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뛰놀던, 그 꽃밭을.
그곳에는 늘 꽃이 피어 있었죠. 비바람에도 지는 일이 없이.
잡초를 뚫고 언제까지고 피어 있던 꽃들을.
그 생명력의 강함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우리는 바다를 사랑했죠.
어머니와도 같이 드넓은 품에 몸을 담그면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푸른 빛의 태내에서 고요히 잠들 수 있었죠.
이 세계의 자애로움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우리는 별을 사랑했어요.
하늘 바다에 촘촘히 박힌 보석들.
세상 무엇보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우리가 사는 세계는 순식간에 초라하게 변했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사랑했어요.
초라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빛내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죠.
별들 사이에서 조그맣게 빛냈던 소망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초목이 우거진 숲 속.
우리들만의 비밀 공간.
개울물에 발을 담그면 찌르르 울려오는
시원한 즐거움과 함께하는 벌레들의 음악회.
그 한때의 평온함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그 안에서 우리는
별도 달도 모두 숨어버린 밤하늘 아래
우리만을 위한 별님들이 저마다 노래하던
그 조용한 밤.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내가 당신을 떠나기 전.
기다리겠다는 그 약속을.
우리는 멀어질 것을 알고 있었어요.
아마,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도.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찾아가겠다고 말해 주었어요.
긴 긴 기다림의 끝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당신은, 그렇게 말했었죠.
바보같이 맑은 하늘.
메마른 바람이 우리의 눈가를 스치고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이지 못했죠.
아아. 정말 바보같은 사람들.
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풋풋하고 여린 사람들.
그 때의 그들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바다를 사랑해서.
누구보다 좋아하던 것들의 곁으로
먼저 떠나버린 나를
당신은 원망하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아직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