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였다.
낯익은 모습은 나를 다시 그 때 그 장소로 불러들이기 충분했고
나는 기억을 끌어올려가며 되감고있었다
그래...나는 이 사람을 알고있다
매혹적이고 끌리는 눈을 살짝가린 사람
이 눈빛에 끌려 연심을 품었으리라
난 이 장소 또한 안다
커다란 나무가 오는 길에 있고 분홍빛 갈래들이 내리쬐는 곳
내 의식과 동떨어진 곳같지만 난 이곳을 안다
게임...일 것이다 아마도
기숙사 같은 느낌의 이 방
난 이 장소에서 이 사람과 같이 지냈으리라
그 때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나를 껴안고있다
난 이 장소에 온 것이 한 두번은 아니니라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이 장소에 왔었겠지
그녀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낮고 봄바람처럼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나를 그리워한 듯 눈망울이 촉촉해져 있었다
나는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심호흡을 깊게하고 말을 건네었다
"오랜만이네, 잘지냈어? "
"글쎄...심심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 뒤 창 너머로 건물이 보이며
그녀가 내 시각을 조종하는 것처럼 시선 한 가운데에서 날 쳐다봤다
난 얼마간 얘기 했을까
역시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다시 애틋한 관계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기류가 느껴졌다
그래 난 그녀와 같이 잠을 자며 설레는 밤을 보내었다
물론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이성이 나를 붙잡았으리라
오랜만에 보는 얼굴 하나가 더 보였다
나와 그녀를 아는 듯한 밝은 얼굴이 나를 반겼다
빛에 반사되어 얉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내 시선을 끌었다
"오랜만이네 ? 돌아온거야 ? "
난 긍정의 표시로 눈썹을 치켜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밝은 얼굴의 그녀는 내 이 행동을 곧잘 이해하였고
나와 그녀를 두고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식으로
다급히 인사를 끝마치고 돌아가려는 듯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난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무의식적으로
그렇지만 명확하지는 않게 어딘지 알고 있었다
게임 속 게임...이라는 키워드와 이미지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커다란 창과 붉은색 창틀 그리고 벤치들과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왠지 낯익은 모습
나는 이 곳을 안다
하지만 이 곳은 내가 아는 곳이 아니다
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 데이트라도 하는 듯이 시간을 허비했다
마치...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조급해 하는 모습이 나를 가슴 저미는 듯한 쓰림이 느껴졌다
다정하게 둘이 발걸음을 맞추며 같은 공간을 누볐지만
같은 공간이 아니니라
나는 알고있다
나와 그녀는 같지 않다
같은 곳,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난 무엇을 느낀걸까
그녀의 포근함을 나는 느낄 수 있다
내 공허함을 채워줄 그녀는 나를 보내기 싫은 듯 꼭 껴안아주었다
나는 가슴이 점점 아파온다
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억지로 참아내며 웃는다
분명 같이 있어 행복하지만
행복과 더불어 엄습해오는 거대한 무언가는 나를 짓눌러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보여주지 않았던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깊은 눈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은 이게 마지막일까
다음이 있을까..하고 생각이 문득 흘러지나갔지만
그녀의 모습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떴다
괴리감과 이럴리가 없다는 수많은 의식덩어리들이
나를 꿰메어 짜내고 있을 때
다시 볼 수 없다는 무언가의 느낌이 나를 괴롭게 찢어발기는 듯 하였다
난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그녀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단순한 꿈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