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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브갤문학] 나의 실 끝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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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0 04: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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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


가볍고 청량한 유리종이 귀를 간지럽히는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본풍의 작은 마루에서 흐르는 물에 시선을 풀어두었던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한참 안 보이더니 어쩐일로 접속했네?"


"어, 뭐... 조금 바빴어."


"그렇게나 안 보이다가 왔으면 못 본 사람들도 좀 만나고 해야지, 왜 또 처량하게 혼자 있는거야."




오자마자 나에게 가시박힌 투덜거림을 하는 녀석은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부터 함께 어울려 지내던 친구다.


이 게임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데리고 근사한 곳을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도 소개시켜주던, 이 게임에 내가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




"그냥, 굳이 돌아다녀야 싶기도 하고... 사실 상 여기서 볼 수 있는 친구들은 메신저로 늘 대화 하는 걸."


"으흠- 맞아, 맞는 이야기이긴 해. 그치만 이 곳에서 보는 건 또 다르지 않을까?"


"분명 나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단 말이지? 근데 요즘은 좀 귀찮기도 하고... 뭐..."




그렇다.


최근 현실의 업무가 굉장히 바쁜 관계로 여유가 없는 나에게


한 때 지치고 팍팍한 일상을 치유해주던 VR은 어느 새 


한 눈으로는 알면서도 다른 한 눈으로는 미뤄두는 처치곤란한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단순하게 질려버린거야? 아니면 별 다른 이유라도 있어?"


"아니야, 진지하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흥미의 문제? 아니, 일단은 내가 임하는 태도가 변한거라고 해둘게."


"괜찮다면 이야기 해줄래?"


"하아, 글쎄...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무겁게 머리를 짓눌러오는 VR 헤드셋을 애써 치켜올리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예전만큼 게임에 몰입을 못하겠다, 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


"즐길만큼 즐겨서 뭘 해도 지루하다는 느낌이야?"


"아니, 아무래도 그거랑은 많이 달라."


"말 어렵게 하는 건 여전하네."




이 친구와는 게임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꽤 많다.


살아가는 이야기, 사회 이야기, 다른 많은 것들.


이제는 슬슬 내 화법과 대화에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투덜거리는 건 여전하다.




"사실 이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게임들도 취미잖아? 내가 재미있으니까 하는거고,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게임이 있지만 유독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건, 그 게임만의 메리트가 있으니


 놓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플레이 하기도 하고 말야."


"응, 그렇지?"


"사실 처음 이 게임을 했을 때는 정말 모든 게 다 즐거웠거든."


"맞아,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그런 감상을 말하긴 하니까."


"현실에서 보기힘든 장소, 풍경들도 클릭 몇 번이면 내 눈 앞에 굉장하게 펼쳐지고,


 내가 스스로 예쁜 아바타를 조작하는 것도 너무너무 신기했지.


 접속하는 와중에 로딩을 기다릴 때도 너무 즐겁고 설렜어, 오늘은 누굴 만날까?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그랬다.


일에 치여사는 삶은, 직사각형의 빌딩이 가득한 회색 정글에서 벗어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항상 어딘가에 쫓기는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여유없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하여, 마치 턴제 RPG 게임의 등장인물이 칸을 이동하듯이 낭비없는 행동만을 취해왔고


가끔 휴가 따위의 쉼표를 받는다고 해도 지친 몸과 기력 회복을 위해 턴을 종료할 뿐, 어딘가로 떠날 마음을 먹는것도 쉽지않았다.


그런 나에게 우연히 다가온 VR Chat은 나와 친구들을 수 분만에 햇빛이 아름답게 내려쬐는 바닷가로 데려가기도 했고,


때로는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는 듯한 울창한 숲에 누워 기분 전환을 시켜주기도 했다.


당시 VR Chat은 지쳐있는 내게 도피처이자, 방 안의 휴양지였다.




"근데 모르겠어, 요즘은 그런 감동이나 설렘이 없다고 해야할까?


 게임이 질린다는 것도, 항상 보던 친구들이라 늘 같다는 것도, 그런 것도 아니란 말이지."


"복잡하네~ 흥미가 자꾸 떨어지는데, 그 흥미가 떨어지는 이유를 본인이 모르는건... 답답하시겠어."


"맞아, 오늘 접속한 이유도 이 곳 안에서 생각을 하면 그 해답이 나올까 싶어서 거든."


"그러면 뭐, 접기라도 하려고?"


"정말이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야."




그건 내가 이 게임에 흥미를 잃어가면서부터 항상 고민하는 가장 큰 문제였다.


게임을 그만두는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될 것도 없을 뿐 더러 대체제는 많으니까.


하지만 늘 걱정이 되는 부분은 여기 안에서 만난 친구들, 내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앞서 말한 것 처럼 굳이 게임에 접속을 하지 않더라도


친구들과는 메신저로 충분히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다른 것도 즐기며 지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관계의 시작이 이 게임인 사람들과


이 곳에서 만나지 않는다면 언젠가 관계가 시들어버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늘 앞섰다.




"내가 항상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나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문제야 넌, 바보같을 정도라니까."


"내가 이걸 관두고 나면 모두 다 잃어버리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 할 때 마다 몸이 저릿저릿해.


 비록 인터넷, 단순한 게임에서 만난 사이지만 나는 그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거든."


"그래서 어떻게든 실 끝이라도 잡고 늘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야?"


"어... 사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 아니, 그냥 그게 맞을 지도..."




나만 혼자 변해버린걸까.


친구들은 여전히 이 곳 안에서 즐겁게 지내는데, 나만 그런걸까.


그래서 늘 놓지 못했다.


즐거웠던 시간을 곱씹으며 어떻게든 다시 즐거워보려고 애써왔고


친구들과의 크고 작은 추억 하나하나를 시신경에 되새기며 스스로를 붙잡았다.


너무너무 무서웠으니까.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나는 언제나 헤어짐이 무서웠으니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도


수도 없는 헤어짐을 아무리 겪어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았으니까.




"네가 힘들다면 편해지는 방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


"고마워, 하지만 언제가 될 지는 몰라도 끝이 오기 전 까지는 놓지않고싶어.


 비록 관두게 되더라도, 후회하고 싶진 않거든."


"너 볼 때 마다 사람이 생각이 많아도 좋은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느껴."


"이야기 해달래서 해줬더니 사람 놀리기나 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던 친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 차...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말릴 생각은 없어. 힘내, 응원할테니까."




밝게 빛나는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위로와 격려의 말을 던진 녀석은


그와 동시에 내 머리를 가볍게 몇 번 쓰다듬어주었다.


오늘따라 유독 쓰다듬 받는 느낌이 평소보다 더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아, 오늘은 그래도 이 정도면 또 하루 버텨낸 거 아니려나...







"... 네 덕분에 하루는 더 붙잡고 있을 수 있겠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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