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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요시삐긱스]외로운 타천사와 두 아가씨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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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95190
  • 2018-05-25 14:41:40





이번에도 소재 받아 쓴 글

나름 상세하게 소재를 줘서 맞춰서 쓰긴 했는데...

과연 소재 준 물붕이가 원하던 스토리인지는 모르겠네;;

여튼 재밌게들 읽어 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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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루, 루비.”

“왜 그래 요시코쨩?”

“요하네! 아, 이게 아닌데…그 있지, 사실 할 말이 있는데…”


루비는 자신의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요시코를 보며 자신 역시 긴장 되는 느낌이 들었다. 요시코쨩, 오늘은 말 해 주려나? 그런 작은 기대감을 품은 채, 루비는 요시코의 입에서 다음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솔직히 조금 답답하긴 했다. 하지만 저번에 조금 등을 떠밀어 줄 겸 재촉했더니, 바로 역효과가 났던 기억이 떠올라 그냥 꾹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 그게 나는…나는…”

“요시코쨩은…?”

“나는…타, 타천사야!”

“삐, 삐기?!”

“그, 그런 거야. 그럼 이만!”


요시코는 그런 영문 모를 남기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그대로 달아나고 말았다. 루비는 요시코의 등을 향해 뻗었던 손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벌써 이게 몇 번째야. 밀려오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그저 한숨만 흘러 나왔다. 이렇게 요시코가 루비에게 고백 하려다 그만둔 건 대충 세어도 루비의 열 손가락을 넘어가고 있었다.


“으유…요시코쨩 바보…”


루비는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요시코쨩만 고백해야 한 다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 루비 네가 고백해도 되잖아!’라는 말엔 루비도 나름대로 댈 만한 변명이 있었다.


“요시코쨩이 먼저 고백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냥 내가 하는 건데…”


루비는 그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입밖으로 드러내며 푸념했다. 사실 정말 둘 사이는 누가 먼저 고백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는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부끄러움이 많았던 루비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길 망설였고, 결국 요시코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허나 그 뒤로는 계속 요시코가 말을 꺼내다 말고 도망치는 것이 반복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 요시코는 예전부터 타천사 캐릭터를 주장해온 탓에 주변에서 따돌림 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이 무시 받거나 홀대 당하는 경우를 자주 겪어왔다. 루비와 가까워진 것도 루비가 그런 요시코의 말을 무시하거나 웃어넘기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성실하게 응해준 루비에게 요시코가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루비도 그런 요시코의 마음 속 상처와 외로움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만약 루비가 요시코보다 먼저 고백을 해 버린다면…루비는 왠지 자신이 요시코의 의지와 마음을 무시하게 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아마 요시코의 성격상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거나, 결국 또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며 실의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런 여리디 여린 요시코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루비는 결국 요시코의 고백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고 만 것이다.


“…요시코쨩, 힘내.”


루비는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요시코를 응원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오직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

.

.

.

“나, 난 진짜 바보야아아!!!!!!”


학교 근처에 있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공터에서 요시코는 하늘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한심한 행동에 그저 답답하고 짜증만 났다. 분명 요시코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루비는 이미 자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있고, 직접 자신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결국 오늘도 요시코는 그런 루비의 기대에 응해주지 못 했다.


“미안해 루비…”


요시코는 작은 목소리로, 저 멀리서 한숨 쉬고 있을 루비를 향해 사과했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요시코 자신도 루비가 자신을 나름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요시코가 용기를 내 주기를 기다려 주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배려를 자신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이래서야 자신이 루비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조차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요시코도 이러한 자신의 우유부담함에 대해 나름 변명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불행’ 속성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또 타천사 이야기?’하고 웃어 넘길 만한 이야기였지만, 요시코 자신에게는 나름 심각한 고민이었다. 실제로 자신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불행’혹은 ‘불운’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의 일들을 많이 겪어 왔다.


“이게 다 츠시마 때문이라고! 츠시마가 있어서 운동회에 비가 온 거야!”


