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5년지기 친구는 학창시절에 딱 열혈체육소년 같은 느낌이었음
친구간의 의리를 중시하면서도 약간 꼰대처럼 자신과 다른 남의 의견을 잘 이해하려하지 않는...
그 체육소년 친구에겐 나보다 더 오래된 부랄친구인 ㅇㅇ가 있었음
이 ㅇㅇ에겐 고학력자인 부모님들이 계셨는데
교육열이 대단해서 아들을 고등학교 자퇴시키고
고등학교 대신 밤늦게까지 학원을 보내서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시켰음
그래서 이친구는 고등학교를 안다니고 학업스트레스를 받으며 사회성없고 조금 괴팍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ㅇㅇ가 어느날 자유론이라는 철학책을 읽고 아주 감명을 받더니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함
근데 난 자유론을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친구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
미성년자도 자신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술 담배 마약 섹스 근친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상호동의가 있으면 미성년자라도 뭐든 해도 괜찮다고 함
미성년자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도 다 자신의 자유이고 이것을 억압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ㅇㅇ와 이것저것 얘기도 해봤지만 이친구의 무적논리를 뚫을수가 없어서
"그럼 나중에 너네 아들이 너네 부인이랑 근친해도 괜찮은거야?" 하니까
그건 자신과 결혼한 부인이 다른 남자랑 간통하는 것이라서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거라 안된다고 하길래
"그럼 너가 죽고나면 괜찮아?" 했는데
말을 그따구로 하냐고 화내더니
어쨋건 그건 그들의 자유라서 괜찮대...
어쨋건 이 ㅇㅇ는 이렇게 자신의 자유론을 주변에 자주 설파하고 다녔는데
자유를 억압당하면서까지 했던 공부는 결과가 신통치 않았는지 수능을 망쳐서 재수를 하게 됨
그런데 어느날 ㅇㅇ가 재수학원에서 만난 동갑의 여자와 사귀게 되었다고 친구들 단톡방에 자랑을 함
처음에 나왔던 체육소년 친구는 재수할때 여자사귀면 망하는거아닌가 걱정하면서도 일단 축하해주면서
이쁘냐고 물어봤는데
ㅇㅇ가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뭔가...
못생긴건 아닌데 남자처럼 생김....
약간 찐따~평범 사이의 남자가 머리 약간 기른느낌으로
숏컷에 옷도 그냥 남자처럼 입고있어서 사진으로 보면 그냥 남자로 보일 정도였음
그당시에는 페미니스트 유행하기 전이라 숏컷이 더 흔치않았음
다른친구들은 차마 뭐라 말 못하는데 그래도 부랄친구인 체육소년이 편하게 "ㅇㅇ너 드디어 게이가 된거야?" 하고 드립을 쳤는데
ㅇㅇ가 좀 긁혀서 "너같은거보다 1000배는 좋은사람임" 하고 대답하면서 그렇게 지나갔음...
그러던 몇달 후
어느날 한밤중에 갑자기 ㅇㅇ가 단톡방에다가
여친이랑 헤어졌는데 술한잔 사줄사람 있냐고 함
다른친구들이 헐? 무슨일이야 하면서 받아주고 유감을 표하며 위로하고있는데
그러다가 체육소년 친구가 어쩌다가 헤어졌냐고 물어봄
근데 ㅇㅇ가 딱히 대답은 하지 않고 아... 자살하고싶다 같은 한탄만 계속 하고있으니까
체육소년 친구가 "야 너 혹시 또 여친한테 그 병신같은 자유론 얘기 꺼낸건 아니지?" 하고 극딜을 박음
그러니까 ㅇㅇ가 발끈하더니
넌 어떻게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위로할생각은 안하고 그렇게 후벼파기만 하냐면서
지금 난 죽고싶은데 넌 니 궁금함 채우는게 먼저냐
씨발 그냥 연락하지마라
이러면서 단톡방을 나가버림
체육소년 친구가 다시 초대를 눌렀는데
차단을 당했는지 초대가 안된다고 함...
그렇게 한 2~3일이 지나니까
이 체육소년 친구는 점점 분노가 차오르고있었음
겨우 몇개월밖에 안 만난 여자때문에 10몇년지기 친구를 이렇게 대하는걸 용납할 수 없었던거같아
그러다가 이 체육소년 친구가 갑자기 급발진해버리더니
ㅇㅇ에게 갠톡으로
"씨발게이ㅇㅇ"
"뒤로만 박는 ㅇㅇ"
"뒤로만 박느라 앞에 달린걸 못봤나봄"
하고 카톡을 보내버림
어차피 차단당했으니까 화풀이를 하려고 한건데
하필이면 ㅇㅇ가 어느순간 차단을 해제했는지
무사히 카톡을 봐버리게됨...
그래서 ㅇㅇ가 매우 화가나서
체육소년친구를 고소하겠다고 했는데
체육소년친구가 자기 고소공포증이 걸릴거같다면서 한동안 막 두려움에 떨고있었음
그러다가 체육소년친구의 어머님에게 ㅇㅇ의어머님 연락이 왔음
제 아들이 막 성적으로 심한 모욕을 당해서 고소를 해야겠다고 하는중이라고
근데 소꿉친구끼리 고소까지 하는건 좀 아닌거같아서
그냥 체육소년친구가 ㅇㅇ에게 사과하는걸로 끝내는게 어떻겠냐고 해서
체육소년친구랑 체육소년친구의 어머니가 같이 열심히 사과를 함
그러니까 ㅇㅇ가 사과를 받고나서
체육소년친구에게 "너따위를 친구라고 알고있었던것도 수치스럽고 앞으론 영영 연락하지마라"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짐...
그로부터 2년후
고려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던 체육소년친구 앞에
3수끝에 고려대에 합격한 후배 ㅇㅇ가 나타남
눈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본순간 ㅇㅇ가 고개를 돌리며 모른척 피해갔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