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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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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o-g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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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7 1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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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이 어떻든, 나는 계속 심해 생물에 대해 카난 선배에게 설명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한 전시장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


몸과 주둥이가 길쭉한 낯선 생물.


큐레이터가 실수라도 한 것인지, 설명도 붙어 있지 않았다.



[아 이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카난 선배가 옆에서 쓱 들어온다.



[이건 주름상어네. 이것도 실러캔스와 마찬가지로, 고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래서 똑같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곤 해.]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하고 빠지는 카난 선배.


뭡니까.


낯설다구요, 정말.


영리한 이미지라도 노리시는 건가요.


3학년에 포니테일, 야한 몸에 영리한 이미지.


이건 안 되겠네. 누구씨와 캐릭터 완전히 겹치잖아.



...그런데, 지금 지적해온 것도 포함해서 카난 선배, 내 설명을 들을 때 반응이 좀 이상하지 않아?


뭔가 익숙한 것 같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기보다는, 알고 있는 걸 재확인한다는 느낌이랄까.


확인해보자.



[카난 선배, 한번도 안 와본 것 치고는 의외로 잘 아시네요?]


[응? 아...아아, 다이빙을 하다 보면, 심해 생물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거든, 손님이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다이버가 모르겠는데요, 하면 곤란하잖아?]



잠깐 멈칫한 부분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대답이었다.



[다이버라도 모든 물고기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그렇네요. 그런 것에 트집 잡는 사람도 의외로 있으니까요.]


[뭐, 그렇지.]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심해 생물에 대해서 잘 아시면 애초에 제가 설명하거나 할 이유도 없지 않나요.


...별로 상관은 없지만.


다시 관람을 시작하자, 카난 선배는 내 말에 뭔가를 느끼기라도 한 건지, 능동적인 자세로 전시를 관람하면서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꽤 분위기를 타서, 진지하게 카난 선배와 심해 생태계에 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해란 것은, 이렇게나 흥미로운 세계였구나.


심해수족관 대단해~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지식 교류의 장.


...


아니, 이게 아니잖아!


지식 교류라니, 뭐냐고 그게. 그딴 건 나중에라도 아무나 데리고와서 하면 되잖아.


이래선 안 돼.


어떻게든 이번에,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그렇게 고민에 빠져 걷던 중, 발에 뭔가 단단한 것이 걸린다.


아차, 하는 사이에 몸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쏠렸다.


바닥이 급격하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행히 카난 선배가 내가 완전히 넘어지기 전에 손을 뻗어, 잡아주었다.



[조심해야지, 리코.]



카난 선배는 내 몸 아래를 두 손으로 받쳐 지지해주었다.


예상외의 이벤트에, 심장이 미칠 듯이 날뛴다.


다행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인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걸로 카난 선배도 나를-



[아...감사합니...]



보지 않았다.



[...다.]



카난 선배의 시선은, 나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럼 어딜까, 하고 카난 선배의 시선이 향한 곳을 나도 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심해생물 따위가 있었을 뿐이었다.


...아.


나는 카난 선배에게서 천천히 몸을 떨어트렸다.


심장이 빠르게 식어간다.


오늘 하루 동안 계속해서 시험받았던 내 마음은.


여기서, 완전히 꺾여버렸다.



[...계속 가요.]



내게서 나오는 목소리가 낯설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계속 멀쩡한 척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누가 조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아프다.


이래선 연기를 계속해 나갈 수가 없다.


카난 선배가 조금이라도 내게 관심이 있었다면.


아무리 넘어지기 전에 잡았다지만, 나를 끝까지 봐줬겠지.


카난 선배는 내게 흥미가 없었구나.


내게 기회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구나.


하긴 그렇지. 여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를 좋아하는 게 보통이잖아.


여자가 여자를 상대로 하는 사랑 따위, 이뤄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잖아.


왜 여태까지 그걸 몰랐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마리씨에게 들켜버리고, 치카쨩에게나 멤버들에게나 진심으로 응원받으면서, 내 눈은 가려져버렸던 것이었다.



[리코, 어디 안 좋아?]



마침내 카난 선배도 이런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걱정하는 말을 해 온다.


무섭다.


무심코 원망의 말을 쏟아낼까 봐 무섭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해 버릴까 봐 무섭다.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는 여러 말들이 나오지 않게, 나는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카난 선배는 손을 뻗어오다가, 내 말에 멈칫,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거둬들였다.



