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합니다! 등급이 Trusted User로 상승했습니다. ]
눈앞에 떠오른 파란 알림창.
나는 피곤한 얼굴로 확인 버튼을 눌렀다.
수백 시간.
수천 번의 월드 탐험.
셀 수 없는 친구 추가.
드디어 또 트러스티드다.
"...또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Welcome to VRChat!"
낯익은 튜토리얼 월드.
낯익은 퍼블릭 아바타..
그리고..
New User
"...아."
왔다.
또 시작이다.
열세 번째 회귀.
처음엔 버그인 줄 알았다.
트러스티드를 달자마자 계정이 초기화되는 괴상한 현상.
친구 목록도.
아바타도.
즐겨찾기 월드도..
그리고.. 쌓아왔던 모든 유대관계들이..
전부 사라진다.
남는 건 오직 내 기억뿐.
그리고 뉴 유저 등급 하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귀 횟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1회차.
나는 친구들을 잃고 울었다.
3회차.
친구들에게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5회차.
그룹을 하나를 만들어 봤다.. vrc의 이스터에그와 버그들을 찾는, 오컬트모임..
회귀와 함께 사라졌다.
8회차.
친구가 말했다.
"야 너 말투 왠지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다?"
나는 웃으며 넘겼다.
그 친구는 다음 회귀에서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13회차.
나는 이제 미래를 안다.
어떤 뉴 유저가 몇 달 뒤 유명한 월드 제작자가 되는지.
누가 트롤러인지.
누가 나중에 내 절친이 되는지.
누가 어느 날 갑자기 접는지.
전부 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모른다.
항상 처음이다.
언제나 처음 만난다.
"안녕하세요!"
튜토리얼 월드에서 뉴 유저 하나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9회차 때 나와 매일 놀던 친구.
11회차 때는 같이 아바타를 만들었다.
12회차 때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사람.
하지만 지금 그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처음이신가요?"
"...그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처음이야."
그이후는 모든일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몇달뒤
나는 다시 트러스티드 직전까지 올라왔다.
늘 그렇듯.
친구도 생겼다.
모임도 만들었다.
행복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신뢰 등급 진행도 99%...]
마지막 하루.
친구가 물었다.
"트러스티드 달면 뭐 할 거야?"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아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지."
그날 밤.
알림창이 떠올랐다.
[Trusted User]
축하합니다.
신뢰받는 사용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새하얀 빛이 밀려온다.
사라지는 친구 목록.
무너지는 추억.
지워지는 기록.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했다.
빛이 꺼지기 직전.
친구 한 명이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다음에도."
"...또 만나자."
"Welcome to VRChat!"
눈을 떴다.
뉴 유저.
14회차.
튜토리얼 월드.
처음 보는 사람들.
그리고 저 멀리.
한 사람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왔다.
"드디어 찾았다."
"...뭐?"
"이번에도 늦었네."
그의 머리 위에는 뉴 유저 마크가 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나와 똑같았다.
수없이 회귀한 사람의 눈빛.
"...설마."
그가 씩 웃었다.
"너도 트러스티드 찍고 돌아왔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세계에는.
나 말고도 회귀자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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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C에서 트러스티드를 달때마다 모든 기억을 가지고 뉴 유저로 회귀합니다!?]
"신뢰받는 자는 처음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