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를 시작한건 작년 중순즈음이었던것같다.
계약직으로 다니던 직장 에서 쫒겨나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충전의 기간을 가질겸 예쁜맵들도 볼겸 느긋한 시간을 보내야지 라고 생각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나름 좋은 관계의 사람들도 알게되었다.
점점 나를 어필하고싶기도하고, 더욱 깊게 즐기고싶어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중간과정 없이 바이브 프로 무선 풀킷에 풀트레커를 구매하고 사람들과 보낸 생활은 한창 오타쿠였던 시절 보던 일상물 만화의 장면처럼 늘 새로움과 웃음이 가득했다.고인물들에게 조금씩 유니티를 배워 아바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쳐버려 커미션을 맡기기도 했고, 화본역에서 춤을 추기,공포맵에서 쫄아버려 게임하던 도중 소리를 줄이고,눈을감을채로 진행하다 걸려 놀림도 받아본거같다...
물론 기분나쁜 놀림은 아니었다.그게 좋았다.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학창시절 썩 자랑할만한 추억을 가지지 못했던 나이기에 단지 나이나 성별 상관없이 누군가와 함께 웃고 떠들수있다는것이 참 좋았다.
그렇게 실업급여도 끝나고 개인사정으로 수술도 받고,다음 취직까지 퇴직금이나 야금야금 먹어야지 할때즈음 악착같이 살아오셨던 부모님 건강에 적신호가오고 이런저런일로 한번에 큰돈이 나가게되었다. 그간 모아온 돈들도,퇴직금도 한번에 타노스 핑거스냅이라도 당한듯이 사라졌다.
이 나이에 부모 등골을 빼먹을순없다는 생각에 빨리 일자리를 알아봤다.
하지만 운없게도 나름 힘겹게 얻었던 회사는 조건과는 다른 12시간근무에 쉬는시간 한번 안주는 주말없는 2교대의 무시무시한 공장이였고 그동안 너무 오래쉬었던 탓일까 체력이 모자라 한달도 못채우고 퇴사하게되었다. 그간 당연히 vrc에는 접속하지 못했다. 잠자고 출근하고의 반복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한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사이 꽤 많은것이 달라져있었다. 알고지낸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접거나 과몰입중이라 프라이빗에만 있었고, 함께 놀 친구없을때 지붕에서 멍하니 오고 가는 사람들 구경할수있던 화본역도 리메이크되어있더라.
물론 사람도 이전만큼 많이 볼수 없었다.
꼭 장난감을 뺏긴 어린아이가된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다시 즐겁던 기분을 살려보려고 이월드 저월드도 돌아다녀보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어 보려했지만 내게있어선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던것같다. 이미 사귄 친구들과만 어울리다보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을 잊은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다들 직장인이기도하고 백수라 만나기 부담스러워 얼굴못본지 꽤 오래된) 실제 친구들과 있을때. 나는 멘탈을 케어 받는쪽보단 케어해주는쪽에 가깝다 생각했다. 분위기 살리고 힘든일 있으면 들어주고....물론 지금 내가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지는 모르겠으나, 만화속 세상같던 vrc가 내게서 사라져버린것같은 기분에 좀 공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집에서 햇빛한번 안보고 처박혀서 혼자 하루종일 vrc 홈 거울앞이나,mmd맵에서 내 아바타를 보고만 있으면서 멘탈이 두부가 되어버린건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거같다.
갤에서 말하는 게이드립과는 별개로 성별 나이 없이 서로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던 모습을 다시볼수있다면 좋을텐데, 새로움을 느낄수 없게된 내 앞길을 모르겠다.
어디 하소연 할곳도 없고, 오늘따라 겁나 울쩍해져서 글쓰고 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