어린 시절 학교 남자 아이가 뭣도 모르고 한 이야기였겠지만, 요시코에겐 지금 까지도 마음 속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이다. 실제로 자신이 연관되어 있는 무슨 날만 되면 거짓말같이 비가 오곤 했다. 그것이 운동회가 되었든 소풍이 되었든 정말 그랬다. 그것 말고도 아끼던 물건을 잊어버린다든가,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발이 걸려 넘어진다든가 하는 등등. 정말 그런 일들은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자주 일어나며 요시코를 괴롭게 만들었다.


어쩌면 자신을 ‘타천사’라 칭하게 된 것도, 그런 일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불행한 건, 내가 타천사이기 때문이야. 타천사에게 불행과 불운은 감내해야 할 당연한 것들이니까, 오히려 난 이런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구. 그런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점점 자라고 머리가 커지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사실 나 혼자 이런 건 상관이 없지만…”


요시코는 자기 자신에게 말 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불운 같은 것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잠시 그 마음이 흔들리긴 했었다. 혹시 ‘타천사’를 그만둔다면, 이런 불운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런 자기 위로에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었다.


하지만 아쿠아 멤버들을 만난 후, 타천사는 물론이고 다른 자신의 모든 것들도 ‘받아들여 주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런 자신을, 민폐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행동과 불운을 모두 안아주겠다는 사람들 덕분에 요시코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씩 자신감과 행복이란 감정을 되찾아 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게 된 사람. ‘쿠로사와 루비’로 인해 요시코는 다시 한번 자신에 대한 큰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으아아! 아 몰라! 쿠로사와! 쿠로사와 바보오오오오오!!!!!!!왜 하필 나 같은 애를…!!!!!!!”

“요시코상!”

“꺄악?!”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요시코는 정말 기절할 듯이 놀라며 펄쩍 뛰어올랐다. 그녀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흘겨보고 있는 다이아와 눈이 마주쳤다.


“다, 다이아였구나…정말, 깜짝 놀랐잖아!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떡해?”

“네, 접니다. 그리고 갑자기라뇨? 전 좀 전부터 계속 여기 서 있었는데요.”

“그, 그래? 그치만 전혀 몰랐는데…그리고 그럼 진작 불렀으면 되잖아. 왜 거기 가만히 서서 사람을 보고만 있었던 거야?”


요시코는 퉁명스러움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다이아는 오히려 더 눈을 가늘게 뜨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요시코상 때문인데요?”

“…응? 나 때문에?”

“네. 요시코상이 너무 이상해보였으니까요. 갑자기 하늘을 보고 소리를 지르지 않나, 그러다 무슨 생각에 빠진 듯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대질 않나, 한숨을 푹푹 내쉬질 않나…그래서 저러다 저 언덕 아래로 ‘타천!’이라고 외치며 뛰어내리는 건 아닐까 하고 지켜 본 거라구요.”

“그…그런 거였어?”


요시코는 얼굴이 빨개졌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의 언니에게 보여줘 버리고 말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다이아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 그리고 가만히 있지도 않았어요. 갑자기 부르면 놀래킬 것 같다는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요시코상을 불렀는데, 전혀 듣지도 못 한 건 요시코상이라구요? 그래서 결국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었어요.”

“그…그렇구나…아하하…따, 딱히 신경 쓰진 않지만 말야! 뭐 사람이 고민에 빠질 때도 있는 법 아니겠어?”


요시코는 애써 태연한 척 뒷통수를 긁었다. 하지만 다이아는 자비가 없었다.


“뭐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얼굴이 빨게지셨네요. 터질 거 같아요.”

“저, 정말! 배려가 없잖아! 그 정도는 모른 척 해 달라고!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쿠로사와가의 큰딸은 대체 어디 간 거야?”

