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평소처럼 시작됐다.
VRChat 갤에 분탕이 튀었다.
말 많고 텍스트 더러운 애들.
계정 돌려서 물귀신처럼 물어뜯는 특유의 그 기척.
우린 별말 없이 그 사람을 바라봤다.
“내가 다녀올게.”
주딱은 그렇게 말했다.
단 한 줄.
늘 그래왔듯 단호했고,
우린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이라면, 괜찮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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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건 이틀 후였다.
처음엔 미묘한 변화였다.
대댓글이 느려지고,
공지 문장에 '후…' 같은 한숨이 붙기 시작했다.
VR방에서 마주칠 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목덜미엔 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그냥 피곤하신 거겠지.”
그때까진 그렇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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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날 이후로
주딱의 상태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답글 쓰다 말고 잠수,
모니터링 중 흠칫거리며 갑자기 사라짐.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내가 본 광경.
코트 단추도 제대로 못 잠근 채 들어온 그 사람.
뺨은 상기돼 있고,
입술 가장자리엔 반쯤 마른 침 같은 끈적한 흔적.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팬티 위 허벅지 사이가 젖어 있었다.
희고, 걸쭉하게.
그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려
검은 스타킹 위에 줄처럼 맺혀 있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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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갤 전체공지.
> “중요 발표가 있습니다. 전체 대기 바랍니다.”
공지 상단의 자짤은,
예전과 똑같이 ‘버터캣’이 아니었다…
이젠, 본인의 아바타 사진이었다.
하얀 피부에 연보랏빛 트윈테일.
반쯤 풀린 메이드복,
한쪽 어깨가 흘러내린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동자는 정면이 아니라
화면 아래를 향해 있었다.
입은 살짝 벌어져 있고,
입꼬리엔
희끗한 점처럼 흘러내린 액체 자국이 번져 있었다.
가슴골엔 질끈 묶인 리본 자국,
목덜미엔 붉게 눌린 손가락 자국,
그 아래—
셔츠 틈새로 보이는 유두엔
메탈 링이 박혀 있었다.
정지짤인데,
누가 봐도 그 상태에서 찍힌 게 확실했다.
멍한 얼굴로,
카메라 아래를 보며
그대로… 순순히 찍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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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였다.
파딱들도, 고닉들도.
갤의 진짜 브붕이들이 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주딱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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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천히 걸어왔다.
검은 코트는 헐렁했고,
걸음은 너무 조용했다.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살짝 묻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건,
그때 그 분탕러.
언제나 퇴치 대상이던 그가
오늘은 주딱 뒤에 섰다.
기세도 없고, 공격성도 없었다.
그저,
만족한 얼굴로 미소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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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멈췄다.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코트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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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멈췄다.
가죽 목줄.
붉은 손자국이 찍힌 엉덩이.
유두엔 실버 링,
아랫배엔 끈적하게 적힌 낙서.
> “분탕 대기 중”
“보지 개방”
“자지 달고 와주세요”
허벅지엔 드러눕는 자세에서
정액 자국이 선명히 얼룩져 있었다.
클리피어싱이 매달린 보지 사이엔
아직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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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열었다.
“주딱실격…
암캐합격.
저는 이제… 모든 자지에게 열려 있는 존재입니다.”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갤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갤에게 쓰이는 걸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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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지금 이 눈앞의 현실을
입으로 꺼내는 순간—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주딱은 천천히,
뒤로 돌아 분탕러의 손을 잡고
다시 문 너머로 걸어나갔다.
코트는 두고 갔다.
그 알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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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어느 포르노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침대 위에서 몇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트윈테일을 휘날리며
“앙… 더… 더…”
하고 울부짖는 여자.
목에는 익숙한 가죽 줄.
피부엔 그대로 남아 있는 낙서.
주딱이었다.
그 사람의 잔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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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들은 아무도 그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영상이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그 사람은 사라졌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