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학교가 끝난 후의 빈 교실.

친구들이 모두 떠난 조용한 복도를 걷는다.

발간 햇볕이 조금은 쌀쌀한 공기를 데우는 와중에 나는 창문 덕에 얼룩무늬가 된 바닥을 건넌다.

초록색 넥타이를 정돈하고 다시 한 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 내 눈 앞에 있는 음악실.

주머니에서 익숙한 질감의 열쇠를 꺼내 잠금을 푼다.

덜컹 끼이익

이제는 제법 정감이 느껴지는 미닫이문 특유의 마찰음.

그 너머에는 작은 교탁과 함께 피아노가 자리잡고 있었다.

살며시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낸 후 자리에 앉으면 미리 세팅된 악보가 보였다.

가장 마지막에 피아노를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칠칠맞은 사람이겠지.

그리고 악보에 쓰여진 제목을 읽어보면,

“Serenade to Spring...”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감성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열된 음표가 나를 부르는 듯해서 뚜껑을 열고 건반에 손을 올린다.

왼손은 주기적인 코드, 그리고 오른손이 주 멜로디.

오래 전에 배웠던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건반의 강약으로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던 그녀의 손가락.

지금 그녀를 떠올리며 손을 움직인다.

처음에는 힘을 빼고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과거를 추억하면서.

우리가 함께하면서 있었던 기쁨들을 담아서 조금은 강하게.

우리에게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그 모두는 결국에는 미소로 끝났으니까.

조바꿈 없이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곡 역시 끝난다.

“봄에 대한 연가라니, 꼭 나를 말하는 것 같잖아...”

의자 뒤쪽, 창가로 고개를 돌리며 혼잣말을 한다.

이렇게 자기감상에 빠져봤자,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

아무도 없었을 것이었지만,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온다.

지금의 붉은 햇볕의 물든 내 머리카락과 비슷한, 하지만 본래의 색이 찰랑거렸다.

‘방문증’

이라는 목걸이를 걸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욧짱, 오랜만이야.”

“ㄹ 리리... 무슨 일로 온 거야?”

“욧짱이 외로워할 것 같아서 찾아왔어. 생각대로인 모양이네.”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다가온 나의 선배는 썰렁한 나의 마음을 데운다.

“연주... 들은거야?”

“응. 욧짱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멋진 연주였어.”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리리도 같이 있었다니, 반갑고도 부끄러워서 고개가 절로 달아오른다.

창피한 모습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려 하니 덥석하고 안기는 리리.

“욧짱은 혼자가 아니야. 항상 내가 있잖아.”

“그래도 이제는 곁에 없는걸...”

“이렇게 가끔씩 올 테니까 마음껏 부벼도 괜찮아.”

“정말?”

“음, 정말.”

그 말에 우리의 거리는 0이 되었다.

“욧짱이 이렇게 달라붙어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리리는 항상 이렇게 내 마음을 설레게 해버리고...”

따뜻해져가는 봄 속에 우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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