“그야 그럴 만도 하죠. 사실 저도 이런 모습을 남에겐 들키고 싶지 않겠죠, 이건 요시코상의 프라이버시니까요, 하고 조용히 다시 가려고 했어요. 근데 갑자기 요시코상이 제 욕을 하시니 저도 그냥 넘어 가긴 좀 그렇더라구요. 왜 저를 욕 하시는지 설명을 듣고, 제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할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내, 내가? 내가 언제 다이아의 욕을 했다는 거야?”

“바로 전에요. 쿠로사와 바보! 라고, 거의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셨잖아요? 아마 이 언덕 밑에 사는 주민분들은 다 들었을 정도로 크게 말이죠.”

“아…그, 그거…”


요시코는 당황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자신이 정말 쿠로사와 바보라고 외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다만 다이아의 오해와 달리 그건 동생인 루비를 향한 것이었지만, 다이아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요시코는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건 다이아가 아니라…루비 이야기 였어, 루비. 쿠로사와 라고 해서 꼭 다이아인 것은 아니잖아?”

“아, 그런 것이었나요?”

“응. 그런 거야.”

“그렇군요. 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루비에 대한 이야기였군요. 그렇다면야…”


다이아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 다행이야. 일단 오해는 풀린 모양이네. 요시코는 안심하며 조금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그것이 섣부른 판단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이아는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그야말로 요시코를 불태울 기세로 뚫어져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더, 용서할 수 없겠네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에요! 그러니까 지금 요시코상은, 제가 아니라 우리 루비를 ‘바보’라고 욕 한 거잖아요?!”

“그…그렇긴 한데…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요시코는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그에 다이아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어째서냐구요? 저에 대한 욕은 괜찮아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뭐 저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니까요, 실수 정도는 하는게 사실이겠죠.”

“그…그렇지…”

“네. 하지만…동생인 루비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히, 히이이익!”

“요시코상!!!”

“네, 넵!”

“자, 말해 보시죠! 우리 귀엽고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야무지고 애교 많고 성실하고 배려심도 깊은, 우리 루비에게 대체 무슨 불만이 있으신 거죠?! 어째서 그런 건지 합당한 이유를 대 주시죠. 만약 그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면, 오늘 요시코상은 아마 집에 일찍 돌아 갈 생각 같은 건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 그런!!!!!”


다이아는 정말 사생결단을 낼 기세로 요시코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 이게 뭐야! 무서워! 이건 우애가 좋은 걸 넘어서 그냥 여동생 바보잖아! 다이아, 이런 캐릭터였어?! 요시코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고민했지만, 이 위기를 타계할 만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는 난간이 등에 닿았음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정말 아까 다이아 말 대로 여기서 타천!을 외치며 뛰어내리기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간 정말 이 세상에서 타천하게 될 것이 뻔했다. 


결국 요시코는 고민 끝에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 했다. 이래저래 죽는 것보단 차라리 부끄러운 속마음을 풀어 놓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이야기 하고 나면 조금 마음도 편해지고, 조언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상담 상대가 좋아하는 루비의 언니인 다이아라면 아무래도 더 좋지 않겠냐는 조금 계산적인 이유도 있었다. 마음의 결정이 끝난 요시코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 다이아! 나, 사실 있지…그게…”


요시코는 다이아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자신의 과거 이야기나 속마음에 대해서는 적당히 거르고, 대략 자신이 루비를 좋아하지만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이 루비에게는 영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서 라는, 거짓말은 아니지만 적당히 포장된 설명을 해 주었다.


요시코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다이아는 조금씩 진정하더니, 종국에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요시코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다이아의 모습에, 요시코는 약간 죄책감을 느꼈다. 비록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모든 진심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요시코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 다이아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라는 사람이, 그만 그런 오해를…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충분히 오해 할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런가요. 그래도, 요시코상도 나이로 보면 충분히 제 동생이나 다름 없는 사람인데…그런 동생에게 그렇게 화를 내다니, 저도 아직 수행이 참 부족 하네요.”


다이아는 약간 기운 빠진 목소리로 자신을 자책하듯 말했다. 그 모습에 왠지 더 죄책감이 심해져서 요시코는 다급히 다이아를 향해 위로의 말을 꺼냈다.


