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를 며칠 안 남기고
대부분은 놈을 앞으로 볼일 없을테니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
그 녀석이 그 난리를 부려놓고 그래도 수료주차까지 온 노력을 칭찬하는 의미에서 소대장님들 투표로 5박6일 휴가권과 공로상을 받게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놈에게 자살 신지드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롤을 모르는 브붕이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상대방에게 돈을 주지 않고 계속 포탑에 자살해서 자신의 몸값을 낮추고 낮아진 몸값으로 관심 없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가 관심 없는 사이에 방해를 받지 않고 빠른 성장을해서 왕귀하는 것을 자살 신지드라고 하는데
놈은 창틀에 다이브 치고 목욕탕 바닥에 머리를 다이브 쳐서 자신의 몸 값을 낮추고 적당히 성장해서 포상휴가를 받게 됬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포상 휴가를 받게 되어 다들 놈을 부러워했고 동기들이 장난으로 나도 자살신지드하면 포상휴가 쌉가능인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놈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자 또 부담이 되었는지 병신 컨셉을 잡기 시작했다
갑자기 침울해지더니 나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헛소리 하기 시작하고
다른 동기한테 "이거 너 가질래? 내가 소대장님께 말씀 드려서 너 주라고 말씀 드릴게"라는 소리를 하지 않나
옆에 있던 쇠 막대를 꺼내서 자기 머리를 치지 않나
갑자기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그 쇠 막대를 뺏어서 설득하려고 해도 고집 부리면서 듣지도 않는 그놈
난동을 겨우 잠재우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상을 받게되면 수료식 때 단상으로 올라가서 상을 받아야했고
당연히 단상에 올라가게 되면 제식 또한 잘 시켜야 했는데
이 놈은 아직도 왼손 왼발이 같이 올라가는 놈이다
3~4일 뒤면 수료식인데 제식을 못 맞추는 그 놈
나는 그래도
"니가 상을 받는 것은 너에게 그만큼의 가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받는 것이고
네가 상을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내가 계속 옆에서 도와준 것 동기들이 도와준 것 소대장님께서 중대장님 대대장님께서 너에게 신경쓰고 도와주신걸 무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애 달래듯이 설명해주면서 겨우 제식을 옆에서 하나하나 도와 줬다
총 5명이 상을 받았는데
연습 중 놈만 검은 신형 하계 운동복이고 나머지는 구형이고 놈만 몸이 육중해서 눈에 엄청 띄었다
그리고 혼자 같은 손 같은 발이 올라가는 걸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제자리 걸어 가 제자리에 서"를 거의 4시간 동안 해 주면서 맞춰줬는데 그 놈은 못했다
그리고 수료식 날 놈은 예상과 동일하게 못했고 그냥 어찌저찌 넘어갔다
그렇게 자대를 배치 받기위해 의류대에 짐을 싸야했는데
나는 매우 서둘러서 짐을 쌌다
왜냐하면 놈이 오면 딱봐도 문제가 생길것
예상과 다르게 짐을 싸는데 시간이 오래걸렸고
놈이 짐을 싸려고 자기 짐을 다 풀어 놓기 시작하면서
화를 부른다 아니 미친 나랑 놈이랑 옷 사이즈가 15차이나는데 그냥 옷 사이즈 보고 자기꺼면 아 내꺼네 하고 챙기면 되는데 하루 종일 "이거 내꺼야? 이거 네꺼야? 이고 내꺼지? 마지?"
너무 빡쳐서 "야 너 옷 사이즈가 몇인데? 나는 몇이고 어? 이렇게 차이나면 그냥 보고 니꺼 챙겨가고 그만 물어보면 안되냐? 아니 적당히 물어봐야지 허구한날 22살 처 먹어놓고 맨날 남의 도움만 받으면서 살 것도 아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 정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니네? 언제까지 챙겨줘야하는데? 생각을 좀 하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어?"
이러니깐 그냥 입 닫고 혼자 할 거 하던데 솔직히 기분 좋았다
그렇게 자대 배치 받고 앞으로 볼일 없는 사이가 되어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