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주최자가 아무도 나같은 차렷츈은 원하지 않아서
여차하면 자기랑 데이트하자고 말하셨죠
그러면서 조건란에 아무것도 안쓴 분이 계시니
희망을 가지고 한 번 만나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미묘한 분위기에서 만난 당신과 나,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이런 저런 말을 나누다보니
어느 새 30분이 훌쩍 지나가버리더군요
갑자기 연병장으로 가자는 당신의 제안에
저는 당신이 열어놓은 연병장 포탈로
아무 의심없이 발을 들여다 놓았죠
그런데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린지 30분이 지나서야
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셜창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당신에게 뒷삭을 당한 뒤였답니다
누군가에게 손절을 당해버렸다는 그 슬픔,
소개팅에서 화장실간다며 도망가버리는 듯한,
태어나서 처음 받는 충격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제가 맘에 안드셨으면 맘에 안든다 말하시지 그랬어요
쓸데없이 30분씩이나 시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그 후로 랜덤매칭 주최글이 올라올 때마다
어김없이 당신 생각이 나곤 합니다
나를 내던져버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나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저는 주최자랑 데이트해서 잘 살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