[...응.]



카난 선배의 손은,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서 가지런히 모아졌다.



그 후로도 우리는 계속 심해수족관을 관람했지만, 나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실내에 오래 있었더니 답답하다는 이유를 들어 카난 선배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던 건지, 밖은 어느새 황혼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크레이프를 하나씩 사서 바다가 잘 보이는 선착장 주변 계단에 앉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보며 크레이프를 먹었다.


카난 선배가 가끔 거는 말에는 뭐라고 대답했던 것 같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이었기에, 바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래선 안 되는데.


제대로 카난 선배와 대화하지 않으면, 친구도 될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떤 대화를 해야, 카난 선배와 제대로 대화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어떤 대화를 해야 카난 선배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크레이프는 어느새 다 먹어버렸지만, 우리는 왠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일어서지 않으니까, 카난 선배도 일어나지 않는 거겠지.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거야?


벌써 다 끝나버렸는데.



자리에 앉을 때만 해도 꽤 위에 있었던 태양은, 어느새 바다 위에 반쯤 걸쳐져 있었다.


수평선에 걸린 석양, 카난 선배와 단둘이 있는 나.


카난 선배와 스노클링을 하고, 치카쨩네 집으로 가던 그 날이 생각난다.


그 날 오늘 같은 석양을 보면서, 난 카난 선배에 대한 내 마음을 확신했었다.


그리고 이 마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차라리 그때 고백을 해야 했는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쓸데없이 마음을 키워서, 결국 이 꼴인 거잖아.



[미안.]



난데없이 사과하는 카난 선배.


무슨 의미일까.


모른다.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우린 남이니까.


카난 선배의 말 하나하나에 호들갑을 떨면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도, 이젠 지친다.


어차피 생각해봐야 알 수 없는걸.



[가자, 이제.]



카난 선배는 혼자 일어서서, 제트스키를 향해 걸어간다.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카난 선배.


내 마음은 갑자기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아마 내 마음을 카난 선베에게 전할 기회는 영영 없겠지.


상처받고, 너덜너덜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난 카난 선배를 좋아해.


카난 선배의 마음도 전혀 모르는 바보 같은 나지만.


앞으로의 관계에도 전혀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카난 선배와 가까워지고 싶어.


카난 선배의 연인이 되고 싶어.


나는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내 일어난다.



[카난 선배. 저....!]



카난 선배가 나를 돌아본다.


나와 제대로 눈을 마주쳐온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대로 눈을 맞춰 주시네요.


하지만 날 바라보는 카난 선배의 연보랏빛 눈동자는, 어쩐지 쓸쓸하고 슬퍼 보였다.


...어째서 그런 눈빛인 건가요.


힘든 건 저인데.


울고 싶은 건 저인데.


아니면, 혹시 나는 나도 모르게 카난 선배를 힘들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해 버린 걸까.


카난 선배가 내게 그랬듯이, 나도 카난 선배에게 똑같이 해 버린 걸까.


그렇다면, 분명, 차여버리겠지.


고백해봤자 염치도 모르는 애라는 소리를 듣겠지.


그런 걸 알고 있으면, 고백 같은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응.]



이야기는 끝났지만, 카난 선배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심해수족관에 왔을 때처럼 나와 같이 제트스키를 타고 가려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


그렇지만 이대로 카난 선배와 몸을 맞대 버리면, 내가 무슨 짓을 해버릴지 알 수 없다.


우린 여기서 헤어져야만 한다.



[전 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이 주변에 볼일이 있어서.]



명확하게 내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카난 선배는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이,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제발 가 주세요.


이런 비참한 모습, 더는 카난 선배에게 보이기 싫어.



[...알았어.]



카난 선배는 돌아서려다가, 발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야해? 바로 갈 테니까.]



카난 선배가 또 상냥한 말을 해 온다.


이런 말을 들어버리면, 무심코 의지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안 돼.


이제부터 우린 단순한 스쿨 아이돌 동료, 친구가 되어야 하니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뇨. 가족이 있으니깐.]


[아...그래, 그렇네, 그럼 갈게.]


[네, 안녕히 가세요.]



우리는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집 근처 선착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카난 선배는 능숙하게 시동을 걸고 제트스키를 출발시켰다.


나는 계단에 우두커니 서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제트 스키를 탄 카난 선배가 천천히 멀어져간다.


