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이랑 코스프레 오프파코 하고 싶다’
시작은 어떤 코스사진을 보고 떠올린 농담이었다
마침 과몰입이 떡밥이길래 재밌으라고 했던 말이었는데 그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 글이 삭제가 되었을 때는 같이 올린 짤이 조금 야했나? 아니면 알바가 지운 건가? 생각했지만 새로운 글도 작성할 수 없었다
부랴부랴 삭제 내역을 찾아보니 파딱이 일한 흔적이 있었다
‘아니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건전하게 살았는데’
다행히 여기 주딱은 브챗에서 친추가 되어 있고 내가 과몰입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상시 파란불 유저인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문고에 장문의 댓글을 달자 올라온 것은 코가 길어지는 고양이콘 하나
억울하지만 한 달이니까.. 나는 조용히 반고닉으로 살면서 복귀할 날을 기다리려 했다
하지만 며칠 뒤 개념글에 내 이야기가 올라왔다
내 반고닉의 아이디가 전 고닉이랑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었고
댓글에는 유동닉의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있었다
나는 갤에서 호감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나는 마음까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게 되었고 몇달간 주딱과도 만나지 않게 피해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지난 주 새로운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가슴만 큰 셀레바디는 취향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프로필에 써있는 한 단어를 본 순간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과몰입 중이라면서 ‘주딱의 닉네임’이 적혀있던 것이다
한동안 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말을 걸었더니 암컷처럼 보이고 싶은 건지 계속 허리를 흔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지만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좀 더 밀어볼까 프빗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더니 자기는 과몰입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실망한 척을 하면서 그래도 괜찮고 둘이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매달렸다
그 뒤에 프빗에서 일어난 일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먼저 주딱이랑 과몰입을 하게 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이미 버려지거나 헤어지려고 하는 상황이라면 여기에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
처음에는 질투할까봐인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으며,
오히려 과몰입이 있는데 아무하고나 하는 사람이면 실망할 거라고 하자
그는 아주 자랑스럽게 주딱의 귀여운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점점 야한 옷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나는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미 헥헥대고있는 목소리를 듣고 원하는 것을 해주게 되었다
엉덩이를 찰싹거리면 좋아한다거나 꼬리를 당기면 헤윽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등
계속 하다 보니 눈을 뒤집어가며 몇 번씩이나 가버린다고 그러는데 묘한 정복감이 느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분 좋은 건 처음이라고 하면서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니.. 과몰입이 있는데 처음일 리가 없잖아?’
나는 제발 지금 과몰입이랑은 별로라는 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는 브챗을 들어와도 시간이 안 맞아서 따로 논다느니 하면서
다음에도 또 볼 약속을 해 달라고 애원하듯이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과몰입에게도 버려진 사람, 내가 이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나를 이용해버린 사람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브챗을 종료할 수 있었다
며칠 뒤, 몇 달간 피해다녔던 주딱이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내가 봐도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누카와 둘이서 꽁냥꽁냥 하면서..
주딱은 요즘 친하게 지내고 있는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면서
사실 얘 말고 과몰입은 있지만 서로 터치 안하기로 했으니 괜찮다,
나랑은 안 맞았지만 좋은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완전히 져버렸다
다음에 주딱을 만날 때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주딱의 과몰입이랑 만난 것이 알려지고 용서받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갤에 아무래도 좋을 농담을 해서?
억울함을 좀 더 따지지 못해서?
주딱이 과몰입을 한다는 걸 알았을때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이미 늦었지만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갤에다 이 글을 쓴다
‘저는 과몰입을 하지 않습니다’
※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 사건들은 허구이며 동명의 소설을 참고하였습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와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