“그, 그렇지 않아. 다이아는 충분히 멋있는 언니라고 생각해. 루비에게서 들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어.”

“후훗, 절 위로 해 주시는 건가요. 후배로부터의 위로라니, 기쁘면서도 왠지 좀 부끄럽네요. 하지만 감사합니다, 요시코 상.”

“위, 위로가 아니고 나, 난 그저 내 감상을 이야기 했을 뿐이야! 그리고 요하네! 뭐…사실 좀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요시코는 부끄러움에 다이아의 말을 부정하다, 무심결에 자신의 진심을 덧붙여 말해 버리고 말았다. 조금 뜬금 없는 요시코의 말에 다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러워요? 뭐가요?”

“…루비가 말야. 난 외동이잖아. 그래서 저렇게 나만을 위해주고 감싸주는 언니가 있다는 게 조금은 부럽기도 해. 만약 언니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하거든. 그래서 불행한 일을 당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옆에서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언니가 있었다면…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해서.”

“요시코상…”


요시코는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평소와 다르게 다이아의 아에서는 자신의 진심을 말 해도 괜찮겠다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요시코의 무겁고,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이아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들어 주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선 나와 조금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 리얼충 친구들이라면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아마 대부분 웃어 넘기거나, 무시해 버렸겠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점을 긁으며 고민에 빠져 있는 다이아를 가만히 지켜 보았다.


“알았어요.”

“뭐, 뭘? 뭘 알아?”

“그러니까 요시코상은 언니가 갖고 싶은 거로군요?”

“…응?”


다이아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요시코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보통 이런 진지한 성격의 사람은, 착각 하는 순간 한없이 진지하게 이상한 곳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요시코의 예감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이제부터 요시코상의 언니가 되어 드릴게요. 그러니까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양하지 말고 저에게 이야기 해 주세요.”

“아니 그,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고…”

“아…그런가요?”

“응.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라…”


요시코는 필사적으로 다이아를 막으려 했다. 이 사람, 별을 따다 달라고 농담하면 진짜 돈 모아서 로켓이라도 발 사 할 사람이었지! 어떻게든 말려야 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해를 풀려 했지만, 다이아는 이미 요시코의 손을 완전히 벗어나 버린 상태였다.


“알겠어요. 언니를 자처하겠다고 한 주제에 동생이 먼저 말해주길 바라다니, 언어 도단이네요. 앞으론 제가 언제나 뒤에서 요시코상을 언니의 눈으로 지켜봐드리겠어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언니란 그렇게 동생을 지켜보다가 동생이 먼저 말하기 전에 동생의 고민을 알아채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지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요시코상이 말 하지 않아도, 언제나 도와드리겠어요. 그러니 먼저 말 해야 겠다는 부담은 안 가지셔도 좋아요!”

“에…?”

“자, 그러니까 이제부터 어깨를 쭉 피고 다니세요! 요시코상은 이제부터 쿠로사와 요시코 입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난 쿠로사와 요시코가 아니고…!”

“아, 맞다 그렇죠. 요시코상이라면, 언니에게서 쿠로사와 요하네라고 불리고 싶은 거겠죠? 다 압니다. 타천사 같은 것엔 영 익숙하지 않지만…동생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저도 제 자신을 타천사라 자처 하겠어요!”

“으아! 그게 아니고! 정말, 이게 뭐야아아아!!!”

“자 같이, 타천하죠!”

“그게 아니라니까아아아아!!!!!!”


요시코는 있는 힘껏 절규했다. 차라리 그냥 다이아에게서 루비를 욕 했다는 오해를 받고 혼나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요시코는 그날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타천사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다이아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

.

.

하지만 그 뒤로도 요시코에 대한 다이아의 관심은 계속 해서 이어졌다. 부실에서 다른 멤버들과 곡이나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옥상에서 댄스 연습을 할 때도, 바닷가에서 체력 단련을 할 때도, 다 같이 편의점에 가서 간식을 사 먹을 때도 요시코는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보는 다이아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요시코가 어딜 갈 때마다 항상 다이아는 요시코의 뒤를 따랐다. 심지어…


“저기, 다이아.”

