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일임
어느날 서있는데 다리가 보라색으로 변하길래
이상해서 병원에 가봄 피부과에 갔었는데
별 일 아니라고 연고랑 약 주길래 먹고 견뎠음
일주일쯤 지나니까 다리에 붉은 점들이 마구 생겼음
뭔가 이상해서 종합병원에 진료를 받으니 희귀질환이라고 입원을 추천받음
병명은 내가 특정될 수 있어서 숨길게 미안
별거 아니라는듯이 스테로이드제 맞으면서 입원해있으면 금방 낫는다고
의사가 말하더라 그래서 난 믿고 기다림
입원한지 한달쯤 지나니까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염증이 생기기 시작함
그 때부터 내출혈과 함께 부정맥이 발생함
온몸을 칼로 난도질하는 고통 + 내장을 여러번 꼬아서 뒤틀어버리는 고통 + 숨이 안 쉬어짐
고통 종합 선물세트를 받기 시작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외에도 여러가지 합병증이 겹침
강도 높은 진통제를 하루에 두번씩 맞아도 고통은 끊이지가 않았다
치료법은 따로 없었고 그냥 더욱 심해져가는 내 몸을 바라보는게 전부였음
세달째 됐을 때는 걷지도 먹지도 못했음 다리가 굽어지지도 않고
목이 너무 심하게 부어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음
대형병원으로 가고 이런저런 치료 받고 별짓을 다 해도 병세가 심해지니까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엄마랑 이야기를 했다더라 이건 다 낫고 들었음
하루는 그나마 컨디션이 조금 나아서 휠체어 타고 잠깐 밖에 나왔는데
몇달만에 직접 맞는 태양이 너무 반갑기도 하고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구나 싶기도 해서
숨죽여서 울었었다
하여튼 그렇게 입원한지 거의 12개월차
갑자기 증상들이 완화되기 시작함
13개월차가 됐을 때 퇴원 권유를 받고 퇴원함
정말 어이없게 병세가 호전되고 퇴원하니까
기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더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아직까지
잘 살고 있다
이게 내 행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