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고향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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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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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04 13:35:07
새벽 다섯시가 아니면 안되었다.
구십구년에 벌어진 정체"맑은 고딕";mso-hansi-theme-font:minor-latin">渋滞공포는 우리 가족으로 하여금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법을 일깨워주었다.
팔십구년식 프라이드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그 무렵의 어둑한 새벽 공간을 밝혔다. (삼십육개월의 할부로 산 녀석은 2002년 시월 가을, 대우 프린스에게 제 자리를 내어주고 가동을 멈춘다.)
어린 형제에게 새벽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귀향날이 아니라면 마주할 일도 없는, 밤도 낮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
실향민이 제 머리에 고향을 그리듯,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아있는 존재.
그럼에도 새벽은 이방인들을 경계하지 않고 기꺼이 길을 내어주었다. 우리는 새벽의 존재들이었다.
아버지의 계획은 이러했다.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기필코 충남 아산 방조제까지는 도착해야만 한다.
그 결의는 독립의 꿈 품은 애국 청년의 것과 거의 비슷해 보일 지경이었다.
“당신이 작년에 꾸물대는 바람에 정양까지 가는데 일곱시간 걸린 거 잊었어?”
며칠간 이어진 엄마의 일갈은 슬하에 이남을 둔, 삼십대 사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위엄을 저버리고, 어느새 아버지는 피 끓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 돼 있었다. 그가 새벽을 매섭게 가로질렀다.
신께서 점지해준 레이서의 능력이 비로소 아버지께 발현된 것일까. 그건 거의 곡예에 준하는 수준이었는데,
당시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물라’를 방불케 했다.
질주에 감화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인간에게는 질주본능이 내재돼 있는 걸까?)
그 혼돈 속에서 아버지는 형제들의 지저귐에 일일이 답해주었다.
“아빠, 신나는 동요 불러줘요. 서글픈 노래 말고.”
“아이들아, 포크(folk)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야 말로 인생을 노래한단다.” 아버지가 말했다.
이윽고 소요 사태가 끝나고, 제 풀에 지친 아이들이 하나둘씩 녹다운 되어 쓰러졌다.
뒷자석 시트에 녹아든 아이들이 마치 여름철의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보였다.
두시간 즈음 지났을까. 차 전면부 유리 너머로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그럴 때면, 아침은 죽은 새벽의 유지minor-latin;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hansi-theme-font:minor-latin">遺旨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를 이어받은 듯 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기지개 편 아이들이 전황 보고를 위해 서둘러 밖을 내다 보았다. 무수한 차들이 정체 돼 꼼짝않고 있던 그곳은 ‘아산 방조제’였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거기에는 수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구십오년식 아반떼 2세대가 우리 형제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정체된 것이 우리 탓은 아냐!”라고 항변해본들, 녀석은 우릴 한사코 노려보았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구십육년식 쏘나타III의 흐리멍텅한 눈매는 이러한 상황을 관조하며, 이죽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여러 대의 낯선 차량이 보내는 비아냥에도 동요하지 않고, 우리의 프라이드는 -자랑스럽게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중용을 지켰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정체가 길어질 것이라고 판단되어, 아버지는 방조제 갓길에 차를 세웠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그맘때 즈음의 아산 방조에서는 정체구간의 특수를 누리기 위한 장사치들로 가득 했었는데 컵라면, 어묵, 호두과자 따위의 먹거리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가족들도 그 시류에 편승하여 컵라면 몇 개와 호두과자 세봉지를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방조제에 올라가서 먹는 편이 낫지않을까?”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그게 좋겠어. 차안에서 먹었다가는 요 녀석들 때문에 차 내부가 엉망진창이 될 거야.”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아빠의 제안을 엄마가 흔쾌히 수락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당시, 방조제의 경사로는 가파른 편이었어서, 대여섯살의 아이들에겐 하나의 산과도 같았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하지만 영리하게도, 형제는 이내 서로의 팔을 맞잡아 균형을 유지한 채 방조제의 꼭대기에 이르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기슭과 비탈을 넘어, 능선에 다다른 형제가 마주한 전경은 갯벌 너머로 뵈이는 지평선이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손차양해 바라본 해안 저편에도 누군가의 고향이 있을 터였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새벽의 존재가 되었을 때 만이 그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귀향의 꿈을 품은 자들만이 그것들과 해후"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邂逅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할 수 있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고향을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방조제 모퉁이에 걸터앉아 먹는 컵라면은 가히 진미라 칭할 만 했다! 농심 육개장과 새우탕은 그 절경에 걸맞은 존재들이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이른 새벽을 나서느라 까맣게 잊은 캐넌 필름 카메라를 -정해진사진들을 차례대로 비추는- 장난감 카메라가 대신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상이 맺힐리 없는 장난감 필름에, 무언가 맺히기라도 바라는 양. 가족들은 막내의 셔터 타이밍에 맞추어 제 각기 다른 움직임을 취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그 바램이 실재하는 무언가로서 존재하지는 못했지만, 훗날 ‘추억’이라 불리우는 무언가로서 존재하게 된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시신경을 통해, 후두엽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들이 이따금 되살아나는, 유년날의 기억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어라, 도로가 텅 비었네!” 막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쌀쌀했던 아침 공기가 누그러질 무렵의 오전 아홉시. 아산 방조제의 도로는 어느덧 평온을 되찾았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여로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우리는 길을, 길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새벽의 존재들이 달렸다. 거기서부터 칠십일키로미터 떨어진 고향땅을 향해.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맑은 고딕";mso-hansi-font-family:"맑은 고딕";mso-bidi-font-family:"맑은 고딕"">그래, 아무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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