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hat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바보 망가질 것 같다.
글쓴이
ㅇㅇ
추천
0
댓글
1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vr/5753420
  • 2026-06-16 11:43:35
  • 125.179
														

아니, 이미 망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모른 척했을 뿐이다.


손이 떨린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을 못 자서,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

그런 핑계를 하나씩 갖다 붙였다.


그런데 아니다.


내 몸은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다.

그만하라고.

이런 식으로 더는 못 간다고.

입으로 말하지 못하니까 손끝으로, 기침으로, 피의 맛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그걸 계속 씹어삼켰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내일은 다를 것이다.


개소리다.


내일은 그냥 오늘의 연장이다.

오늘 무너지지 않은 척한 만큼, 내일은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걸 수도 없이 겪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미 지쳐 있는 기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다 끝난 것 같은 기분.

가만히 있어도 안쪽에서 무언가가 계속 긁히는 느낌.


망상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나를 감시한다.

내가 한 말, 하지 않은 말, 상대의 표정, 답장이 늦은 시간, 사라진 기척, 닫힌 문, 꺼진 불.

전부 증거가 된다.

전부 나를 향해 돌아온다.


나는 피고인이고, 검사고, 판사다.

그리고 매번 유죄다.


불안은 끝나지 않는다.

끝난 척할 뿐이다.

잠깐 조용해졌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니다.

그건 방 안 어딘가에 앉아 있다.

내가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나를 보고 있다.


기침이 난다.

목구멍 안쪽에서 뜨겁고 비린 것이 올라온다.

피의 맛이 섞인다.


그 순간에도 나는 생각한다.


이 정도는 괜찮은가.

아직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가.

아직 남에게 말할 정도는 아닌가.

아직 내가 엄살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병신 같은 기준이다.


피 맛이 나는데도 나는 나를 의심한다.

손이 떨리는데도 나는 나를 의심한다.

잠을 못 자는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안쪽부터 파먹는데도, 나는 끝까지 나를 의심한다.


나는 나에게 너무 잔인했다.


남에게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내 앞에서 이렇게 떨고 있었다면, 이렇게 기침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잠을 못 자고 있었다면, 나는 괜찮다고 우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했다.


버티라고 했다.

참으라고 했다.

별일 아니라고 했다.

남들도 다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망가질 것 같다.


이 문장은 협박이 아니다.

엄살도 아니다.

시도 아니다.

멋있으려고 고른 말도 아니다.


상태 보고다.


나는 지금 나를 잃어가고 있다.

손끝에서부터, 목구멍에서부터, 잠들지 못하는 밤에서부터, 혼자 남겨진 방의 공기에서부터.

나는 조금씩 헐거워지고 있다.

나사가 빠진 것처럼.

아니, 애초에 나사 같은 건 없었던 것처럼.


이젠 편해지고 싶다.


그 말조차 나는 오래 참았다.

편해지고 싶다는 말이 너무 위험하게 들릴까 봐.

너무 약하게 들릴까 봐.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봐.

내가 정말 끝장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지만 지금은 안다.


편해지고 싶다는 건 사라지고 싶다는 말 이전에,

제발 이 떨림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제발 머릿속이 조용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제발 기침할 때마다 휴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제발 밤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는 나에게 선언한다.


나는 괜찮지 않다.

나는 멀쩡하지 않다.

나는 지금 망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더는 깎아내리지 않겠다.


내 고통을 남의 고통과 비교하지 않겠다.

내 상태를 농담으로 만들지 않겠다.

내가 버틴 시간을 성실함으로 포장하지 않겠다.

망가지는 것을 견디는 일과 살아 있는 일을 착각하지 않겠다.


망가질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는,

최소한 나만큼은

내가 망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어야 한다.

