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튜토리얼 맵같은데서 친구가 다른 친구 블락한거 알았어도 솔직히
"이분 보여요?"
"아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담담한 표정으로 나에게 대답한 A는 컨트롤러를 움직여 자신의 소셜창을 확인했고, 천천히 메뉴를 살펴보던 그는 충격을 받은 듯 동작을 멈추었다.
컨트롤러 동작 미스일까. 그의 캐릭터에 떠오르는 표정에서는 꺼져오르던 불씨가 피어오르듯, 미세한 분노가 엿보였다.
아. 그렇구나.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A가 B를 블락했구나.
옆을 보자,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자그마한 B의 아바타.
"무슨 일이에요?"
이것을 어떻게 설명 해 주어야 할까. 사실 둘에게 무언가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 3자인 나는 섣부르게 행동할 수 없는 일인 듯 했다.
"아... 그, 이게 VRC 최근에 일어난 버그인데 그거인거 같아요. 유저들이 가끔씩 서로 안보이거든요. B님이 안보여서 그런데, 한번 재접 해 주실수 있어요?"
"정말요? 지금 바로 재접할께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슬며시 던진 떡밥. B군은 다행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메뉴를 여러번 뒤져보더니 로그아웃을 했다.
다시 A군을 보니 그는 묵언 유저마냥 입을 꾹 닫고, 묵언 차렷처럼 주먹을 꽉 쥐고 서있을 뿐이였다. 얼굴엔 분노가 가득한 채로.
"무슨 일이에요? B씨와 무슨 일 있었어요?"
분명 둘은 VRChat에서 주변인이 오해할 정도로 붙어다니는. 현실에서도 만나 술 한잔했던 절친이였을텐데.
".... 싸웠어요."
앙다문 캐릭터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 그 목소리 속에 깃든 감정은 회한만이 엿보일 뿐.
"맨날 게임에서 만나다 보니, 점점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서."
분명 시끌시끌한 퍼블릭 월드인데도. 월드는 적막만이 가득하고.
"분명히 현실의 모습도 알고 있고, 자주 만나서 놀았는데."
A군의 양손이 얼굴을 덮었고, 베이스 스테이션이 감지해 게임에 보여질정도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점점 친구로 안보여요. 분명히 아는데! 서로 술잔을 기울일 때도! 집에 놀러갔을때도!!"
봇물 터지듯 튀어나온 충동적인 그 말에.
"자꾸. 그 모습에서 내가 아는 메리노의 모습이 엿보여서."
한 남자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로 앞에 두고있는 나는 무슨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그래서 고백하고..."
내가 해 줄수 있는게 있을까?
"차였어요. 그래서."
"ㅇㅇ님~! 저 왔어요! 이제 보여요?"
"블락했어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