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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님들 깔깔틀딱유머집 보고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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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지도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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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vr/4213339
  • 2024-10-03 13:02:48
 





〈빨간 모자〉라는 동화를 다시 쓰는 방법
 
〈정치적으로 반듯한〉 태도가 한 시대를 풍미함에 따라 전래 동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쓰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동화에는 어떠한 유형의 약자를 빗댄 내용이 들어가도 안 되고, 
어떠한 소수 집단을 모욕하는 표현이 있어도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난쟁이는 이제부터 〈비표준적인 신장의 성인〉으로 불러야 한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뜻에서 나는 재미 삼아 「빨간 모자」라는 동화를 재해석한 다음, 
모든 인물들의 종교적・정치적・성적 선택을 아주 철저하게 존중하면서 그것을 다시 썼다.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반듯한〉 분위기에서 전개되도록 공간적 배경은 미국으로 설정했다. 
미국에서도 숲이 무성하여 야생 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내가 다시 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행복하게도 아직 청소년기에 도달하지 않은 빨간 모자라는 소녀가 어느 날 아침 위험을 무릅쓰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소녀는 〈자연 보호 협회〉의 회원이라서 버섯도 딸기도 따지 않는다. 

소녀는 또 〈동물의 세계와 완전하고 대등하게 교류하기 위한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저 늑대와 같은 야생 동물들을 어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소녀는 늑대 한 마리를 만난다. 그 늑대는 〈인간 성애자 동물들의 모임〉에 가입해 있다. 

그 단체는 동물들과 인류 구성원들 사이의 자유로운 성관계를 권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늑대와 소녀는 근처의 모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늑대는 그곳에 가서 화려한 잠옷을 입고 소녀를 기다린다. 

그런데 늑대와 소녀가 만나는 광경을 나무 그늘에 숨어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소녀의 할머니이다. 할머니가 가입한 단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할머니가 소아 성애와 근친상간, 식인 풍습을 지지하고 채식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점만 밝히고자 한다. 

한시라도 빨리 어린 손녀와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는 모텔로 가서 늑대를 잡아먹고 늑대로 변장한다. 

할머니는 〈동물 분장자 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빨간 모자는 달뜬 마음으로 모텔에 다다라서 늑대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간다. 

그러나 소녀가 맞닥뜨린 것은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즉시 소녀를 추행한 다음 잡아먹는다. 

할머니는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앞에서 깜박 잊고 이야기를 못했는데, 사실 할머니는 위생과 식이 요법을 중요시하는 어떤 종교 단체에 속해 있다.

그 단체는 동물의 고기를 씹는 것은 정결하지 못한 행동이자 죄악이라고 주장하면서 고기를 그냥 삼키라고 명령한다. 

그런 것을 명령한다는 게 잘 믿기지는 않지만, 음부 폐쇄를 명령하거나 수혈을 금지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같다. 

빨간 모자는 이제 할머니의 내장 속에 들어 있다. 


그때 한 사냥꾼이 나타난다. 그는 여느 사냥꾼과는 달리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는 비(非)수렵인이다. 

그는 어떤 과격한 환경 운동 단체의 회원이다. 

그 단체는 동물의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죽이라고 요구한다. 그는 자기가 맡은 역할 때문에 전국 라이플총 협회에도 가입해 있다. 

그 단체는 모든 시민의 무기 소지를 허가하는 헌법의 한 수정 조항에 근거하여 결성되었다. 

그 비수렵인은 할머니가 늑대를 잡아먹음으로써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총을 쏘아 죽인다. 

그런 다음 할머니의 배를 가른다(그는 장기 기증 촉진 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빨간 모자는 할머니 배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온다. 늑대도 물론 빠져나오겠지만, 내 이야기에서 늑대는 이제 등장하지 않는다.


빨간 모자의 엄마는 아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아이를 껴안고 입을 맞춘다. 

엄마는 그 슬픈 사건을 잊게 하려고 애쓰면서 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차에 예의 그 비수렵인이 사냥 반대의 기치를 내건 아주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된다. 

어린 딸을 둔 어머니들 중에는 자기 아이를 텔레비전 사회자에게 데려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텔레비전 사회자와 자기 딸이 다정한 친구 사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그런 관계는 억대 출연 계약의 전조가 된다). 

딸아이를 유명한 사회자에게 소개시킬 때 어머니들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희망으로 가득 차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비수렵인은 우리가 이미 앞에서 본 것처럼 도덕적인 기질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서 빨간 모자와 친구가 되는 것을 거절한다. 

사실 그는 숲 속의 로빈과 친하게 지내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딸은 자기들이 무시당한 것에 너무나 화가 나서 앙갚음을 하기로 한다. 

그녀들은 비수렵인이 할머니를 죽일 때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경찰에 그를 고발한다. 그녀들이 제시한 그의 범죄 혐의는 흡연, 악습 교사(敎唆), 환경오염, 발암 물질 유포, 살인 미수 등이다.


미국의 그 주에서는 사형 제도가 아직 시행되고 있다. 비수렵인은 전기의자 처형을 선고받는다. 

교황은 형의 감면을 요청하는 감동적인 서한을 보낸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우체국을 통해 보낸 그 서한은 몇 달 늦게 미국에 도착한다. 

게다가 전기 쇼크는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기 때문에 처형에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결국 비수렵인은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1996)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트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96년에 쓰인 글인데 환경주의자, 퍼슈트, 수간, 할머니, 게이, 페도, 비건까지 전부 등장함..


ㅇㅇ 아읽기귀찮패스 2024.10.03 13:03:17
보라지도댕이 2024.10.03 13:04:00
와일드번치 마음에 들어 2024.10.03 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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