“왜 그러시죠?”

“나, 화장실 가는 건데…”

“알고 있습니다. 요시코상은 보통 이 시간 때 쯤이면 화장실에 가곤 하니까요.”

“그래 맞아…가 아니고! 왜 내 화장실 가는 패턴 까지 파악 하고 있는 건데?!”

“언니로서, 여동생에 대해 당연히 가져야 할 소양입니다.”

“그런 소양 처음 듣거든?! 그리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화장실 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잖아!”

“아니요. 혹시나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거나 하면 큰일이니까요. 언니는 언제나 동생이 곤란한 일에 처하지 않도록 배려 해 줘야 하니까요.”

“그런 배려 필요 없거든?!”


같은, 요시코를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일 까지 벌어졌다. 물론 요시코가 아무리 밀어내도 다이아는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마치 예전의 루비 같아서 귀엽네요.’라고 하며 그저 받아 넘겨 버렸다. 이럴 거면 정말 괜히 이야기 했네, 요시코는 그렇게 속으로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요시코의 마음도 바뀌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이아의 이런 귀찮을 정도의 관심이 내심 마음에 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 정도로 관심을 쏟아 준 사람은 부모님 말고는 없었으니까. 그 마저도 자신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본격적으로 타천사에 빠져 든 뒤로는, 자신의 밀어냄으로 인해 부모님과도 조금 거리가 생긴 상황이었다. 


나이를 먹고, 주위 친구들도 요시코를 향해 불운 혹은 불행등의 언급을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물론 요시코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보통 그런 건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요시코의 ‘타천사’라는 자기 방어는 확립 된 후였고, 결국 요시코의 그런 독특한 행동들로 인해 친구들은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요시코와 가까워 지길 꺼려했다. 계속해서 외톨이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요시코의 상처는 쉬이 사라지지 않고 깊은 곳에 남아 있었기에,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반가웠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아는 그저 아무 망설임 없이 요시코가 친 자기 방어의 벽을 넘어 다가왔다. 그런 경우는 요시코에게 있어 정말 처음이었다. 여전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요시코는 자신의 곁에서 정말 친언니처럼 자신을 챙겨주는 다이아의 행동에 점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비에게 그랬던 것처럼, 요시코는 여전히 다이아에게 마지막 남은 마음의 얇은 벽 하나를 열지 못 하고 있었다.


‘언제 다시 또 나를 멀리 할 지 몰라…나 같은 애는…불운만 가져 올 뿐이니까.’



그런 마음이 자꾸만 요시코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이아는 계속해서 요시코를 향해 다가올 뿐이었고, 그럴수록 요시코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만 졌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다른 멤버들이 연습을 하는 사이 요시코는 다이아의 손에 이끌려 회장실에서 반강제로 공부를 배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모르면 뿌뿌 데스와!!!”

“그, 그치만 이거 너무 어렵단 말야! 애초에 수학이란 것도 그래, 이걸 배워서 나중에 어디다 써 먹냐고!”


다이아의 집중 교육에 요시코는 나름 떼를 쓰며 저항해 보았다. 하지만 다이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스쿨아이돌 활동도 없다는 협박에 결국 요시코는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떼를 쓰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나는 타천사라 이런 거 필요 없다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요시코 스러운 변명과 핑계. 하지만 그런 요시코에게 다이아는 그만 실언을 하고 말았다.


“요시코상도 대학에 가야 하잖아요! 나이를 먹으면 대학에 가야 하고, 직장도 다녀야 할 텐데,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타천사에만 매달려 있을 건가요! …아.”

“……”


다이아는 다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다이아의 말에 요시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결국 다 같구나. 다이아도, 결국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어. 요시코는 여전히 입을 막은 다이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그렇지. 다 그런 거지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이아도 같구나?”

