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 누군가 걷는 소리, 그리고 그 중간에 섞인 휴대폰의 진동음.
평소 같았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소리지만, 지금은 달랐다.
주변이 비정상적으로 고요하게 느껴지고, 진동소리가 울릴때마다 공기마저 떨리는것 같았다.
'설마 누군가 들은건 아니겠지?'
가슴이 마구 쿵쾅댔다. 숨을 죽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신문고로 발을 내딛었다.
"10초. 조금 늦었네? 기다리다 지쳐서 갤에 도배할뻔했다구."
유동이였다. 특유의 미소를 띤채, 한손에는 링크를 들고 주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진동을 울리니까... 다리에 힘이 빠져서 어쩔수 없었다고..."
주딱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유동에게는 그런 변명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서서히 차갑게 굳어지더니, 말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흐읏..!"
진동소리가 다시 울리자, 주딱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빨리 확인해보는게 좋을텐대?"
유동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쳐다볼뿐이였다.
손을 떨며 휴대폰 화면을 켠 주딱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갤러리에 올라온 알림이었다.
링크의 주소는 VR챗갤. 확인하기 싫어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설마…”
주딱은 떨리는 손끝으로 링크를 눌렀다. 화면에 떠오른 글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차…!”
그건 과거, 주딱이 지금의 역할을 맡기 전에 다른 갤러리에 올렸던 글의 스샷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될, 주딱 자신의 흑역사였다.
“너, 너 이런 글은 어디서 난 거야?!”
주딱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유동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만약 누군가 그 글을 보면 어쩌려고 그래?”
정신이 번쩍 든 주딱은 허겁지겁 갤러리로 들어가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가 그의 손을 얼어붙게 했다.
“이미 삭제된 글입니다.”
“뭐…뭐라고? 누가 벌써 지운 거야?”
믿을 수 없는 마음에 관리 내역을 열어본 주딱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을 떨어뜨렸다.
“흑… 이게… 대체…”
결국,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유동은 그런 주딱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의 출산 후 생리 불규칙성에 따른 생리주기의 변동 폭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12개월~18개월 안으로 생리 안오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