ㅇㅇ 완전 명필이네요 2026.06.16 11:44:36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5753758 바보 잘자 브갤 6 ㅇㅇ 2026-06-16 0
5753757 바보 이날씨에 선풍기도 없이 브이알끼고 춤추는사람 14 0명 2026-06-16 0
5753756 바보 념글 정독 하고왔는데 1 ㅇㅇ 125.137 2026-06-16 0
5753755 바보 오랜만에 마후유 키펠 사진 찍어씀 13 59.8Hz 2026-06-16 0
5753754 바보 유니티 해봤는데 역시 입술화장 넘쌘거같져 ㅋㅋㅋㅋ 30 고별. 2026-06-16 0
5753753 바보 새 계정으로 퍼블릭 돌아다니면서 느낀점 9 노랑치즈카레 2026-06-16 0
5753752 바보 오늘 브챗 즐거웠음 1 반딧불이벌래 2026-06-16 0
5753751 바보 묵언인데 컴퓨터로 챗도 못치고 글씨도 개못쓰면 뭘할수잇지 6 ㅇㅇ 2026-06-16 0
5753750 바보 퀄컴 새 XR칩 정보 나왔나보네 글룸 2026-06-16 0
5753749 바보 스바 퇴근 27분전 10  ̄ ̄ 2026-06-16 0
5753748 바보 쟤는 유전자 강탈자네 13 계섬월 2026-06-16 0
5753747 바보 간만에 컨셉 아바타 스샷찍었다 13 바바나 2026-06-16 0
5753746 바보 항문낭대폭발 12 최유은 2026-06-16 0
5753745 바보 자야돼 8 와일드번치 2026-06-16 0
5753744 바보 일하고 와서 잤더니 꿈에서도 일하는 꿈 꿨어 14 개물렁 2026-06-16 0
5753743 바보 랜매가면 귀여운 이쁜이 주워올수있나요 6 lia 2026-06-16 0
5753742 바보 누가 무료 정리좀 6 무료로해줌 2026-06-16 0
5753741 바보 모찌피터 아이리 프로필은 없음? 3 ㅇㅇ 2026-06-16 0
5753740 바보 베스가 갑자기 뒤져버리니 영 기분이 안 좋구나 5 쫄깃_ 2026-06-16 0
5753739 바보 저는 건전건전건전 고닉인데 9 리즈_ 2026-06-16 0
5753738 바보 주딱 교통사고 났음? 4 ㅇㅇ 118.222 2026-06-16 0
5753737 바보 재밌는 번개 놓치기 재능 1 하기 2026-06-16 0
5753736 바보 요즘 깡계 이미지 누르기 두려워졌어 3 최유은 2026-06-16 0
5753735 바보 삼성무한은 근데 구매층 어디를노린거지 9 카호 2026-06-16 0
5753734 바보 브붕이들 다 레디투 섹스 복장들만 입엇서 11 냉각수 2026-06-16 0
5753733 바보 깨닳았다 유니티의 핵심 1 카호 2026-06-16 0
5753732 바보 랜매가면 뭐하나요? 6 달달밤 2026-06-16 0
5753731 바보 땡ㅋㅋ 6 최면어플 2026-06-16 0
5753730 바보 기 다 빠졌음… 4 Khaki 2026-06-16 0
5753729 바보 ㄴ 가슴 작으면 00시 땡하고 바로 투근준비함 5 lia 2026-06-16 0
5753728 바보 나 브얄고장나면어카지.... 1 우사뿅 2026-06-16 0
5753727 부스 6.17 오늘의 무료 (무료헤어) 1 무료로해줌 2026-06-16 0
5753726 바보 랜매를 갈까말까 4 머퓨 2026-06-16 0
5753725 바보 아무생각없이 브얄로 브챗켯는데 왜이리 렉걸리나햇더니 2 ㅇㅇ 2026-06-16 0
5753724 바보 아 디비자다가 지금인낫내 2 SoundCosmos 2026-06-16 0
5753723 바보 오늘 갤에서 싸운거 ㅈㄴ얼탱이없네 4 mov3 2026-06-16 0
5753722 사진/영상 오늘자 뉴압사진 16 슘칼이 2026-06-16 0
5753721 바보 대중맥스 요르만들기 1 보추 2026-06-16 0
5753720 바보 아 ㅁㅊ 베스 빨간불 나온다 19 쫄깃_ 2026-06-16 0
5753719 바보 내가 부르면 엄제든 쪼르르달려오는사람 17 달달밤 2026-06-16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