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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바보 <VRC, 서비스 종료까지 앞으로 100일>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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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vr/5758874
  • 2026-06-18 01:47:12
  • 112.218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프플방에 누워 버데탑으로 웹서핑이나 하던 나는, 무심코 포럼 알림 하나를 눌렀다.

그 순간.

세상이 끝났다.

---------

[VRChat 서비스 종료 안내]

운영 종료까지 앞으로 100일.

데이터 보존 및 서버 정리를 위해 본 예고 이후 모든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시점 이후 추가 접속은 불가능하며, 인스턴스 이동 및 재접속 또한 지원되지 않습니다.

----------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누군가 만든 합성.

악질 유저의 장난.

하지만 아니었다.

공지에는 운영진의 이름이 있었고, 댓글은 이미 수천 개가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

그날... 모든것이 사실임이 드러났고.

운좋게 접속해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 있는 인스턴스에서 작별을 고하고있었다.

첫 만남의 장소.

처음 사진을 찍었던 해변.

사라진 친구를 기다리던 벤치.

모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 우연히 짱친과 단둘이 그저 평범한.. 인스턴스에 있었기 때문이다.

"야."

"응."

"우리 이제 못 나가."

"...알아."

우리는 웃었다.

어색하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예고한 100일이 시작되자 포털이 사라졌다.

월드 이동 버튼은 비활성화되었다.

친구 초대도.

재접속도.

로그아웃도.

모든 것이 멈췄다.

이제 이 인스턴스를 나가는 순간 끝이었다.

영원히.

---

노을이 지는 해변 월드였다.

파도 소리는 계속 들렸지만.

실제로는 어딘가에서 반복 재생되는 음원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름다웠다.

"있잖아."

친구가 말했다.

"우리 처음 만난 것도 여기 비슷한 데였지?"

"기억 안 나는데."

"거짓말."

"조금 기억남."

"ㅋㅋ."

그 웃음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괜히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별 이야기를 다 했다.

처음 친추했던 날.

새벽 다섯 시까지 떠들던 날.

술 마시고 월드에서 잠든 날.

싸웠던 날.

화해했던 날.

그리고.

서로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

시간은 계속 흘렀다.
우리는 인스턴스를 떠나지 못하고, 게임을 끄지못하고.

매일밤 똑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1일, 1주일, 한달.
그리고99일.

아무도 그 숫자를 입에 담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기다림도없이 당장이라도 끝날 것 같아서.

"야."

"왜."

"나중에."

짱친이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응."

다시만난다.
VRC같은 게임이 다시 나온다면?
어쩌면 또다른 어딘가에서?

나는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버츄얼 아바타의 얼굴은 울지 않는다.
페이셜도없는 쌀먹충 둘이라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그녀석도 그랬을까.

"당연하지."

겨우 그렇게 말했다.

"넌 날 기억 못할 수도 있잖아."

"기억해."

나는 웃었다.

"그래도 기억할 거 같아."

---

서비스 종료까지 앞으로 24시간.

하늘에는 별이 떠 있었다.

물론 그것도 텍스처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리의 추억도 결국 데이터였으니까.

그 데이터들이 어딘가에 남아 영원히 떠돌테니까.

그기억의 항해가, 향내가 남을테니까.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

9.

8..

친구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나란히 바다를 바라봤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3.

2.

1.


그 순간.

파도 소리가 끊겼다.

하늘이 멈췄다.

멀리 보이던 도시의 불빛도 사라졌다.

세계가 조용히 숨을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드셋 너머에서.

친구의 깨져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즐거웠어."

그것이.
내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 dc official App
얼음박카스사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갸 - dc App 2026.06.18 01:49:13
쎄쎄 문학이야 - dc App 2026.06.18 01: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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