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바보 웃음이 멎지 않는 곳.
- 글쓴이
- ㅇㅇ
- 추천
- 0
- 댓글
- 0
-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vr/5753467
- 2026-06-16 12:00:33
- 125.179
이 이미지 보고 생각나서 써봄
그녀는 원래 무너지지 않는 쪽이었다.
넘어지면 먼저 일어났다.
다치면 다친 곳을 숨겼다.
누가 비웃으면 더 크게 웃었다.
놀림을 받으면 왕처럼 턱을 들고, “그 정도로 짐을 흔들 수 있을 줄 알았더냐” 하고 받아쳤다.
그래서 모두가 믿었다.
그녀는 괜찮다고.
그녀는 원래 그런 애라고.
세게 대해도 되고, 조금 심하게 굴어도 되고, 울 것 같은 얼굴을 해도 금방 다시 일어나 소리칠 거라고.
그 믿음은 편리했다.
누군가 그녀의 소중한 물건을 숨겼다.
누군가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의 말투를 따라 했다.
“이 몸께서 명하노라, 그만두어라!”
사람들이 웃었다.
그녀도 처음에는 웃지 않았다.
대신 입술 끝을 올렸다. 버릇처럼. 늘 하던 것처럼. 다치지 않은 척하는 얼굴을 꺼내 썼다. 그 얼굴은 오래 써서 낡아 있었다. 그래도 멀리서 보면 아직 그럴듯했다.
“감히 짐에게 이런 장난을 치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냐.”
말은 당당했다.
목소리도 크게 나왔다.
그래서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의 앞에 있던 작은 공을 발로 찼다. 공은 바닥을 몇 번 튀기고 구석으로 굴러갔다. 그녀는 그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공이었다. 낡고, 먼지가 묻고, 군데군데 색이 벗겨진 공.
그런데 그녀는 그 순간 손을 뻗지 못했다.
공이 멈춘 곳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창틀에서 잘린 오후의 빛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잠깐 그 공을 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야, 진짜 삐졌나 봐.”
“아니, 저 표정 봐. 귀여워.”
누군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었다.
카메라가 켜지는 작은 전자음.
누군가 숨을 참으며 웃는 소리.
곧 터질 웃음을 손바닥으로 막는 소리.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만하라 하였지 않느냐.”
그 말은 평소와 같았다.
말투도 같았다.
하지만 끝이 아주 조금 무너져 있었다.
그 아주 작은 금을, 사람들은 발견하자마자 손가락으로 벌렸다.
“와, 진짜 화났다.”
“한 번 더 해봐.”
“울어? 설마 우는 거야?”
“야 찍어, 찍어.”
그녀는 일어나려고 했다.
무릎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늘 그랬듯이 일어나서 소리치고, 상대를 노려보고, 모두를 물러나게 만들면 됐다. 그럼 끝나는 일이었다. 원래 그런 식으로 끝나야 했다.
그런데 팔이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주저앉았다.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은 너무 가벼워서 잔인했다.
누구도 칼을 들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를 때리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이 무언가를 부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더 나빴다.
그녀의 손이 바닥을 더듬었다. 공을 찾는 것처럼, 아니면 떨어뜨린 자기 자신을 찾는 것처럼. 손끝에 먼지가 묻었다. 손톱 밑에 까만 때가 끼었다. 그녀는 그것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녀가 말했다.
주변은 아직 웃고 있었다.
“나는 분명 싫다고 하였느니라.”
말이 너무 늦게 나왔다.
이미 지나간 뒤였다.
이미 모두가 그 말을 장난으로 분류한 뒤였다.
이미 그녀가 싫어하는 얼굴까지 놀이의 일부가 된 뒤였다.
누군가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그 말에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진지한 것.
그녀는 그 말을 오래 씹었다.
혀 위에 올려놓고, 삼키지 못했다.
그녀는 언제나 진지했다.
그저 진지한 얼굴을 하면 사람들이 불편해했기 때문에 웃었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하면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에 화를 냈다.
무서운 것을 무섭다고 말하면 약해 보일까 봐 허세를 부렸다.
그들이 좋아한 것은 그녀의 강함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리 함부로 다뤄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편리함이었다.
던져도 깨지지 않는 것.
밟아도 소리만 요란하고 끝내 부서지지는 않는 것.
그런 장난감 같은 성질.
그녀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사랑받은 적이 있는지, 아니면 계속 소비되기만 한 것인지.
“어찌하여……”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웃지 못했다.
웃음의 끝자락들이 서로 부딪히다 허공에서 식었다.
하지만 멈춘 웃음도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늦게 멈춘 것은, 멈춘 것이 아니라 들킨 것에 가까웠다.
그녀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주먹은 여전히 작았다.
그 작은 주먹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버텼다. 놀림도, 기대도, 고립도, 자신에게 씌워진 역할도. 언제나 앞에 서야 했다. 언제나 먼저 화내야 했다. 언제나 괜찮아야 했다.
그런데 그날은 괜찮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
그다음 한 방울.
바닥의 먼지가 젖었다.
“어찌하여 계속 이리 구는 것이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질문이 너무 늦게 자기들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방금까지 웃고 있었다. 손에는 아직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화면 속에는 그녀가 주저앉아 있었다. 작고, 우스꽝스럽고, 귀엽게 무너진 모습으로.
누군가 황급히 화면을 껐다.
그녀는 그것을 보았다.
“보지 말라.”
아주 낮은 목소리였다.
“이런 꼴까지 가져가지 말라.”
그 말에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닦아도 닦아도 얼굴은 더 엉망이 되었다. 울음은 소리보다 먼저 몸을 흔들었다. 어깨가 작게 떨렸다. 숨이 짧게 끊겼다.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크게 울지 않으려 했다.
그게 마지막 남은 위엄인 것처럼.
하지만 이미 모두가 보았다.
무너진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무너지기 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돌아오지 못한다.
구석에 굴러간 공은 그대로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주워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방금까지 그녀를 만지는 일에는 그렇게 거리낌이 없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야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 조심스러움마저 잔인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지는 않았다. 울면서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옷자락의 먼지를 털고, 내려간 양말을 끌어올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모습이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눈은 아직 젖어 있었지만, 표정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짐은 괜찮지 않다.”
그녀가 말했다.
“허나 이제 그대들에게 그것을 증명할 생각도 없느니라.”
그리고 그녀는 구석의 공을 주워 들지 않은 채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힌 뒤에도, 누구 하나 웃지 못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 댓글이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