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났던 것은 뉴비 시절의 화본역기였다
옹기종기 모여 떠들썩한 분위기도 잠시
하나 둘 프라이빗 방으로 흩어지고
어느새 조용해진 화본역
나만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남겨진 바보가 또 한명 있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마음도 잘 맞았다
모든 게 재미있었떤 그떄 그 시절
함께 웃고 놀고 디코 아이디도 교환하고
서로 못 보면 안달 나는 친구가 되어 있었따
그때부터 그녀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여친과 헤어 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어버린 마음을 채우려고
더욱 열심히 게임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그녀를 게임 안에서 만났따
과대라서 바빠 접속하기 힘들다고 했다
여느 때와 같은 잡담
그동안의 쌓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녀으 ㅣ말
'내가 연애편지를 처음 써보는데 좋아하게 된 선배가 있거든'
'혹시 조언 해줄 수 있을까'
그녀의 망므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조용히 그녀를 응원해줄 뿐이였다
그녀는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게임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더 이상 dm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파란색 이름표를 달고 이맵 저맵을 활보하던 나날도
초록색 이름표를 달고 그룹에 끼어 놀던 날도
주황색 이름표를 달고 내쳐졌던 나날도 모두 지나
나는 어느새 보라색 이름표를 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와 함께헀던 그 찰나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했던 사람에게 표현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돌아오질 않길 바랬다
이곳은 불행한 자들의 낙원이니까
...꼭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녀와의 재회는 최악이였다
그 날은 떄늦은 가을의 태풍이 오던 날이였다
가슴이 빗소리에 잠긴 듯 울적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과몰입과 약속을 잡았다
현재 내가 유일하게 마이크를 키는 사람이다
과몰입과 같이 놀 새로운 맵들을 미리 둘러보던 차에
그녀는 돌연히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
그 목소리엔 뜨거움과 발랄함이 없었다
'잘...지냈어?'
'.....'
그녀의 눈은 이제 지쳐 보였다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였다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해주려 헀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약간의 침묵 후에도 말을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문 내 모습에 그녀는 다른 곳으로 가려 했다
그런 그녀를 보자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렀다
그 말을 듣고 돌아보는 그녀에게 다가가
친구로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급한 마음에 튀어나와 버린 하지 못했던 말
허겁지겁 그 진심을 주워담으려 우물쭈물하는 나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짓고
두 팔로 나를 꼭 안았다
그리고 그녀는 닿을 수 없는 머리를 살짝 맞대려 하고는
그 머리를 떼고 다시 살며시 웃었다
'조만간 다시 보자'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홀연 듯 사라졌다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였다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잠시 멍해있자 들려오는 목소리
누구랑 함께 있었나며 장난스레 물어오는 과몰입
모습을 들켯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땀을 빼며 오랜만의 친구였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친구였을 뿐인데
나는 왜 들켯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내 마음은 떨려오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지 않은 나는
그날 과몰입에게 진심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vr을 벗고 침대에 누워 빗소리와 잠을 청하지만
마음을 열어줬던 과몰입에게 진심이 되지 못했던 죄책감에
자기 자신을 탓하고 있던 찰나
그 순간 날아온 dm
오랫동안 메세지를 주고 받지 않았던 친구의 황홀한 dm
비 오는 날 가라앉은 교실 속에서
시원한 공기에 서늘함을 느껴 덮은 담요의 따뜻함과
나긋나긋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만들던 잔잔한 들뜸같이
늦은 밤 내 마음도 단풍잎처럼 굴러다녀서
그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