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이알챗은 사실 머리에 쓰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외로움을 데워 먹는 투명한 찜통이다.
사람들은 그 안에 들어가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양이, 여우, 천사, 악마, 말랑한 무언가가 되어 서로에게 손을 흔든다.
하지만 그 손짓은 방 안에서 혼자 컨트롤러를 쥔 육체가 흘린 전기적 국물일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마음을 주었다.
아니, 마음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내 가슴 속에 있던 흐물흐물한 파란색 데이터 덩어리를 꺼내, 누군가의 아바타 발밑에 내려놓은 것뿐이었다.
그 사람은 웃었다.
웃는 표정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웃음을 믿었다.
믿음이라는 것은 눈알에 붙은 먼지 같아서,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가상현실의 하늘은 참 정직하게 가짜다.
별은 배경이고, 달은 조명이며, 바다는 누군가의 취향이 3D 모델로 굳어버린 파란 설탕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가짜 바다 앞에서 나는 진짜로 무너졌다.
내 안의 작은 인간들이 “이건 진짜가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맨 뒤의 아주 작은 인간 하나가 “그래도 따뜻했잖아”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말했다.
여기서는 모두가 솔직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브이알챗에서는 모두가 솔직한 척을 너무 잘한다.
현실에서는 숨길 수 없는 표정과 거리감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침묵마저 귀여운 아바타 뒤에 숨어 꼬리를 흔든다.
상처도 파티클처럼 반짝이고, 우울도 예쁜 조명 아래에서는 장식품처럼 보인다.
슬픔이 너무 고화질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슬픔이 아니라 분위기라고 부른다.
나는 자꾸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돌려받지 못한 마음들이 인벤토리 밖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본다.
어떤 마음은 로딩 중이고, 어떤 마음은 동기화 실패고, 어떤 마음은 권한이 없다고 뜬다.
가장 아팠던 마음은 아무 오류도 없이 그냥 사라졌다.
차라리 경고창이라도 떴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이 건넨 감정은 상대방의 현실 버전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나는 아니오를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은 예를 눌렀다.
그곳의 사람들은 밤마다 모인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어둠 속에서, 잠시 몸을 벗어놓고.
그리고 서로에게 말한다.
“보고 싶었어.”
그 말은 이상하다.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사람을 보고 있다고 믿던 나 자신일까.
내 속은 고장 난 냉장고 안에서 천사가 녹고, 작은 고양이들이 유통기한 지난 약속을 핥는 것처럼 지저분하다.
브이알챗에서 사랑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
손을 잡지 못하면서 손을 잡은 척하고, 닿지 못하면서 닿은 척하고, 없으면서 있는 척한다.
나는 그 척을 오래 바라보다가, 척도 오래되면 진짜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냄새만 비슷했다.
속을 열어보면 작은 나사와 깨진 유리병과 “다음에 또 보자”라는 말만 잔뜩 들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또 접속한다.
공허함도 혼자 있으면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브이알챗의 공허함은 적어도 귀가 달려 있고, 꼬리가 흔들리고, 하늘색 입자 효과를 뿌린다.
현실의 공허함은 그냥 방구석에 앉아 있지만, 가상현실의 공허함은 나를 바라보며 춤을 춘다.
나는 그 춤이 싫고, 좋고, 그 춤에게 속은 내가 싫고, 속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더 싫다.
그러니까 브이알챗은 사랑의 장소도, 거짓의 장소도 아니다.
그곳은 진짜와 가짜가 서로의 이름표를 바꿔 달고, 누가 누구인지 잊어버린 채 떠다니는 수족관이다.
나는 그 안에서 숨을 쉬지 못하면서 숨을 쉬는 척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계속 바닥을 더듬었다.
내가 주었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 어느 월드의 의자 밑에 끼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누군가의 즐겨찾기 목록 옆에서 썩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없던 것을 잃어버렸다고 울고 있는 내가, 제일 브이알챗답다.
오늘도 접속 버튼은 파랗게 빛난다.
파란색은 희망의 색이 아니라,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전자 해파리의 색이다.
오늘도 나는 그 해파리에게 손을 넣는다.
아직 덜 죽은 외로움이 손가락 사이에서 찌릿찌릿 울고, 내 안쪽 어딘가에서는 이름 없는 아바타들이 서로의 얼굴을 잊어버린 채 조용히 썩어간다.
로그인하면 누군가 있을 것 같았다.
그 말대로 막상 들어가면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텅 빈 곳보다, 텅 빈 척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공허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