를 들고는 하나마루에게 건내 주며 말했다.


“어…일단 설명하자면 긴데 아무튼 이 아이는 우칫치라고 해. 우리편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단 이 아이랑 같이 도망치도록 해. 우칫치, 하나마루쨩을 부탁할게. 알았지?”

“응, 알았어.”

“우…우칫치…라구유…”

“좋아, 그럼 다녀올게 하나마루쨩!”


루비는 뒤로 몸을 돌리고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어둠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기에, 하나마루의 대답을 기다릴 만한 시간은 없었다. 핑크빛 마력을 내뿜으며 루비는 자신들을 향해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던 어둠을 노려보았다. 하나마루쨩을 해치려 하다니, 정말 용서 못 해! 루비는 눈 앞으로 신경을 집중하자 화려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리고 핑크빛의 빗줄기가 마치 대포처럼 어둠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루비가 쏜 거대한 마력포가 어둠의 몸에 직격했다. 좋아, 이 정도면 해치웠겠지? 보통 마력포는 느려서 피할 확률도 높은데, 저 어둠은 그대로 맞아주네. 바보같아. 루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둠을 살폈다. 하지만 그것은 루비의 착각이었다.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광경에 루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둠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력포는 커녕 돌멩이 하나 맞은 것 같지 않은 모습에 루비는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마력포가 통하지 않았어? 맞기만 하면 지금까지 모든 어둠들이 다 가루가 되어 버렸는데?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지만, 루비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하나마루를 지켜야만 했다. 한 대로 끝나지 않는다면, 여러 대를 쏘면 되는 거야! 루비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마력을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소리에 루비는 다시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꺄아악!”

“하, 하나마루쨩?!”


하나마루쨩이 어째서 비명을? 어둠은 아직 여기 있는데? 루비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또 다른 거대한 어둠 하나가, 주저 앉은 하나마루의 앞에 몸을 도사리고 있었다.


“어, 어둠이 두 마리? 어째서?”


지금까지 어둠을 퇴치하며 어둠이 두 마리 동시에 나타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루비는 그저 혼란스러웠다. 마력포가 통하지 않는 어둠이 나타난 것도 모자라, 비슷한 어둠이 두 마리나 나타났다는 현실은 루비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마루가 다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루비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루비를 향해 어둠의 앞발이 날아들었다. 평소였다면 분명 피하고도 남았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잠깐의 망설임, 마음의 흔들림, 그리고 하나마루라는 뜻밖의 존재로 인해 루비는 그만 한 박자 늦게 반응하고 말았다. 뭔가 커다란 것에 세게 부딪친 느낌이 들기 무섭게 루비는 세찬 기세로 날아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리고 몇 바퀴나 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코, 콜록!”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순간, 루비는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액체를 울컥 뱉어냈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붉게 물든 바닥이 보였다. 입 안에서는 비릿한 쇠 맛이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온 몸에서, 특히 왼쪽 옆구리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엄청난 격통이 느껴졌다.


“루비쨩! 루비쨩 정신차려유! 루비쨩!”

“하, 하나마루쨩…도망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유! 루비쨩만 두고 어떻게 도망을 가유!”


하나마루는 눈물을 글썽이며 루비를 일으키려 애썼다. 루비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두 다리가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하나마루는 어떻게든 힘을 써서 간신히 루비의 한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사이, 두 어둠은 어느새 양쪽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미…안해 하나마루쨩…지켜…준다고 해 놓고…”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에유! 루비쨩! 지금 루비쨩의 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알아유? 어서 여기서 도망쳐야 해유!”


하지만 두 사람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한쪽은 높디높은 빌딩, 그리고 다른 한 편은 높은 담벼락, 앞뒤로는 어둠. 하나마루는 어떻게든 루비를 끌다시피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담벼락 한쪽으로 몰리고 말았다. 그리고 어둠 둘은 서서히 두 사람을 포위하듯 다가왔다. 그리고 루비는 어둠에게서 마력이 뭉쳐지는 것을 느꼈다.


저건…마력탄을 쏘려는 거야. 안 돼.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데…아니 최소한 막아야 해. 루비는 어떻게든 마력을 쥐어짜 방어막을 만들려 했지만, 방어막은 희미하게 생기려다 다시 흩어져 버리기를 반복했다. 너무 큰 타격을 받은 탓에 온 몸의 마력이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검은 마력탄들이 어둠에게서 생겨나더니, 이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루비와 하나마루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하나마루쨩, 지켜주지 못 해서.


“거기까지에요, 어둠.”


순간 강력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어찌나 강력한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던 마력탄들이 바람에 휘말려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8(@*!&(!.....”


두 어둠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말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루비 역시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이 목소리는…설마…그리고 높은 빌딩 위, 그 곳에 서있던 누군가가 몸을 날리더니 이내 두 사람 앞에 탁, 하고 내려섰다. 그리고 그 사람은 루비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칠흑처럼 까맣고 긴 머리, 루비와 같은 녹빛의 눈동자, 당당함과 화려함으로 가득 찬 얼굴, 망설임 하나 느껴지지 않는 몸가짐, 루비와 같은 교복, 그 사람은…


“역시…루비였군요…”

“어…언니…?”

“다, 다이아상?!”


루비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언니가, 어째서 여기에? 그보다 설마 지금의 그 바람은 언니가 만들어 낸 것? 그렇다면 언니도 설마 마법소녀? 그런 의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루비는 지금 입술 하나 뗄 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다, 다이아상! 지금 루비쨩이 많이 다쳤어유! 어서 병원으로!”

“알아요, 하나마루상. 물론 마법소녀라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빨리 쉬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물론 그러려면…”


다이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앞에 있는 두 어둠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저 어둠들을…해치워야만 할 거고요.”


다이아는 잠시 그렇게 어둠들을 노려보다, 다시 하나마루를 향해 부드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하나마루상, 조금만 더 루비를 부탁할게요.”

“아, 알았어유. 그런데 정말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유…?”

“괜찮습니다.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올 게요.”


다이아는 하나마루를 안심시키려는 듯 살짝 미소 짓고는 이내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좀 전까지 와는 다른 분노, 아니 살의마저 느껴질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도…제 동생에게 손을 대셨군요…”


다이아는 천천히 어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루비는 하나마루의 부축을 받은 채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흐린 시아로 보이는 든든하고 멋지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루비가 늘 동경하며 달려왔던, 그런 루비를 늘 지켜주던 자애롭고 따스한 언니의 등.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뒷모습에선 ‘분노’라는 감정이 붉은 마력의 기운과 함께 강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아가 그 마력의 붉은 빛에 휩싸이더니, 잠시 후 화려한 붉은 빛의 복장을 하고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는 천천히 두 손을 앞으로 들어 올리며 어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쿠로사와 가문의 싸움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각오하세요 어둠. 지금부터 당신들을…전력으로 말살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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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주 드디어 다이아다 개추 - dc App 2019.04.11 16:11:45
JQ! 줄수 있는 개추가 하나 뿐이라 오호 통재라 - dc App 2019.04.11 16:15:14
JQ! 근데 혹시 너가 쓴 소설 모아놓은 곳 있어? 가끔 생각나서 몰아보고 싶은때도 있는데 - dc App 2019.04.11 16:25:51
ellin https://ellin89.postype.com/ 2019.04.11 16:33:23
ellin https://ellin89.postype.com/ 글 본편에 괜히 개인 연재처 올리긴 찜찜해서 안올리고 있었음 여기야 2019.04.11 16: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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