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을 맞췄어!"
"정말? 축하해."
A는 나한테 오자마자 커플링을 자랑했다. 요즘 한참 핫하다는 그 반지이다.
커플이 같이 있으면 밝게 빛나고 선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참으로 염장지르기 좋은 아이템이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본 A의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커플핑은 아직 착용하지 않은걸까? 나는 궁금해서 A한테 물었다.
"손가락에 아무것도 없는데? 커플링은 아직 착용 안한거야?"
"아~ 그게 말이야~"
A는 손을 들어올리고는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착용은 하긴 했는데..."
"응? 착용을 했다고? 투명 파티클이라도 넣은거야?"
"으음 그런건 아닌데..."
A는 뭐가 부끄러운지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내가 계속 의아해 하고 있을때 누군가 월드에 접속하였다.
"A. 여기 있었어?"
"아! B!"
A의 연인인 B가 월드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아마도 A는 B와 커플링을 맞췄을거다. B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자 A의 얼굴을 더 붉어졌다.
"XX도 오랫만인야.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어. 그리고 커플링 축하해."
"와~ 고마워."
B가 점점 다가오자 A는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대체 왜그러는걸까?
하지만 A의 그런 반응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B는 입가를 실룩 거렸다. 아무래도 터져나올 웃음을 연신 참아내는 기색이었다.
"있지, 내가 아는 사람이 방에 초대했는데 너도 같이 갈래?"
"아니야. 나는 잠깐 할 일이 있어서 금방 나갈거야."
"그래? 어쩔수 없네. 그럼 A 이만 가자."
"으, 응. 그럼 XX, 이만 갈께."
"그래, 재밌게들 놀아."
B가 포탈을 열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B가 들어 올린 손의 약지에는 선명한 붉은색의 반지가 껴져 있었다.
B는 잘 착용 하고 있기에 A의 반지가 더 신경 쓰였다.
그때 A가 머뭇거리다가 B와 가까이 다가갔다. A가 다가오자 B의 반지는 붉은색의 이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A의 손에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버그인걸까? 난 그저 포탈에 들어가려는 A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A가 포탈에 들어가기전, 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몸을 돌렸고 그제서야 난 A의 반지를 발견했다.
A의 왼쪽 가슴.
B만이 맛을 보고 탐했을 은밀한 과실의 꼭지 부분에 밝게 빛나는 붉은 빛을 말이다.
그 둘이 포탈을 타고 사라지자 난 허무하게 월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굳이 손가락에 찰 필요는 없는 법이긴 한데, 저건 피어싱이라고 해야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