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인형에 옷을 입히는 이유는 미관상의 목적도 있지만 튜브재질이 살에 닿지 않게하는 목적도있는데
그래서 옷 입힌채로 떡치기때문에 면티같은 경우 체엑이랑 로션이 부식되어 누렇고 쉰내가 쩔 때쯤이면 빨아서 다시쓰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3개월에 한번쯤은 역 앞의 상가에 가서 여성복 싼거 진열되있는걸 보는데 8년째 아직도 사기 불편하다
차라리 "한남충 출입금지" 라고 입구에 내걸어 놓으면 속이 편하지
검은면옷에 더벅머리 파오후가 여성의류 진열대를 살펴보는 순간 점원이 당황을 숨기며 응대하러 오는 건 참 미안하게 됬지
특히 오늘 마주친 알바 형이 그랬다.
남직원이라기보단 연휴에 일 돕는 형인 듯 한데, 공격적인 호객행위는 나이트 삐끼가 아닐까 싶었다
"이쪽은 여성복인데요"
[네 이거 찾고있어서요.]
"누구 주실거에요?"
[어 아무튼 여자요]
"여자친구요? 아니면 어머님?"
[아무튼 제일 작은 사이즈면 되요]
"여자분은 이런 거 좀 불편할수가 있어요"
[하하 괜찮아요]
변태라는 오해는 풀었지만 이번엔 이런 걸 선물 받게될 가상의 여인까지 대신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구경할 수 있냐며 시간을 벌었고, 이윽고 계산대에 바지를 가지고 갔지만
그 형은 카드를 긁는 동안에도, 그것이 알고 싶었나 보다
"남자 반바지도 되게 편하고 싼거 있는데 괜찮으세요?"
[하하... 괜찮아요]
"근데 누구 주시는거에요? 친구나 아니면 동생분?"
[아.... 일단 사람한테 입힐건 아니라서요]
"네? 사람이 아니면 그럼 뭐에 입히게요?"
[아하하하하... 뭐 그런게 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대화를 얼버무리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차라리 그냥 썩 꺼지라고 해라
점원들이 나에 대해 겪는 오해는 순서대로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여성복을 구경하는 변태인가, 2단계는 자기가 사서 입는 변태인가, 3단계는 이딴 싸구려나 갑자기 선물하는 한남충인가
그 형은 3단계 오해까지 풀고 진실을 알려고 했다
그냥 돈이나 받으면 안되냐구, 폐인 파오후가 여자옷 사는게 그렇게 신기하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