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글들 읽을때마다 '쟤네는 제정신인가.. 목소리 걸걸한 남자한테 어떻게 반해?' 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며칠 전에 우연한 계기로, 눈 먼자가 눈을 뜨듯이 무채색이던 세상이 갑자기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거야..
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던 게 호감이 되더니 사랑이 돼버리더라..
받아들여주지 않고 거절당할까봐 끙끙 며칠을 앓았어..
막 가슴이 아리고 누군가 심장을 쥐고 있는 것 같고 일도 손에 안 잡혔어..
그래서 친구한테 상담도 받아보고 그 친구한테 날 사랑해달라고 구걸하고 사랑을 속삭여보고..
그러다보니까 이건 나 혼자 아무리 이래봤자 답이 안 나오겠는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술먹고 들어온 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좋아한다고 말해버렸어..
근데 그 사람도 내가 좋대.. 사랑한대..
갑자기 가슴이 펑 뚫리듯이 무너져버렸어..
십 몇년만의 사랑이 남자라는게 너무 어이없고 끔찍하지만 그래도 행복해..
어쩌면 눈 앞의 허상에게 현혹당한걸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히려 육신에서 자유로운 채로 사랑하는거니까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게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아니 그럴거야.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사랑을 해봐..
인생이든 현실이든..
그래도 인생의 남자는 생리적으로 무리!!
쭉 관찰해본 결과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모습들을 투영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남성이 가진 여성성이 모여서 하나의 가상 인격체를 이루었을 때, 다른 남성이 그 인격체를 사랑하는 것이 여성을 사랑하는 일반적인 남성의 연애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물러갈게..
욕하건 응원해주건 상관없어! 어차피 우린 남이잖이!
모두 즐거운 VRC 생활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