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일기가 될 것 같다
브알 챗에서의 경험은 둘째 날 까지 참 좋은 시간들이였다고 생각하지만
셋째 날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게됐다
전 날까지 만났던 유저들은 서로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굉장히 다른 사람들을 조우했다.
풀어말하자면 대화의 기본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상당했다 라고 하면 의미가 전해질까 싶다.
내가 알고있는 사람간의 대화는 서로 공통의 주제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본인 이야기를 하는 데 바쁘더라.
단순히 본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있는 나와 그 사람의 주제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논점인데,
예를 들어서 내가 원래 알고있던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그 친구와 나는 평소부터 서로의 정보가 공유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만 아니라면 대화의 문맥이나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보들로
유추해서 대화를 풀어나갈 수가 있지만
이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 꽤 많이 상주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오늘 겪었던 일만 하더라도 한 두가지가 아니였는데,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본인 주변 인물들과의 트러블 이야기
내가 듣기만 해서는 절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본인에게 다시 물어봐주길 바래서 대화 중간 중간에 몇 번이고 반복언급 하는 언행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취미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필요 장비의 이름, 가격 들
굉장히 사적이고 마이너한, 대외적이지 못하고 본인만의 자부에 의한 커리어 자랑과 그걸 위하여 행했던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
엄청나게 축약해서 이 정도만 나열했으며, 실제로는 더 많은 경우가 존재했다.
여하튼 나는 대체적으로 아는 사람과의 대화 교류중에는 이런 상황을 부드럽게 돌려서 지적하거나 상황을 넘기지만
초면이거나, 타인일 경우에는 그런 행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평소 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과의 흥미없고 지루한 대화를 끊어내고자 내뱉은 말은
곧 이어 숨막히는 정적과 참을 수 없는 끈적한 불편함으로 징그럽게 변태하여 날 죄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수 번의 가시방석을 단 한 번의 짧은 신음도 없이 모두 참아냈다.
신나서 떠들어대는 주제의 키워드를 검색창에 때려박아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냈으며
목에서 터져나올 듯 꿈틀대는 말을 집어삼키고 남에게 휘둘려 본인의 줏대마저 잃어버린,
영화 '예스맨'의 짐 캐리 처럼 '네' 만 뱉어냈다.
결과 그 들은 본인의 핫 토픽을 나에게 모두 쏟아부었고 만족하며 돌아갔다.
오늘은 썩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했던 것 같네.