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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바보 과몰입 결혼식 다녀온 썰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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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vr/5718259
  • 2026-06-04 04:17:35
														


이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안 했는데

VRChat 오래 한 사람은 알 텐데

사람이랑 친해지는 데는 몇 시간도 안 걸린다.

근데 잊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는 걸.


---

처음 만난 건 퍼블릭이었다.

평범한 잡담 월드.

나는 구석에서 친구랑 떠들고 있었고.

걔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에 흰 셔츠 아바타.

그냥 흔한 아바타였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

처음 말을 건 건 걔였다.

"마이크 괜찮아요?"

진짜 별거 아닌 말.

근데 그걸로 시작됐다.


---

그 뒤로 매일 같이 놀았다.

사진도 찍고.

공포맵도 가고.

새벽까지 디코도 했다.


---

어느 순간부터

접속하면 제일 먼저 걔를 찾고 있었다.


---

친구들은 말했다.

"너네 과몰입 아님?"


---

우리는 웃었다.


---

"아닌데."

"미쳤냐."


---

그때는 진짜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러다 어느 날.

걔가 한 사람을 데려왔다.


---

여자였다.


---

귀여운 아바타.

목소리도 예뻤다.

성격도 좋았다.


---

셋이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다.


---

둘이 단둘이 있으면 신경 쓰였고.

둘이 사진 찍으면 괜히 불편했다.


---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야 너 걔 좋아하네."


---

나는 부정했다.


---

"아니."


---

그러자 친구가 웃었다.


---

"그럼 왜 질투함?"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여자한테 별 관심 없었다.


---

근데 걔가 그 여자랑 웃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

왜인지 몰랐다.


---

시간은 계속 흘렀다.


---

어느 날.

걔가 말했다.


---

"나 할 말 있는데."


---

그 말 듣고 이상하게 긴장했다.


---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

"우리 사귀기로 했다."


---

나는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

진심이었다.


---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다.


---

근데 그날 밤.

혼자 Home 월드에 앉아 있는데.


---

숨이 안 쉬어졌다.


---

도대체 왜.


---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는데.


---

그냥 너무 힘들었다.


---

그때 처음 알았다.


---

내가 잃은 건

그 여자와의 가능성이 아니었다.


---

걔였다.


---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


---

나는 그 여자를 질투한 게 아니었다.


---

그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이

내가 아니라는 걸 질투한 거였다.


---

근데 이미 늦었다.


---

둘은 과몰입을 시작했고.


---

나는 점점 멀어졌다.


---

예전처럼 셋이 놀아도.


---

나는 외부인이었다.


---

친구 목록을 보면

둘은 항상 같은 인스턴스였다.


---

나는 혼자였다.


---

그렇게 1년이 지났다.


---

그리고 어느 날.

초대장이 왔다.


---

VRChat 결혼식.


---

장난 같은 이벤트였다.


---

근데 걔는 진심이었다.


---

"꼭 와."


---

나는 간다고 했다.


---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


---

결혼식 당일.


---

하얀 예식장 월드.


---

사람들 잔뜩 모여 있었다.


---

둘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

나는 맨 뒤에 앉아 있었다.


---

주례가 말하고.

사람들이 웃고.

박수치고.

사진 찍고.


---

모든 게 평화로웠다.


---

근데 나는 단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

계속 걔만 보고 있었다.


---

그 사람이 웃는 모습.


---

행복해하는 모습.


---

손을 잡는 모습.


---

전부 눈에 들어왔다.


---

그리고 깨달았다.


---

내가 가장 바라던 장면인데.


---

정작 그 옆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는 걸.


---

식이 끝났다.


---

사람들은 축하해 줬다.


---

나도 축하한다고 말했다.


---

거짓말은 아니었다.


---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다.


---

다만.


---

그 행복 속에 내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플 뿐이었다.


---

사진 촬영이 시작됐다.


---

둘이 서 있고.

사람들이 차례대로 옆에 가서 사진 찍었다.


---

내 차례가 왔다.


---

걔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

나는 웃었다.

"행복해라."


---

그 말만 남기고

사진을 찍었다.


---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사진을 본다.


---

다들 말한다.

좋은 추억이라고.


---

맞다.

좋은 추억이다.


---

다만.

사진 속 나는 웃고 있는데.


---

그날의 나는

한 사람을 보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끝까지 몰랐다.

내가 축하해 준 결혼식이 아니라.

포기한 사랑의 장례식이었다는 걸.


노래듣고가! 뮤비도 보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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