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후 아바타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현재 사용자의 영혼은 낮은 그래픽 옵션으로 표시됩니다. 더 선명한 자아를 원하시면 설정에서 존재감을 높여 주세요.”
나는 설정 창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상한 항목들이 가득했다.
존재감: 중간
부끄러움: 자동
현실감: 절전 모드
어제의 후회: 고해상도
낯가림: 전체 화면
무릎의 신뢰도: 업데이트 필요
나는 낯가림을 창 모드로 바꾸고, 현실감을 완전히 껐다. 그러자 세상이 훨씬 편안해졌다.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말풍선 대신 작은 김밥들이 떠올랐고, 누군가 웃으면 웃음소리 대신 투명한 숟가락들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한 사람은 용이었다. 그런데 용의 머리는 복숭아였고, 꼬리는 전자레인지였으며, 목소리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비밀스러운 오후 같았다.
용은 내게 물었다.
“당신은 왜 문고리입니까?”
나는 대답했다.
“현실에서는 문을 열기만 했는데, 여기서는 제가 문이 열리기 전의 감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용은 깊이 감동한 듯 콧김으로 작은 비밀번호 세 개를 뿜었다. 그 비밀번호들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개구리가 되었고, 개구리들은 합창을 시작했다.
“가상현실은 현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도 가끔 자기 자신인 척하는 가상 양파입니다. 한 겹 벗기면 눈물이 나고, 두 겹 벗기면 로그인 화면이 나오며, 세 겹 벗기면 갑자기 친구 요청이 옵니다.”
그 순간, 내 앞에 친구 요청 창이 떴다.
보낸 사람: 오래된 공중전화
메시지: “당신의 목소리를 예전에 한 번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다시 주워 가시겠습니까?”
나는 수락을 눌렀다. 그러자 내 목소리가 돌아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예전과 달랐다. 이제 내가 말을 하면 문장이 아니라 작은 의자들이 입에서 나왔다. 의자들은 매우 점잖게 줄을 서서 걸어가더니, 광장 중앙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왜 인간은 가상공간에서도 결국 앉을 곳을 찾는가”였다.
나는 그 회의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내 아바타가 갑자기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반쯤 녹은 시계가 되었다. 숫자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3은 8에게 돈을 빌린 상태였으며, 12는 자기가 맨 위에 있다는 이유로 계속 잘난 척을 했다. 초침은 나를 배신하고 먼저 달아났고, 분침은 철학자가 되어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의 국물에 불고 있는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브이알챗의 두 번째 월드는 ‘조용한 시장’이었다. 시장인데 아무도 물건을 팔지 않았다. 대신 모두 자기 생각의 가격표를 붙이고 서 있었다.
“어릴 때 잃어버린 우산 팝니다. 사실 우산은 아니고 그날의 기분입니다.”
“한 번도 말하지 못한 농담 교환합니다. 약간 눅눅합니다.”
“새벽 3시에 갑자기 떠오른 자신감 무료 나눔합니다. 단 사용 후 이불킥 가능.”
나는 주머니를 뒤졌지만, 주머니는 내 허락 없이 다른 차원으로 이사 간 뒤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그때 시장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마네킹이 다가왔다. 마네킹은 얼굴이 없었지만 표정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여기서는 돈 대신 기억으로 계산합니다,” 마네킹이 말했다. “무엇을 사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현실로 돌아갔을 때도 이상함을 조금 유지할 수 있는 작은 병 하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