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저 고닉이 신경 쓰인다.
처음엔 그저 그런 유동인 줄 알았다.
아바타부터가 수상했다.
시커먼 색감에, 보통 감성과는 어딘가 어긋난 미적 감각.
그런데 은근히 글도 자주 쓴다.
더 황당한 건 프로필이었다.
『의사.
기혼.
딸 하나.
말이 되나?』
'컨셉이겠지.'
30대 백수 파딱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런 사람이 왜 갤을 하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 유부남 의사 고닉은 점점 인지도를 얻었다.
추천 수가 쌓이고,
댓글이 달리고,
이벤트를 열어 상품권과 햄버거를 뿌렸다.
갤럼들은 좋아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30대 백수 파딱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사람이 우리와 같은 갤럼일 리가 없어.
여긴 내가 십 년 넘게 몸담아 온 곳이다.
겨우 파딱까지 올라온,
엠생들의 마지막 낙원이란 말이다.
그런데 저런 바깥사람이...?
그날 이후.
파딱은 수년간 축적해 온 디시앱 메모장에 한 줄을 추가했다.
그리고 그 고닉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좆목 규정을 억지로 엮어 14일 차단을 먹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주딱이 보기에도 무리수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고닉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활동을 재개했다.
그 모습이 더욱 거슬렸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새 글 알림이 뜰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띠링.
띠링.
띠링.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 감정의 이름은 무엇일까.
질투?
열등감?
아니.
30대 백수 파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십 년 동안 이어온 전통을.
외부인으로부터.
나만이 할 수 있는 숭고한 일을.
평화로운 목요일 오후.
그리고.
띠디디딩─♪
새 글 알림.
그 고닉이었다.
파딱은 입꼬리를 올렸다.
또 똥글이겠지.
네가 글 쓰는 동안에도
널 죽이려 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고.
클릭.
그리고 그는 얼어붙었다.
『식욕 하나 조절 못해서 파오후로 사는 것들은 솔직히 좀 경멸스러움.
하루 세 끼 먹고 가끔 술까지 마셔도 정상인이면 키빼몸 100은 되지 않나?
사연이 있다면 모를까.
순수하게 야식이랑 배달로 찌운 살이면
존.나.한.심.함.』
순간. 가슴이 찔렸다.
정말로 송곳이 박힌 것 같았다.
디시에서는 원래 서로 욕하고, 욕먹는 것도 일상이다.
그런데. 의사 고닉이 백수 파딱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폭력이었다.
물론.
그 글 어디에도 백수 파딱 이야기는 없었다.
단 한 줄도.
그저 의사가 근무 중 심심해서 쓴 똥글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갈 곳 없는 백수의 가슴 한복판에 정확히 꽂혔다.
그날 이후.
백수 파딱은 결심했다.
너만큼은 용서 못 한다.
반드시 디시식으로 죽여주마.
로갓.
분신술.
유동.
부계정.
떡밥 확산.
트집.
선동.
의심.
조롱.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 고닉이 말했다.
『미안하니까 햄버거 뿌림.』
갤은 환호했다.
버거콘이 쏟아졌다.
하지만 파딱은 웃을 수 없었다.
다중이를 돌리면 버거 하나쯤 먹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돼지라고 욕해놓고 햄버거를 뿌려?
그게 사과냐?』
이미 논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화가 났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브챗에서 섹드립도 했었지?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아내도 있고.
의사고.
아버지인데.
감히.
"여러분 이거 보세요!"
사냥은 점점 커졌다.
결국.
의사 고닉은 포기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자숙하겠습니다.』
그는 싸움을 그만두었다.
반박도.
해명도.
논쟁도.
모두 내려놓았다.
남긴 것은 단 하나.
가족과 직업에 대한 작은 자부심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30대 백수 파딱에게는 폭력이었다.
그가 떠난 뒤에도 파딱은 하루 종일 갤을 새로고침했다.
검열했다.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웃기지 마.
여기서만큼은.
여기서만큼은.
내가.
의사 따위보다 위란 말이다.
딸깍.
차단.
『차단 사유 : 그냥 들어가서 쉬세요
31일』
이미 떠난 사람에게.
굳이 마지막 칼을 꽂는다.
백수의 가슴에 박힌 칼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칼날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주딱이 지워줄 테니까.
관리 내역에도 남지 않을 테니까.
수년간 쌓아온 정이 있으니까.
하지만 갤은 시끄러워졌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차단에 맺힌 감정을.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
30대 백수 파딱 자신뿐이었다.
"좆목디코네 ㅋㅋ"
"걍 신경 끄죠."
파딱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웃었다.
괜찮다.
주딱이 있다.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디시 고수가 아니면 파딱 할 사람도 없다.
그래.
여기서만큼은.
나는.
중요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