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우울이 이불처럼 나를 감싸 안아줍니다. 저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 기분을 만끽합니다. 살짝 가슴이 답답해지는 마음의 무게가 자신을 과시하며 제 폐를 짓누릅니다.
하품인지 한숨인지도 모를 지친 날숨에 내가 따스히 데워둔 공기가 훅 빠져나갈 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를 훅 떠나버릴 때 살짝 초조해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내게로 찾아 와줍니다.
늦여름과 초가을의 애매한 그 사이에 나와 맺어진 님처럼 살짝 후끈한 날씨 속 그래도 시원해지고 있는 바람이 날 다독여줍니다. 휙 더워졌다 휙 추워졌다,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틈에 어느새 바뀌어 있는 계절처럼, 저도 행복했다 우울했다 웃었다 울었다 하다가 어느새 님께 푹 빠져버렸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저는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이렇게 숨막힐 듯이 울적합니다.
님을 생각하며 첫사랑을 겨우 시작한 중학생처럼 낄낄대다가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 슬픔, 우울감인지 무엇인지도 이젠 잘 모르겠는 까마득한 슬픔이 저를 놓아 주지를 않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신봉자여서, 모든 감정의 끝, 모든 감정의 근본은 결국 사랑이고 모든 감정의 종착점이 사랑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저는 한평생 이 우울감과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늘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슬픔조차 사랑이라면 불쾌감 하나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넓은 마음 속에 우울조차도 품어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