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피부에 칠흑같은 찰랑이는 생머리에 생글생글한 웃음에 고양이처럼 말려 올라간 입꼬리에 초롱초롱한 커다란 눈망울에 그윽한 속눈썹과 쌍꺼풀을 갖고 조그만하고 핑크빛이 감도는 오똑한 코에 갸름한 턱선 위에 말랑한 볼살이 살짝 둥글게 감싸고 있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철철 흘러넘치는 눈치빠르고 성격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158cm 45kg 75C 의 여성으로 태어나서
친한 여자아이들과 팔장을 낀 채 인생네컷을 찍는 학창시절에
주변 어른들한테 아이고 아가 이쁘게생겼다 라는 말을 듣고 자라며
괜시리 좋아하는 마음을 장난끼로 숨기려 드는 또래남자아이들과 웃고 떠들고 투닥이며
집에가서는 엄마아빠랑 손잡고 가족 다같이 강아지산책을 나가는
그러다 적당히 열심히 주변 사람들정도로 공부해서
어딘가 대학을 가고 동아리를 들어가고 단체활동도 참여해보고
그러다 어쩌다 대학생때만난 이성과 썸타다가 사귀어도보고 대학가에 꽃구경을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벚꽃잎 한 장을 손에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을 올려도 보고
그런 여자아이로 태어났으면 행복했을까
방구석에서 손톱 뜯으면서 고무가 툭툭 떨어져 나오는 다 헤진 헤드셋을 쓴 채로 혐오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기 싫어 거울을 바닥에 덮어둔 채
입맛없다며 밥은 굶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에 갈비뼈가 드러난 채 배만 볼록 튀어나온 흉물스러운 알몸을 이불로 칭칭 감싸고
내가 꺄르륵 웃는 여자아이가 아닌 것을 조롱이라도 하듯 귀에는 끊임없이 불쾌하게 여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는게
기분 좋을때 자살을 생각하면 최대한 정성스럽게 자기관리하고 꾸민 후에 정신나간 멘헤라 중학생마냥 라이브 키고 죽는 걸 상상하고는 하는데
우울할때 자살을 생각하면 내 차마 마주하기에도 역겨운 얼굴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부서지는 방법으로 마지막을 추구하고 싶어지는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이 아니라 털 복슬복슬한 포유류 애완동물로 태어났으면
개체 중에서 좀 좆같이 생겼어도 귀여움받을 수 있을텐데
어쩌면 그렇기에 이악물고 하루종일 유니티를 쳐 해서 브얄끼고 불특정다수의 사람에게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머리를 디밀게 되는 것 아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