“아니 그게…요시코상…저는 요시코상의 취미를 무시한게 아니라 단지 언니로서 걱정이 되서…”

“…언제 걱정 해 달라고 했어? 어차피 다이아는 내 친언니도 아니잖아! 그런 주제에 나에 대해 함부로 말 하지 마!”

“요, 요시코상…”


사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요시코는 다시 이성을 찾고 있었다. 다이아는 결코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고, 단지 정말 걱정 되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란 것은 그렇게 이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꺼낸 말이 다이아를 상처 입혔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과 하려 해도 입이 도통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요시코가 택한 것은…


“요시코상! 어디가요! 요시코상!”


요시코는 그대로 다이아를 뒤로 한 채 회장실에서 달려 나왔다. 그렇게 요시코는 다이아게서 도망쳐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날 밤 요시코는 밤새 울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야 했다.

.

.

.

요시코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에 등교했다. 루비와 하나마루에게 인사를 건내고, 요시코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다이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젠 내가 말이 심했지…가서 사과 해야 겠다. 보통 이 시간엔 회장실에 있겠지? 아무리 다이아라도, 내가 심한 행동 한 것에 대해선 화를 내겠지만…어쩔 수 없지. 내가 잘못 한 거니까. 설령 어떤 말을 듣게 되더라도 난 사과 하러 가야 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루비가 말을 걸었다.


“요시코쨩, 어디 가?”

“잠시 회장실에. 다이아를 만나서 좀 할 얘기가 있어서 말야.”

“아…그…요시코쨩.”

“왜?”

“언니, 오늘 학교에 안 왔어. 감기에 걸려서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어.”


순간 루비의 말에 요시코는 머리에 돌을 맞은 것 마냥 큰 충격을 받았다. 뭐? 다이아가? 감기? 요시코는 자기도 모르게 루비에게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루비를 향해 마구 말들을 쏟아 냈다.


“뭐? 다이아가? 감기에? 심한 거야?”

“요, 요시코쨩, 아파…”

“아!…미안해.”


요시코는 루비의 어깨를 놓아 주었다. 너무 흥분한 탓에 그만 저도 모르게 손에 너무 힘을 주고 말았다. 난 진짜 최악이네…다이아에게 심한 말을 한 것도 모자라 루비까지… 요시코는 루비에게 힘 없이 사과했다. 그런 요시코에게 루비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아냐, 괜찮아. 나도 언니가 어제 저녁 갑자기 열이 심하게 났을 땐 정말 놀랐는 걸.”

“…그렇게 심한 거야?”

“아니, 약 먹고 자고 나니 좀 괜찮아 졌어. 열은 거의 다 내렸는데 어차피 내일이 주말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그냥 집에서 푹 쉬라고 하시더라구. 물론 언니는 ‘쿠로사와 가의 장녀가 이 정도로 학교를 쉴 수는 없다.’라고 했지만, ‘쿠로사와 가의 장녀가 자기 몸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 안 된다.’라는 어머니의 말에 얌전히 이불속으로 돌아 갔어.”

“쿠쿡…정말 다이아 답네…”

“그치? 뭐 그러니까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그렇구나…”


요시코는 속으로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 자꾸 죄책감이 밀려 왔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자신이 어제 심한 말을 해버린 탓에 다이아가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그렇게 폭언을 한 주제에 자신이 다이아를 걱정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며 요시코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그런 요시코에게 루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걱정되면, 내일 병문안이라도 오면 어때? 언니한테 할 말도 있다면서? 아마 요시코쨩이 찾아 오면 언니도 좋아할 거야.”


뜻밖의 말에 요시코는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다이아를 찾아가서 사과하자. 그게 맞는 거야. 그리고 다이아로부터 무슨 말을 듣더라도…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요시코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루비에게 대답했다.


“그, 그래도 될까?”

“응. 나도 요시코쨩하고 놀고 싶으니까. 겸사겸사 해서 와 주면 오히려 환영이지.”

“그,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꼭 갈게!”

.

.

.

