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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바보 내가 싫어서.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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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vr/5753437
  • 2026-06-16 11:49:12
  • 125.179
														

나는 지금까지 먹은 모든 것을 토했다.


방금 먹은 음식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제 삼킨 말들, 웃는 척하며 넘긴 대답들, 괜찮다고 접어 넣은 표정들, 누군가 앞에서 작아지지 않으려고 씹어 삼킨 자존심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쪽 손은 차가운 변기 가장자리를 붙잡고, 다른 손은 바닥을 짚었다.

타일은 너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이상하게 정확해서 더 비참했다.


물을 내렸다.


내가 뱉어낸 것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사라졌다.

사라지는 척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변기는 비워졌고, 입 안은 쓰라렸고, 화장실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환풍기 소리만 남았다.


나는 나를 비우고 싶었던 것 같다.


먹은 것들을 게워내면,

몸 안에 들어온 것들을 전부 밀어내면,

조금은 덜 내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입술은 젖어 있었고, 눈 밑은 꺼져 있었고, 손은 여전히 떨렸다.

가슴 안쪽에는 아직 내가 있었다.

가장 토해내고 싶었던 것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하지 못한 말이 싫었고,

누군가를 붙잡고 싶어 하면서도 아닌 척하는 내가 싫었다.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 사랑받는 순간 의심하는 내가 싫었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해놓고 혼자 남겨지면 무너지는 내가 싫었다.


나는 나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그 실패를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또 웃었다.

또 먹었다.

또 삼켰다.

또 버텼다.


그리고 결국 토했다.


몸은 정직했다.

정신이 끝까지 거짓말하는 동안, 몸은 더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변기 앞에서 들었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입 안에 남은 신맛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내가 싫어서,

나는 나를 비우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토해도 나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게 가장 끔찍했다.


나는 물을 한 번 더 내렸다.

이미 내려간 것들을 다시 없애려는 사람처럼.


그리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아직 남아 있구나.


그 말이 위로였는지 저주였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먕이가 너 글쓰는 재능있다 2026.06.16 11: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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