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형 별명이 도박형이었는데 가끔씩 문방구에서 마주치면 피카츄돈가스랑 떡볶이 사주면서 하는 말이
"공부 열심히했고? 그래 나중에 크면 도박같은거 하지마라"
했었거든 대뜸 상관없는 도박 이야기 때문에
다들 도박형이라 불렀어
그러다 어느 날 형이 [월드콘]아이스크림 사주면서 같은 말하고
그걸 우리들은 사준거 먹으면서 듣고 그러다 옆에 친구가
"형은 무슨 일 해?"
하면서 물어보더라..
"많이 한다 일 겁나 많이해"
하면서 넘어갔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슨 대학 입학할 정도로 공부 잘하는 사람이라
돈 많는 애들 방문과외해주고 시간 비는 날에는 노가다 다닌다더라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면서 돈 버는데 왜 도박 하지말라는 말 하는지 궁금해졌었는데..
어느 날에 한창 딱지 치기가 유행했었거든?
원래는 딱지 넘어가면 그거 내꺼 하면서 놀았었는데
근데 어쩌다보니 새 딱지가 나온거야 한참 유행하던
메이플 딱지 핑크빈 어쩌구 혼테일 어쩌구 나오던 시절이라
다들 용돈 모아서 딱지사려 했었는데 어떤 애가 제안하더라
500원 걸고 딱지치기 하자고 대신 딱지 안 뺏고 돈만 줘서
그거로 새 딱지 사서 나오는거 다같이 구경하자고..
아무튼 그렇게 나랑 친구들이랑 모여서 딱지치고 그러면서 동전 오가고
그러다 그 도박형이 슥 와서 보더니 뭐하냐 물어보더라
그래서 별 생각없이 딱지 이긴 사람한테 500원 주는 딱지치기 한다고 말했더니
여태 본 적 없는 세상 험악한 얼굴로 "그거 하지 마라" 그러더라
그리고는 "너거들이 하고 있는게 도박이다! 도박!"
하면서 소리 지르는것도 아닌데 막 살 떨리게 무섭더라
다들 기 죽어서 안하겠다하고 해산했는데
나중에 듣기로 사실 그 형 아버지가 심각한 도박중독이여서
이혼은 진작에 했고 엄마는 도망가고 자기랑 동생 하나 남아서
성인 될 때까지 버텼는데 어찌저찌 군대까지 다녀오니까
그 아버지란 작자가 남은 돈 다 싸들고 동생 버리고 튀었다더라
결국 남은 동생 챙겨서 지금까지 과외하고 노가다하고 살았다던데
게다가 나중에 와서 어린애들이었던 나랑 친구들한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러 찾아왔었거든
그런거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지
아무튼 나중에 이사하게 되면서 헤어졌는데..
지금와서 떠오르더라..
그 형이 맨날 사준
[월드콘]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서 그런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