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TDA의 배'라는 난제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이 난제를 기록한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르크입니다만
사실 역사상 여러 다른 형태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난제는 이렇습니다
자, mmd의 혁신적 모델인 TDA가 있습니다. 2011년부터 수많은 MMD 영상들을 배출해 내었죠
브이알챗에서 쓰이기 시작한 후 그 모델도 여러 버전의 아바타로 개조되었습니다
십년에 걸쳐 모델의 새 파츠가 추가됨에 따라 그 아바타의 파츠들도 교체되었습니다
전신 아바타에서 악세사리 조각을 몇 개 갈아 끼운다고 해도, 이 배가 TDA 기반의 아바타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한다 해서 이 점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원래의 TDA에 있었던 아바타의 조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배를 TDA의 아바타라고 부를 수 있까요?
17세기 영국 철학자인 토마스 홉스는 이야기를 더 꼬아놓습니다
위와 같이 TDA의 아바타에서 파츠를 하나씩 갈아끼우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아바타를 아바타1이라고 하고,
TDA의 배에서 갈아끼운 낡은 파츠들을 버리지 않고 그걸로 다시 원래와 똑같이 생긴 방법으로 아바타를 만들어 이를 아바타2라고 합시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TDA의 아바타에서 아바타1과 아바타2가 생긴 셈인데,
이 중에 진짜 TDA의 아바타는 무엇인가요?
'티디에이의 배' 이야기가 갖고 있는 키워드는 정체성, 본질, 동일성, 변화와 같은 것들입니다.
또는 그로 인해 정의되었던 우리의 삶의 방식들도 생각 거리가 되겠네요.
순수함, 원본, 진정성, 허구의 가치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세기 대량 생산과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컨텐츠의 복제는 도대체 '원본'이란 무엇이며,
또 그 가치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수많은 복제품과, 이미지가 가득한 지금, 우리가 물리적인 원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그토록 인간이 갈구해온 창의와 창조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게다가 이제는 복제품이 원본을 도리에 뒤엎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도리어 복제품, 가상의 것들이 현실과 원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기까지 합니다.
티디에이의 배는, 다시 개인 삶에 대한 현실적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그 실체를 정의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존재를 다룸에 있어, 무엇을 진짜라고 믿고 살아야 할까요?
또, 어느 경우에건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고, 너무 하나의 실체를 규정하는 데 집착하다가,
흘러가는 물과 같이 시간을 흘려버리고 나면, 정의된 실체는 이미 과거의 실체에 불과해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물을 바라보듯이, 내 마음과 정신을 또 바라보고 바라보는 것,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것(il faut tenter de vivre)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출처: https://yeonhak.com/25 [연학군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