그리고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문득 차가운 고독감이 때늦은 봄바람처럼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내게 이젠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조금 전까지 카난 선배와 같이 있었던 것이 꿈만 같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이런 괴로운 꿈 따위, 깨어 버리면 그만인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카난 선배에 관련된 기억들이 잔뜩 떠오른다.


바다의 소리를 들으러 가서 처음 만났던 카난 선배.


일부러 차갑게 굴려고 무뚝뚝한 말투를 연기했지만, 그 속에는 내가 하려는 일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상냥한 마음이 있었다.


같이 스노클링을 할 때는, 싫은 소리 한 번 않고 초보자인 나를 제대로 지도해주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우치우라의 바닷속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동인지를 걸려서 잔뜩 장난 당하거나, 같이 춤이나 노래 연습을 하거나, 여러 기억이 있지만.


모두 즐거운 기억들이다.


카난 선배는 항상 나를 위해 노력해주었고,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게 변했던 것은, 내가 카난 선배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욕심이 과했던 거구나.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 해도 충분히 행복한데, 더 바래서 스스로 아픔을 자초했던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어차피 카난 선배는 이게 데이트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겠지.


같이 스쿨 아이돌을 하고 잇는 후배와 잠깐 놀러 나왔을 뿐.


마지막에 보여주신 슬픈 얼굴도, 별 의미는 없는 걸 거야.


내가 혼자 멋대로 시작하고 멋대로 끝냈을 뿐인 짝사랑은, 결국 우리들의 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


나만 제대로 마음을 추스른다면, 모두 평소처럼 돌아오는 거겠지.


그래, 이거면 된 거야.


카난 선배.


선배 때문에 괴로웠지만, 그것보다 훨씬, 선배 덕분에 행복했어요.


제 첫사랑이 카난 선배라서 다행이에요.


그럼, 안녕히.


나는 마침내 내 마음속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집으로 가기 위해 돌아섰다.



나는 한 발 내뻗으려다가,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내 눈에는, 아쿠아 멤버 7명의 모습이 비쳤다.



[리코쨩...]



뭔가를 호소하듯 애달픈 목소리로 말하는 치카쨩.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다른 멤버들.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꽤나 걱정을 끼쳤나 보네, 다들 따라와서는, 이상한 표정이나 하고 있고.



[다 끝났어요.]



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한다.



[다들, 지금까지 제 어리광을 받아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모두에게 도움받은 만큼 잘 해보려고 했는데, 카난 선배는 별로 저한텐 마음이 없었나 봐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나는 아하하, 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아무도 나와 같이 웃어주지 않았다.


사람이 웃으면 좀 같이 웃어주라구요, 여러분. 민망하잖아.



[리코쨩...]



치카쨩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은데 말이야.


뭐, 굳이 말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캐물을 필요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도록 할까.



[저는 괜찮으니까, 이제 다들 집에 들어가 보세요. 늦었다구요?]



특히 다이아 선배나 루비쨩.


집이 엄한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나와 있어도 괜찮은 걸까.


제대로 부모님 허락은 받은 거냐구.


그런 생각을 하며 멤버들을 지나치는데, 치카쨩에게 덥석 팔이 잡혀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치카쨩의 품에 안겨졌다.



...


왜 이러는 걸까.


날 위로하려는 거야?


분명 괜찮다고 했잖아.



[리코쨩.]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


어째서인지 점점 목이 막히고, 코가 시큰거린다.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될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째서.]



나는 치카쨩의 옷을 꽈악 잡는다.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원망스러운 눈물은 속절없이 흘러내려 치카쨩의 옷을 적셨다.



[괜찮다고...괜찮다고 했잖아...괜찮다고...흐윽....윽...]


[응, 괜찮아 리코쨩. 다 괜찮아.]



치카쨩은 내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그 상냥한 손길에,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치카쨩에게 내 몸을 맡겼다.


난 한참 동안 치카쨩에게 매달려서 남아있는 감정들을 모두 털어버렸다.


수수한 소녀의 대단치 않은 첫사랑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果南推し 모어 플리즈 모어 아이원트 신삥 2017.05.07 16:42:17
으ㅞ미챤 아직 안올라온 구작 하나 남았잖아 2017.05.07 16:44:58
ㅇㅇ 카난시점편도 올려줘 182.172.*.* 2017.05.07 17:00:23
Doll 굿 2017.05.08 02: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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