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놈은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었기에 내가 존댓말로 대해준 것이지
아니었으면 음...
아무튼 그런 해프닝이 있고 나서
놈의 횡포는 절정을 찌르기 시작했다
우리 소대 담당 소대장님은 정말 착하시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신 분이셨지만 그날부터 얼굴이 썩소셨다
근처 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계속 소대장님과 면담을 계속하면서 놈의 상태를 살펴보아야만 했다
소대장님께 찾아가니 면담 내용을 전부 보고서로 작성하고 계셨다
그리고 소대장님과 면담을 하면서 내가 느낀 점을 말씀드렸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힘들거나 상태가 안 좋으면 우울함을 쭉 표현하거나 계속 상태가 안 좋지 않습니까? 근데 xx 이형은 어느 날은 괜찮은데 어느 날은 맛이 가고 그래서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러고 나서 소대장님이 하시는 말 "아 조울증인가?" 이러면서 얼굴을 쓸어내리시던데 엄청 답답해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녀석이 집에 가고 싶다고 지랄하기 시작했다
와 그냥 1주 차 때 나가버리지 왜 남아서 나랑 다른 사람들한테 피곤하게 구는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열심히 참았다
그러면서 "어차피 못 나가는데 2~3주 남았으니 참을 수 없냐라고 물어보고
혹시 내가 좆같냐 아니면 뭐가 문제냐
계속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기 싫다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하고 설득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놈은 "아니 우리 동기들 다 좋은데 나는 그냥 여기가 싫어 여기 냄새가 싫고 여기 장소가 싫어" 이렇게 말하니 뭐라고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럼 "누구라도 타당하게 생각할 수 있게 본인이 집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종이에 적어보라고 했다" 정상인이라면 몇 게 적지도 못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놈은 예상을 뒤엎고 한 40개 정도 이유를 적은 것이다
와 올 것이 왔다 나는 그렇기 생각했고 내용도 그 군대에서 하는 심리 검사 문항과 비슷했다
누가 날 죽일 것 같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누가 자는 중에 날 목 조를 것 같다
이런 걸로 40개 채워져 있는 걸 보고 또 어이가 터졌다
심지어 진짜 짜증 나는 게 잠은 정말 빨리 드는데
자는 시간 내내 코골이를 하이톤으로 옆자리에서 골고
소리에 민감한 나는 잠자리가 매일매일 피곤했다
사격용으로 이어 플러그를 줬을 때 나는 아 이것이 행복인가를 느꼈다 그 후로는 잠자리가 조금 편했다
잠도 잘 자는 녀석이 잘 때마다 불편한 게 이해가 안 됐다
아무튼 놈은 소대장님과 계속 상담했음에도 안 좋아져서
중대장님, 대대장님과 상담을 했고 심지어 중대장님은 놈의 이름까지 외우셨다
며칠 뒤 잠시 밖에 갔다오고 바람을 쐬더니 좀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바로 좋아진 것을 보고 우리는 놈을 컨셉충으로 불렀다
그는 사실 모든게 연기이고 모든 것이 컨셉인 것이다
이제는 서로 친해졌으니 서로 장난도 어느정도 쳤다
"왜 병신이나 장애인 컨셉으로 살았어요?
앞으로는 정상인 컨셉으로 살기로 약속했어요? 알겠죠?
오늘 솔직히 정상인 컨셉 잘 지킨 것 같거든요? 내일은 컨셉 뭐예요? 정상인 맞죠? 내일 정상인하기로 했어요"
그는 며칠동안 정상인 컨셉을 지키고 병신 컨셉은 안 했다
아 좀 잠잠해져서 좋다라고 생각할 무렵
며칠 뒤 샤워하는데 놈이 미끄러져서 머리가 깨졌다
와 대단하다!
아직도 더 남았어 점심 먹고 쉬었다가 다시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