“와…집 크다…”


요시코는 손에 음료수 상자를 든 채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금 쿠로사와가 저택 대문 앞에서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옛날 사극에서나 보던 나무 대문이잖아! 우와! 요시코는 새삼 다이아와 루비가 대단한 집 딸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 그냥 이대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냐아냐, 오늘 난 다이아에게 사과를 해야만 해! 요시코는 마음을 다잡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약간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머니인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루비와 같은 반 친구인 츠시마 요시코라고 합니다. 루비를 만나러 왔어요.”


사실 병문안이 주 목적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친구인 루비의 이름을 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약간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츠시마 양 맞으시죠? 전 이 집 사용인 입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사, 사용인이요?!”

“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죄송해요. 그, 그럼…실례하겠습니다.”


요시코는 사용인이라는 말에 무심결에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와 진짜 사용인이 따로 있어? 쿠로사와가 진짜 쩔어! 나, 이런 대단한 아가씨들이랑 친구 하고 있었던 거야? 요시코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할머니의 뒤를 따라 걸었다.


“지금 둘째 아가씨는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다행히 큰 아가씨가 츠시마양에 대해서 알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일단 그리로 모시고자 하는데…괜찮으신지요?”

“네? 아, 네. 괘, 괜찮아요…어차피 다이아의 병문안도 겸해서 온 거라서…”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요시코는 그렇게 다이아의 방 앞까지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방 앞에 도착하자, 할머니는 방 안을 향해 말했다.


“아가씨, 츠시마양을 모셔 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츠시마양, 들어가시죠.”

“네, 네에…”


문이 열리고, 요시코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쪽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있는 다이아의 모습이었다. 잠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요시코가 보기에도 아픈 사람의 모습이 분명했다. 다이아의 충혈된 눈과 약간 헬쓱해진 얼굴을 보니 요시코는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그럼에도 다이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반갑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시코상, 어서 오세요. 루비를 보러 왔다면서요? 루비는 잠시 제 부탁으로 심부름을 나간 참이랍니다. 조금 있으면 돌아 올 거에요.”

“아, 응. 그렇구나.”

“네. 모처럼 손님을 맞이하는데…이런 꼴이라 정말 죄송해요.”

“그 그렇지 않아! 다이아는 지금 아프잖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오늘은 루비를 만나러 온 것도 있지만…다이아의 병문안을 온 것이기도 하다구.”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다이아에게 음료수 상자와 꽃다발을 내밀었다. 다이아는 약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어머…고마워요, 요시코상. 설마 제 병문안을 와줄 줄은 몰랐네요. 꽃이 정말 예쁘네요. 정말 고마워요.”


다이아는 꽃다발을 보며 기쁜 듯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요시코는 마음이 놓였다. 다행이야, 그렇게 아프지는 않은 것 같네. 그럼 이제…준비해온 말들을 꺼낼 차례네. 요시코는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흐, 흥. 당연하잖아. 언니가 아픈데, 동생이 병문안을 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요…요시코상…”


다이아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내 뻔뻔한 태도에 화를 내려나?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은 엄연히 사과를 하러 온 것이니까.


“…어제 심한 말 한 거 미안해. 사실 나도 요즘 정말 다이아를 내 언니처럼 여기고 있었거든. 그래서 무심결에 떼도 좀 쓰고…억지도 좀 부렸었나 봐. 그제도 무심결에 심한 말을 해 버렸지만 정말 진심은 아니었어. 언니도 아닌 주제에 라니, 절대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 오히려 이런 날 친동생처럼 여겨주는 다이아가 정말 고마웠어. 정말이야. 하지만…그렇게 말을 해 버렸으니…다이아가 이제 날 싫어해도 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해. 정말…미안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고 다이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화를 내려나? 아니면 그런 심한 말을 한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어이 없어 하려나? 요시코는 각오를 굳히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다이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요시코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그렇지 않아요! 저도 심한 말을 한 건 마찬가지인 걸요! 물론 요시코상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땐 조금 슬펐지만…결코 원망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게 정말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다구요. 그러니 사과 하지 마세요. 고개도 숙이지 말고요. 전 요시코상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요.”


