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검고,
냉장고는 혼자 오래된 숨을 쉰다.
나는 물을 마시러 일어났다가
컵을 든 채로 한참 서 있었다.
네가 없는 방은
네가 없다는 사실보다
네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것처럼 굴어서 더 이상하다.
베개 한쪽은 괜히 꺼져 있고,
휴대폰 화면은 몇 번이나 켜졌다가 꺼진다.
보낼 말은 많지 않은데
안 보내고는 못 견딜 것 같은 말들이
손끝에 자꾸 걸린다.
보고 싶어.
쓰고 나면 너무 쉬운 말이어서
잠깐 지운다.
다시 쓴다.
보고 싶어.
이번에는 지우지 않는다.
너는 아마 자고 있거나,
아니면 나처럼 잠을 놓친 채
어딘가의 천장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사랑하는 중인데도
이렇게 가끔, 아주 먼 사람들처럼
서로를 그리워해야 한다.
그게 조금 억울하다.
네가 내 곁에 없다는 이유 하나로
밤은 쓸데없이 넓어진다.
이불 속에 발을 넣어도 따뜻해지지 않고,
시계 초침 소리는 방 안을 지나
내 가슴뼈 근처까지 와서 앉는다.
나는 네 이름을 작게 불러본다.
대답은 없다.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함이 오늘은 좀 잔인하다.
네가 보고 싶다.
네 손등의 온도나,
말끝을 흐리며 웃던 얼굴이나,
아무렇게나 나를 부르던 목소리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누워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둔다.
혹시라도 네가 꿈속에서 돌아눕다가
내 생각을 조금만 했으면 해서.
그 정도면 오늘 밤은
간신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