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배구 유행 초기에 배구에 빠져 살았다.
친했던 친구들이 월투하자, 놀자, 술마시자 해도 배구할거라고 전부 유기하고 배구만 할정도로. 배구 좆목디코가 부럽기도 했다. 나도 이미 좆목디코가 있긴 했으나 친한 친구 몇명 모아 만든 소규모 디코가 다였으니까.
처음에는 즐거웠다. 그룹에서 새 친구도 사귀고, 같이 팀짜고 스크림도 하면서 뭔가 소속감 같은것도 느껴져서 더 몰입해서 했어. 친했던 예전 친구들이 나랑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건 생각도 안하고 말이지.
그렇게 한달, 두달...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그러다 자세히 말은 못하지만 뭔가 문제가 생겼고, 그때 깨달았다. 배구를 통해 사귀었던 이 친구들에게 내 존재란 결국 배구를 같이 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는거. 단 한번도 사적인 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는거. 친구였지만, 친구가 아니었다는거.
그리고 그걸 깨달았을 즈음엔, 내 주변엔 친했던 친구들도,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들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래서 그냥 삭제했다. 삭제하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하고싶었는데, 할 곳도 없더라. 그래서 마지막 발자취라도 갤에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