다이아의 다정한 말에 요시코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더 심한 말을 들을 각오도 되어 있었건만, 다이아는 이런 자신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요시코는 밀려오는 감동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뒤섞여, 가슴속이 마구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요시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이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째서야…”

“요시코상…?”

“다이아는 정말 바보야? 그렇게 심한 말을 들어 놓고도, 친동생도 아닌 나에게서 그런 취급을 당하고도 내가 싫지 않다는 게 말이 돼? 맨날 떼만 써대고, 말도 안되는 말이나 하고 민폐나 끼치는 내가 싫지 않냐고?! 정말 바보잖아…바보 같잖아 그건…”


결국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요시코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요시코는 그렇게 다이아의 앞에 서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훌쩍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요시코는 무언가 따뜻한 것이 자신의 몸을 감싸오는 느낌에 놀라 살짝 고개를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다이아가 요시코를 꼭 안아준 것이었다. 다정한 눈길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이아와 눈이 마주치자, 요시코는 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요시코상?”

“…응.”

“그게, 언니랍니다. 언니는 여동생이 어떤 바보짓을 하더라도 결국엔 다 용서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니까요. 귀여운 여동생이 조금 말 안 듣고 떼를 쓴다고 해서, 언니 노릇을 그만 둘 수는 없는 법이에요.”


다이아는 다정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요시코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사람은 정말 날 아껴주고 있구나. 그리고…나도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있는 거였어. 그러니까, 그런 말에도 그렇게 반응 했던 거야.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런 말을 들어도 난 전혀 신경 쓰지 않았겠지. 그래, 그런거였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음, 예쁘긴 정말 예쁘네. 라고 생각하면서.


요시코는 이렇게 자신을 아껴주는 다이아가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아이처럼 울었다는 것은 확실히 부끄럽게 느껴졌다. 결국 요시코는 또 본심과 다르게 다이아를 향해 틱틱 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절대 다이아를 밀어내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녀를 믿기에, 그녀를 정말 좋아하기에 부리는 투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뭐…뭐야…그럼 내가 바보라는 거야?”

“음, 뭐…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당장 수학 점수부터가…”

“…칫. 다이아야말로, 바보네. 바보 동생의 언니니까 바보 언니네.”


요시코의 말에 다이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나 참, 동생 하나 잘못 둔 죄로 저까지 바보가 되어 버렸네요. 이걸 어쩌나…아, 앞으로 동생이 더 바보가 되지 않도록 더 철저히 교육 시켜 줘야 겠네요. 그러니 앞으로 같이 더 열심히 공부하자구요. 지금의 두 배 정도로요. 알겠죠?”

“그, 그런! 그건 싫어!”

“후후후훗…농담이랍니다.”

“노, 농담도 좀 가려서 하라구!”


요시코는 입술을 삐죽이며 다이아에게 투덜댔지만, 이윽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껴안은 채 계속해서 웃기만 했다. 고마워 다이아, 이런 날 받아들여줘서. 정말 고마워.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아를 더 꼭 안았다. 다이아 역시 그런 요시코를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그래서 일까.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살짝 열린 창호지 문 사이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요시코쨩…? 언니….?”


-완…아니면 계속?-



어쩔까...사실 소재가 제시한 건 여기까지인데...

이걸 계속 이어쓸까 아니면 여기서 열린 결말로 끝내버릴까?


ㅎㅅㄷ 시리어스로 연재해서 스쿨아이돌데이즈 각이다 2018.05.25 14:51:24
타천빵야✨ 가즈아~ 2018.05.25 14:53:15
ㅇㅇ 쿠로사와자매한테 납치감금당하는 요시코 퍄퍄 - dc App 2018.05.25 17:16:16
코코아쓰나미 더 이으야제 2018.05.25 19:50:18
미토_ 이어주셔야죠 충성충성~~!!! 2018.05.26 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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