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기업에 취직한지 어느닷 3개월이 지남.
서울 집 값이 너무 비싸서, 집에서 회사까지 기차 타고 출퇴근 한다.
출퇴근 왕복 4시간이라서 처음엔 잠만 잤는데
요즘은 토익도 하고 일본어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영화보거나 잠자거나 겜함.
보면 맨날 같은사람이 타는데, 좀 그만탔으면 하는사람도 매일 탐 ㅅ1ㅂ
내가 타는곳은 사람들이 많은편이 아니라서 서로 가볍게 목례는 함ㅋㅋ
대기업 프로그래머 사원부터 중소기업 과장님까지 여러사람 있는데, 과장님 자꾸 집 밥 맛없다고 징징댐. 나보고 어쩌라고...
가끔 티비 다큐보면 5시간 출퇴근 6시간 출퇴근 하는사람 나오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 4시간도 힘든데 6시간은 어케할까
이제는 기차 출퇴근에 적응이 되서 그런가.. 출퇴근 자체가 힘들거나 하진 않은데, 퇴근하고 집오면 개인시간이 없는게 좀 아쉬움.
어쨋든. 기차 정기권 시스템이 있어서
10일권 20일권 30일권을 입석으로 끊을 수 있어
예를들어 20일권을 사면 20일동안 내맘대로 타고 다니는거. 하루에 10번도 탈 수 있음
근데 정기권 시스템이 좀 불친절해서, 기간이 만료된걸 가끔 까먹는단 말이야.
만료된 정기권을 가지고 탑승하면, 부정승차로 걸려서 20배인가 부정승차 과징금을 내야됨.
승무원이 검표를 잘 안해서, 몇몇 사람들은 표 없이 탑승하고, 검표할 때 "표 못샀어요"하고 표를 구입하는 얌체가 있어.
저런사람들보면 기차 규정 말하면서 과징금 물리고 싶은데, 생각과 다르게 행동은 안되더라.
가끔 깐깐한 승무원이 타면 뭐라고 하긴하는데, 과징금을 무는건 지금까지 한번도 못 봤어
어느날은 키크고 깍두기처럼 생긴 승무원이더라
오늘도 검표 안하나 싶었는데, 서울에 도착할때 쯤 승차권을 확인하더라.
서울도 다왔겠다. 공부하던거 정리하는데 옆자리 사람이 가방에서 뭔가를 막 찾는거야.
깍두기 같은 승무원은 그 여자 앞에 서있었고
'고객님 승차권 확인좀 하겠습니다'
'앗 잠시만요...'
처음에는 부정승차인가 하고 봤는데, 맨날 같은 역에서 기차타는 사람이더라
'고객님 승차권 좀 보여주세요'
승무원은 이 녀석 딱걸렸다 싶은 느낌으로 재촉하고있고, 여자는 어버버어버버 하더라.
그 바보같은 사람 빨리 지갑꺼내서 표 사면 되는거, 자꾸 가방 뒤적이는거 봐서 지갑도 두고 온것 같더라.
맨날 같은 시간에 기차를 타니까,
내가 대신 돈 내주고 내일 돈 받아야지 생각했어
표를 대신 사주는걸 승무원이 알면 벌금 물릴수 있으니까
이름은 적당히 초등학교 때, 맨날 나 놀리던애 이름으로 부르면서 아는척 했지.
'야! 세린아 또 표 안샀냐. 바보같네'
처음엔 그 여자도 벙쪄서 이새끼 뭐하는 놈이지 싶었는지, O_O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상황을 이해했는지 친한척하면서 지갑두고 왔다고 하더라.
기차표를 구입하고 승무원이 객차를 나가자마자. 얼굴색 바뀌더라 고개를 떨구더라.
암만 남이라도 구해줬으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도움받자마자 입 슥 닦고 모르는척 하길래 세상 참 흉흉하다 싶었어.
'...바카..'
'.. 에 뭐라고?'
하긴 첨보는 사람이 갑자기 아는척하고, 친구라고 하고, 바보같다고 하니까...
상황이랑 상관없이 좀 무례하다고 생각했나봄.
'난 너에게 친구 밖에 안됐던거야..?'
시1발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알고보니까 초등학교 때. 나 맨날 놀리던 애 였던거임.
세달을 같이 기차탔는데, 왜 그동안 아는척 안했냐고. 나는 너에개 친구 밖에 안됐냐고.
막 울면서 말하더라.
기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걘 문 열리자마자 도망치더라.
초등 때 친구를 만난 상황이랑, 걔가 날 괴롭히던애 였던게 혼란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안들더라
다음 날. 걔는 기차를 안탔고.
그 다음날도 기차를 안탔어.
그 주 금요일에 야근하고 10시인가 기차역에 내렸는데. 걔가 있는거야.
도착한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는거임
'바카! 멍청이 똥멍청이!' 몇번을 저렇게 말하더니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관심을 안줘서 괴롭혔다고,
나 서울에 취직한 이야기 듣고 일부러 같은 시간에 기차 탔다는거야
그리고 갑자기 달려들어 키스를 하더라
그걸 보자 역사 주변의 아저씨들과 승무원이 막 박수와 환호를 지르고
아저씨 1 : 오옷 !!! 키사마 온나에게 잘 대해주라고!!! 초--럭키다!!!
승무원 1 : 실례지만 어디서 오신 공주님?
흠... ㅡ,ㅡ 이게 벌써 일주일전 얘기네요. 지금 제 소꿉친구 (비처녀)는 제 옆에서 자고있네요 ㅎㅎ 이래뵈도 도내 최상위 초미녀인 귀여운 온나노코입니다. (어이! 벌써 비처녀냐! 위험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