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도 약이 없어서 게보린 하나 먹은게 다 였는데
어떻게든 출근할 정도로 호전된걸 보니 난 운이 좋은것 같다.
31일에 쉬는 회사가 더 많다고 하지만 어찌하랴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일뿐인데.
내 상황에서 최대한 운이 좋길 바랄 뿐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들고 세상이 핑글핑글 돌기 시작한다
때마침 사장님께서 부르신다.
"브붕아! 거래처에 신년 문자 보내라"
신년문자는 원래 막내의 몫이기에 몇가지 샘플 문구를 만들고 결제를 맡았다.
'내일이 신정이니까 내일 9시에 예약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예약전송을 하려는데
아뿔싸... 잘못눌러서 즉시전송을 눌러버렸다.
[띠링 띠링]
거래처에서 답장을 보내기 시작한다.
사장님 표정이 별로 안좋다.
"이새끼는 제대로 하는일이 없어!"
결국 대노 하셨다.
그후 이런 간단한거 마저 실수를 하느냐 성의가 없지 않느냐 뭐 이런 잔소리좀 듣다가 나왔다.
핑글핑글 세상이 도는건지 내가 도는건지 어지러운 와중에도
욕한번 먹고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나는 운이 좋다.
밖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들어오니
내 직속 상사인 우리 과장님한테도 사장님이 한 따까리 한모양이였다.
"브붕아 잘좀하자..."
저때문에 괜히 욕한번 더 먹으셨네요. 죄송합니다 과장님.
이렇게 실수쟁이인 나한테도 크게 화를 안내고 알려주려고 하시는 과장님이 내 상사인걸보면
난 역시 운이 좋다.
아 물론 자꾸 술먹자하고 배그 하자고 하는건 싫지만 말이다.
오후 1시.
갑자기 3시에 마무리하고 퇴근하자고 하신다.
야호!
오늘은 병원 갈수 있을것같다!
일찍 간다는 기쁨때문인지 아픈게 조금 가신거 같았다.
오후 3시.
왠진 모르겠지만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오후 3시 40분
사장님이 종무식을 시작하셨다
오후 4시 10분
드디어 퇴근이다!
세시에 끝낸다고 한것 같지만 지금 끝난게 어디냐!
역시 나는 운이 좋다.
집에 가는길에 병원에 들렸다.
몸살 기운이고 일단 약을 처방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절대로 짜고 자극적인 음식, 커피, 콜라 , 술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입맛도 딱히 없고 술먹을 기분도 아니였다.
약을 처방 받고 집으로 가는도중 핫도그 가게가 보였다.
감자 핫도그를 보는순간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하나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남자는 행동이 먼저다. 일단 먹고 보자.
감자 핫도그에 콜라는 정말 최고의 조합이다.
물론 나도 양심은 있어서 핫도그만 시키고 콜라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한입 베어물자 바삭 하고 잘 튀켜진 겉표면과 감자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그날 처음먹은 음식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핫도그 가게가 집 근처라니 역시 난 운이좋다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고 집에 들어와 옷을 벗고
언제 잠든지도 모를정도로 쓰러지다시피 잠들었다.
한 두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물에 빠진것처럼 숨이 막혀서 기침을 엄청하면서 잠에서 깼다.
침대랑 바닥을 보니 뻘건 피가 흥건했다.
코피였다.
아마 자고있을때 코피가 터져서 그게 식도로 들어가서 그랬던 모양이다.
다행히 곧 침대 시트는 세탁을 하려 했기에 망정이지 빨래 한지 얼마 안된 시트였으면 큰일날뻔했다.
역시 나는 운이 좋다.
일어난 겸사겸사 핸드폰을 봤다.
몇개 전화가 와있다.
전화를 다시 걸었다.
대부분 고객이다.
왜이렇게 전화를 안받냐고 장사할 마음 있는거냐고 한소리 들었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하던 중 매너콜이 하나 와있었다.
어머니였다.
만약에 지금 어머니랑 통화했으면 힘든 기색 못감추고 힘들다고 투정부렸겠지
울었을 수도 있을거 같고
역시 나는 운이 좋다.
어머니께 오늘은 아파서 일찍자요 내일 전화해요 라고 카톡을 보내고
다시 쓰러지듯 잠들었다.
내일은 정말로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어제 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